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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시절, 필자는 단순히 ‘건물을 짓는 일’에 대한 막연한 매력으로 건축을 선택했다. 거대한 구조물이 세워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었고, 그렇게 대학 진학까지 이어졌다. 디자인을 하고 공간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시공과는 다른 흥미를 느끼며 자연스럽게 5년을 보냈다. 그리고 건축사사무소에 입사하며 본격적으로 건축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젊은 시절 그리던 건축은 늘 완성된 건물의 모습이었다. 우아한 외관, 햇살이 스며드는 실내, 사람들로 활기찬 공간. 언젠가 내 이름이 적힌 건물이 있을 것을 상상하며 설계를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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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민 건축사·지을 건축사사무소 (경상남도건축사회)
2025.11.25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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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건축사 자격시험에 합격하고, 2020년에 개업하여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한 지도 어느덧 6년이 되어간다. 개업 당시만 해도 설계에 대한 열정과 책임감으로 가득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의문이 한 가지 생겼다.과연 우리 사회는 ‘건축사’라는 직업을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고 있을까 하는 점이다.사무소를 운영하면서 나는 종종 ‘설계사님’, ‘소장님’, 혹은 ‘디자이너’로 불리곤 한다. 사실 그때마다 “저는 건축사입니다”라고 바로잡는 것이 옳겠지만, 매번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았다. 사회 전반에 아직 ‘건축사’라는 명칭이 익숙하지 않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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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희 건축사·건양 건축사사무소(충청남도건축사회)
2025.11.1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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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야든 견문을 넓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필자의 경우를 보면 단순히 휴식을 위해 떠난 여행에서도, 문득 발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도시가 있다. 호주의 브리즈번이 그랬다. 한국과는 기후와 제도, 그리고 삶의 속도가 다르다. 그래서 두 도시의 건축은 전혀 다른 언어로 말한다.도시는 말이 없지만, 건축은 말한다. 거리의 건축물들은 사회의 질서와 사고방식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국의 도시는 긴장감이 있다. 빠른 경제 성장과 높은 밀도 속에서 건축은 효율의 상징이 되었다.한정된 대지와 복잡한 규제 속에서 최대의 가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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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운 건축사·지디에이 건축사사무소 (부산광역시건축사회)
2025.10.2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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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개업 6년 차가 되었다. 민간 설계 시장은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많은 사무소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설계공모에 눈길이 가지만 당선작 선정 과정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의구심을 가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뭔가는 해야지” 혹은 “이번에는 다르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설계공모에 참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듯하다. 필자 또한 비슷한 생각으로 공모에 참여했다. 언젠가 해야 할 일이라면 지금부터 시작해 보자는 마음이었지만, 결과는 아쉬움이 남았고 부족한 부분도 크게 느껴졌다.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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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기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민터(대구광역시건축사회)
2025.10.14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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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면 사무소를 개설한 지 꼭 10년이 된다. 세월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가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숫자다. 처음 문을 열던 날의 기억은 여전히 선명하다. 운이 좋았다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 조금은 이른 나이에, 아직 세상 물정을 다 알지 못했지만 무모할 만큼의 열정과 희망만은 충만했던 때였다. 친형과 함께 사무실을 열었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나는 준비가 완벽해서가 아니라,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뛰어들 수 있는 용기가 있었던 것이다.밤을 새워 공모전에 매달리기는가 하면 때로 파견 근무를 나가거나, 아르바이트로 부족한 통장 잔고를 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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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재 건축사·건축사사무소 그리드 (서울특별시건축사회)
2025.09.2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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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한 지 어느덧 6년 차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여러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경험도 조금씩 쌓여 오고 있지만, 아직 ‘자리를 잡았다’는 말은 쉽게 꺼낼 수 없다. 설계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고민은 따라오기 때문이다. 내가 걸어가고 있는 이 길이 맞는지, 그리고 건축사라는 이름이 지금의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 날들이 많아졌다.그럴 때마다, 내 주변의 시선과 비교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외국에 사시는 친인척분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자연스럽게 다른 문화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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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희 건축사·루다건축사사무소 (충청북도건축사회)
2025.08.2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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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대부분의 건축학도들이 그랬듯이 TV 프로그램 ‘러브하우스’를 보며 건축의 꿈을 키웠고, 시트콤 속 대학생활을 보며 캠퍼스의 낭만을 그렸다. 물론 현실은 꿉꿉한 반지하 설계실에서 밤을 새우는 나날이 많았다. 하지만 종이 위에 선을 긋고 동선을 계획을 하다 보면, 종이 위 공간 속에서 가상의 인물들이 러브하우스 집주인들처럼 행복한 표정을 짓고 생활하는 모습을 떠올라 너무 좋았다.지금도 계획을 할 때는 과거의 나와 현재의 우리 가족을 도면에 투영하고, 내가 이 건물주라면 어떻게 공간을 활용할까를 생각하며 검은 화면에 선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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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원 건축사·도담건축사사무소 (충청북도건축사회)
