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희 건축사(사진=건양 건축사사무소)
이강희 건축사(사진=건양 건축사사무소)

2019년 건축사 자격시험에 합격하고, 2020년에 개업하여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한 지도 어느덧 6년이 되어간다. 개업 당시만 해도 설계에 대한 열정과 책임감으로 가득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의문이 한 가지 생겼다.

과연 우리 사회는 ‘건축사’라는 직업을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고 있을까 하는 점이다.사무소를 운영하면서 나는 종종 ‘설계사님’, ‘소장님’, 혹은 ‘디자이너’로 불리곤 한다. 사실 그때마다 “저는 건축사입니다”라고 바로잡는 것이 옳겠지만, 매번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았다. 사회 전반에 아직 ‘건축사’라는 명칭이 익숙하지 않거나, 그 역할이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단순히 명칭의 문제가 아니라, 건축사의 전문성과 사회적 위상에 대한 인식 부족을 보여주는 단면이라 생각한다.

건축사는 단순히 도면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다. 건축물의 계획에서 설계, 인허가, 시공감리, 유지관리까지 전 과정에 걸쳐 책임을 지는 ‘건축 전문가’이다. 건축물의 안전과 기능, 미학, 그리고 사용자의 삶의 질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동시에 사회적 책임과 법적 의무를 함께 짊어진다. 건축사가 없으면 도시의 질서도, 건축의 안전도 제대로 유지될 수 없다.

그러나 현실에서 건축사는 언론에 오를 때조차도 대부분 부정적인 사건과 연관된 경우가 많다. 그 결과 ‘건축사’라는 단어가 신뢰보다는 문제의 원인으로 오해받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러한 인식은 건축사의 본래 역할과 사명을 왜곡시키는 안타까운 일이다.

건축은 단순한 공간의 조합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사회의 문화를 담는 그릇이다. 건축사는 그 그릇을 설계하고 구현하는 전문가로서, 사회의 발전과 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건축사의 역할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존중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우리 건축사들 스스로도 노력해야 한다. 작은 프로젝트라도 성실히 임하고, 건축의 사회적 가치와 의미를 일반인들에게 알리는 데 힘써야 한다. 지역사회와의 소통, 공공건축 참여, 그리고 윤리적 실천을 통해 건축사의 존재 이유를 직접 보여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건축사’라는 이름이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한 직업이 아니라, 들었을 때 누구나 신뢰와 존중을 느낄 수 있는 명칭이 되기를 바란다. 건축사가 사회의 기반을 세우는 전문가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는 날이 온다면, 그것이 곧 건축문화의 성숙을 의미할 것이다.
건축사의 전문성과 공공성을 함께 지켜나가기 위해, 우리 모두가 그 이름의 무게를 다시금 되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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