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급 리모델링 수의계약 건은 대체로 건물의 일부 호실이나 강당, 회의실, 화장실, 한 개 층 정도의 환경개선공사로 이루어진다. 공사비는 1억 원~2억 원 내외이며, 설계대가는 대체로 1천만 원 정도의 비교적 소규모 과업에 해당한다. 인테리어, 실내건축 설계업무이며 수의계약 방식이다 보니 설계대가 자체도 적고, 설계비 산정 기준에 대한 불만도 많다. 하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수의계약 문의라도 들어오면 감사한 일이다.
필자는 관급공사 수의계약 리모델링 설계를 종종 하는데 과업 착수 후 초안 미팅 때 과업지시서에도 없는 CG부터 보여준다. 보통의 설계 프로세스로는 40~45일 정도의 리모델링 과업기한을 맞출 수 없을뿐더러, 발주처(사용자)에서 원하는 디자인과 실제 공사비 간 괴리가 크기 때문에 중간에서 조율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업무를 처음 진행하시는 분들은 막상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어서 당황스러울 것이다. 일단 방화구획 변경 등으로 대수선이 포함될 경우 디자인을 할 수가 없는데, 이미 공사예산의 대부분을 대수선 공사에 써버려서 내부 마감재 및 디자인을 바꿀 수 있는 돈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수선은 애초에 고려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낫다. 사용자가 원하는 건 대수선이 아니라 예쁜 실내 공간이다.
이제 디자인을 시작해 보자. 천정이나 등기구를 교체하고 내부 마감재만 바꿔도 예산이 빠듯한데 창호도 일부 바꿔야 하고 도색도 좀 해야 한다. 포인트로 석재나 금속패널이라도 쓰고 싶지만 언감생심이다. 간접등이나 루버라도 쓸 수 있으면 다행이랄까?
협의가 계속될수록 장식이 추가되고, 준공일자는 다가오는데 공사비는 이미 예산을 초과해서 리모델링의 목적은 공사비를 맞추는 것으로 바뀐다. 어떻게든 공종을 줄여서 예산에 맞춰보지만 디자인과 도면 수정하느라 이미 몸도 마음도 지쳐버린다. 그래서인지 주변 건축사들은 이러한 과정을 겪은 후 수의계약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결국 리모델링 설계에서 중요한 것은 현실적인 접근 방식이다. 예산과 디자인, 시공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가장 어려운 과제이며, 이를 해결하는 과정이 설계자의 역할이기도 하다. 완벽한 설계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주어진 조건 내에서 최적의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관급 리모델링 설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적정한 설계대가와 충분한 과업 기한, 그리고 공사비 확보가 전제될 때 비로소 좋은 품질의 설계와 공사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환경이 조성되길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