2025.08.1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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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밝으면 나는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하루를 시작한다. 작은 손을 잡고 등원시키고 나서야, 캐드 프로그램을 열고 일과를 시작한다. 그렇다. 나는 건축사이다. 하지만 나의 하루는 ‘건축사’라는 직함 하나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우선 세 아이의 엄마이고, 남편의 아내이며, 부모님의 딸이다. 나를 설명할 수 있는 수식어는 많고, 그 모든 이름 사이에서 나는 매일 균형을 배우며 살아간다. 건축에서 말하는 균형은 단순히 구조를 무너지지 않게 지탱하는 기술만을 뜻하지 않는다. 빛과 그림자, 열림과 닫힘, 움직임과 멈춤 사이를 감각적으로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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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 건축사·세움건축사사무소(충청남도건축사회)
2025.07.2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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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과 함께한 어느 여행지의 오후, 머물던 숙소 로비 한쪽에 작은 책장이 놓여 있었다. 여행의 설렘을 잠시 내려놓고 그 책장 앞에 서 있던 내게 익숙한 표지가 하나 들어왔다. ‘슬램덩크’.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돌아가며 읽던 만화책이다.수업이 끝나면 교실 뒷자리에 모여 서로 순서를 정해가며 읽고, 주인공들의 말과 행동에 웃고 떠들던 그 시간들. 책장을 넘기자, 마치 오래된 앨범을 펼치듯 그 시절의 장면들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교복을 입고 농구공을 드리블하던 친구들, 여름날 체육관에 가득하던 땀 냄새와 웃음소리까지. 그 작은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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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욱 건축사·서림 건축사사무소 (강원특별자치도건축사회)
2025.07.10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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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의 작품들을 보았다. 다양한 시각의 방법론과 사이트 분석, 건축적인 콘셉트를 바탕으로 풀어가는 과정과 결과물의 모습은 유명 건축사들이 만든 건축물만큼이나 훌륭했다. 하지만 많은 모형들을 보면서 실현 가능한 건물인가 라는 의문이 끊임없이 들었다.현실에서 건축은 건축사 개인의 결정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건축법이라는 공동의 규칙 아래 있어야만 한다. 설계공모에 대한 공정성은 여전히 논의 중이며, 인허가를 위한 행정 처리도 항상 합리적으로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건축주나 발주처가 건축사의 의견을 존중하고, 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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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재 건축사·건축사사무소 그리드 (서울특별시건축사회)
2025.06.24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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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안을 마무리하며 클라이언트를 만날 준비를 하던 밤. 도면을 밤새 다듬고, 조감도까지 정리해 마주했다. ‘이번엔 충분히 설명했으니 괜찮겠지.’ 마음을 다잡고 다음 설명을 시작하려는 찰나, 익숙한 한마디가 나온다. “글쎄요... 감이 잘 안 와요.”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이거 괜찮은 건가요?”“요즘엔 이런 게 트렌드인가요? 건축사님이 전문가잖아요. 전문가 생각은 어떠세요?” 이럴 때마다 묘한 감정이 든다.전문가의 의견을 묻지만, 정작 판단은 결국 본인의 ‘감’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 도면 위에 펼쳐진 치수와 논리, 콘셉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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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미 건축사·(주)에이라우드 건축사사무소 (서울특별시건축사회)
2025.06.10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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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는 숨 가쁘게 변화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건축업계에 입문해 실무를 경험하고, 건축사로서 역량을 쌓아가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에도 건축을 둘러싼 환경은 끊임없이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기술의 눈부신 발전, 급변하는 사회 구조, 인문학적 사유의 확장, 메타버스와 인공지능 등 혁신적 도구의 등장과 같은 변화의 흐름은 건축 분야 역시 예외일 수 없다. 변화의 속도와 폭은 기존 건축계의 대응 방식과 건축 문화 전반에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건축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을 창조하는 것을 넘어, 인간의 삶이라는 다층적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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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환 건축사 건축사사무소 생활공간 (제주특별자치도건축사회)
2025.05.2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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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완연한 봄이다. 꽃이 피고, 나무는 푸르름을 되찾는다. 사람들의 옷차림은 가벼워지고, 마음에도 봄기운이 스민다. 하지만 우리 건축설계 시장은 여전히 겨울의 그림자 속에 머물러 있다. 수요는 줄고, 경쟁은 날카로워졌으며, 많은 건축사들이 고요한 사무실에서 오늘도 묵묵히 버텨내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이런 침묵의 시간 끝에는, 늘 새로운 변화가 싹튼다는 것을.지금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 건축사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한 때다. 건축은 더 이상 단순히 ‘공간을 설계하는 일’에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환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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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우 건축사·사유디자인 건축사사무소 (전북특별자치도건축사회)
2025.05.12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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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건축사사무소를 개업 한지 5년이 지난 지금 문득 필자의 꿈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중학생 시절 텔레비전에서 멋진 건축물을 보면 단순하게도 나중에 커서 건축 관련 일을 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 시간이 흘러 건축학과에 진학했고, 건축은 세분화된 각각의 전문 분야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막막함을 느꼈다. 하지만 건축설계에 대한 배움의 과정에서 건축사가 되어야겠다는 꿈을 그렸고, 건축사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선배님들의 열정을 보며 다시 힘을 냈다.드디어 건축사 자격증을 손에 쥐던 날, 세상을 다 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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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유리 건축사·해솔건축사사무소 (강원특별자치도건축사회)
2025.04.22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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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소 개업 후 첫해에는 거의 도면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나갔다. 더는 직원이 아닌 입장에서 시작하다 보니 생각보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인허가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0%에 수렴했고, 프로젝트를 수주할 능력도 없었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 그래도 흔히 말하는 “개업운” 이란 것이 있던 것인지, 이듬해 첫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당연히 일의 흐름은 매끄럽지 않았고, 계속되는 보완요청에 시달려야만 했다. 우여곡절 속 첫 프로젝트는 잘 마무리되었다. 그 경험을 하고 나니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자신감은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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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환 건축사·건축사사무소 아키자키 (충청북도건축사회)
2025.04.08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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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급 리모델링 수의계약 건은 대체로 건물의 일부 호실이나 강당, 회의실, 화장실, 한 개 층 정도의 환경개선공사로 이루어진다. 공사비는 1억 원~2억 원 내외이며, 설계대가는 대체로 1천만 원 정도의 비교적 소규모 과업에 해당한다. 인테리어, 실내건축 설계업무이며 수의계약 방식이다 보니 설계대가 자체도 적고, 설계비 산정 기준에 대한 불만도 많다. 하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수의계약 문의라도 들어오면 감사한 일이다.필자는 관급공사 수의계약 리모델링 설계를 종종 하는데 과업 착수 후 초안 미팅 때 과업지시서에도 없는 CG부터 보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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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건축사 · 모루 건축사사무소 (인천광역시건축사회)
2025.03.25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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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가장 특징적인 풍토를 가진 화산섬 제주는 멋진 자연이 여기저기 펼쳐진 곳이다. 조금만 나서면 바다와 숲이 있고, 육지에서 보기 힘든 나무와 꽃들이 자라나는 온난하고 습윤한 특징을 갖는다. 이는 풍토가 매우 거칠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바람과 강한 햇살, 숨막히는 습기와 열기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고려 요소이기도 하며, 육지에서는 당연하고 쉬운 기법과 디테일들을 ‘섬’이라는 특성, 또 여러 가지 이유로 구현되기 어려운 경우가 허다하고, 그것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몇 배의 노력과 시간이 들어간다. 그러나 제주를 조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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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규 건축사·에이루트 건축사사무소 (제주특별자치도건축사회)
2025.03.12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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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건축사가 수많은 건축사들 틈에 자리 잡으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건축사사무소라는 같은 이름을 쓰고는 있지만 사무소마다 주된 업무영역이 나뉘고,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과 양이 다르다. 병원도 전문분야에 따라 치과, 내과, 외과 등 다양하게 구분되듯이 건축사들도 본인이 경력을 쌓아왔거나 잘할 수 있는 분야에 맞는 소비자가 찾아올 수 있어야 서로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건축주들은 어떤 기준으로 본인에게 맞는 건축사사무소를 선택할 수 있고, 건축사사무소는 어떤 방법으로 본인들이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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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대명 건축사·소을 건축사사무소 (경기도건축사회)
2025.02.25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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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대학생활 후 원하는 건축사사무소를 다니기 위해 문을 두드리며 서울로 상경했다. 그렇게 첫 스타트를 하고, 어느덧 7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게 되었다. 주변 지인들의 건축사 취득 붐에 편승해 자연스레 30대 중반에 건축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었다.자격 취득 후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하면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 정든 직장을 떠나 무작정 사무소를 개소하게 되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설계문의는 들어오지만 하나같이 설계비에 부담감을 가졌고, 다시 찾지 않는 건축주분들도 상당했다.이런 일들을 몇 번 경험하니 처음 가졌던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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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섭 건축사·(주)디디 건축사사무소 (서울특별시건축사회)
2025.02.11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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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의 직장생활 후 무작정 퇴사를 했다.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할 생각도 없었다. 그런데 선배 사무실에 방문했다가, 운명처럼 낡은 정미소를 만나게 되면서 삶이 달라졌다. 116제곱미터(35평) 정도의 작은 규모인 정미소였다. 한쪽은 무너져 내려 갈라진 벽체가 고스란히 드러났고, 양철지붕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으며, 산화된 빨간 지붕도 낡고 비루했는데, 왜 그렇게 매혹적으로 다가왔는지 모를 일이다.직장생활 마지막 프로젝트가 창조경제단지 내, 여직원 기숙사와 본관동 리모델링이었다. 재생에 자신이 있었고, 나름의 철학도 있었다. 그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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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미 건축사·진짜노리 건축사사무소 (광주광역시건축사회)
2025.01.24 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