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건축사협회장상에는 ‘당진 학생활동 커뮤니티 센터’ 수상
‘2025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이 지난 11월 5일 시상식을 개최하며 올해 일정을 마무리했다.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은 산림청 목재문화활성화 추진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2003년부터 시작됐다. 목조건축의 우수성을 전 국민에게 홍보하고, 미래 건축계의 일원이 될 학생들의 참여를 통해 목구조의 미래 가능성을 널리 알리고 있다.
세계 각국이 목조건축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23회를 맞이한 올해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은 산림청이 주최하고, 국토교통부와 서울특별시가 후원하며, 한국목조건축협회가 주관했다. 공모전에는 계획 부문에 66개, 준공 부문에 21개의 작품이 출품됐다. 이중 계획부문에서 15개의 작품과 준공부문에서 11개의 작품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준공부문 대상작은 치유의 집(주. 홍은 건축사사무소 임일중 건축사, 한양대학교 김재경 교수)과, 산림복지종합교육센터(주. 가와 종합건축사사무소 최삼영 건축사, 주. 솔토지빈 건축사사무소 조남호 건축사)가 차지했다. 치유의 집은 정신과 육체의 안식처라는 건축 본연의 모습을 찾고자 공간을 통한 몸과 마음의 치유라는 주제 아래 관조, 명상, 회복의 테마를 가진 세 개의 집으로 구성된다. 경주 지역성을 반영해 고안한 목조방식에 빛을 받아들이는 개방성과 폐쇄성의 적용에 따라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산림복지종합교육센터는 건축법에서 목조건축의 층수 제한 항목이 삭제되면서 고층 목조건축이 가능해짐에 따라 실현된 프로젝트이다. 국내 최초 목조 7층 건물의 실현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새로운 다층·대형 목조건축에 적용될 디자인 가이드라인과 도심 목질화를 위한 유형을 제안했다.
특별상에는 진양호 우드랜드 부속동(해가패시브 건축사사무소 조민구 건축사, 주. 가와 종합건축사사무소 최삼영 건축사)이 선정됐다. 본동과 회랑으로 연결되는 부속동은 진양호 관광지구의 관문을 형성하는 공공건축물이다. 단순하고 긴 수평 매스를 통해 안정감을 확보하고, 양면 창과 드러난 목재 프레임을 통해 풍경과 구조미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계획부문 대상에는 ‘서문시장, 나무가 숨은 시장(홍익대 임원섭, 오도윤)’과 ‘나무의 틈으로 채운 도시의 균형(명지대 공예진)’이 수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서문시장, 나무가 숨은 시장은 도시적·구축적·사회적 결구를 통해 단절된 서문시장을 되살리고자 하는 프로젝트이고, 나무의 틈으로 채운 도시의 균형은 효율과 공공성이 공존하는 새로운 공간 구조를 제시했다.
계획부문 특별상에는 전통건축 사선 부재를 재해석한 템플스테이 계획안(한양대 이승범)이 수상했다. 전통 목조건축의 현대화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했다.
김인호 산림청장은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은 국산 목재를 탄소가 장기간 저장되는 장수명 형태로 활용하고, 단계적 이용 원칙을 실현하는 뜻깊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공공부문에서 선도적으로 목조건축을 확산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이러한 노력이 민간 영역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대한건축사협회 김재록 회장도 “목조건축은 친환경, 내구성, 그리고 디자인적 요소까지 누구나 함께 누릴 수 있는 미래 건축의 길”이라며 “수상작을 비롯한 모든 출품작은 각기 독특한 아이디어와 기술력이 담겨 있고, 이런 작품들이 우리나라 건축 기술 발전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 심사평 : 최혜진 심사위원장(건축사, 오즈앤엔즈 건축사사무소)
2025 대한민국 목조건축대전은 결구라는 주제로 목조건축이 지닌 구조적 잠재력과 사회적·도시적 가능성을 탐구하는 자리였습니다. 올해는 특히나 한국 목조건축의 변화와 실험을 본격적으로 감지할 수 있었던 중요한 장이었으며, 이를 통해 우리 목조건축의 수준이 한 단계 더 도약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출품작들은 단순한 양적 확대를 넘어, 목조건축의 유형이 다양해지고 다른 구조와의 결합으로 구조적 가능성이 한층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목구조 건축물은 제출된 사진이나 도면만으로는 공간의 깊이와 재료의 감각을 충분히 느낄 수 없기에, 심사위원단은 가능한 한 많은 작품을 직접 방문하여 공간적 체험을 통해 평가하고자 하였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건축사들의 설명과 시공자들의 목구조에 대한 세심한 노력과 애정은 작품에 담긴 진정성을 더욱 선명하게 전해주었고, 현재 우리나라 목구조 설계와 시공의 현실, 그리고 그 속에 담긴 가능성에 대해 함께 논의해 볼 수 있는 귀중한 기회가 되었습니다. 목조건축이 가진 고유한 가능성과 그 잠재적 확장성을 다각도로 평가하며, 특히 새로운 시도를 통해 목구조의 미래를 적극적으로 탐색한 작품들을 우선적으로 높이 평가하였습니다.
그중에서도 대상에 선정된 두 작품은 한국 목조건축의 새로운 방향성을 열어준 작업이라는 점에 큰 의의를 두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받은 ‘치유의 집’은 관조·명상·회복이라는 세 가지 주제를 서로 다른 목구조 방식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전통 결구와 공포를 현대적 구법으로 재해석한 지붕 구조를 통해 동아시아 목조건축의 미학을 새롭게 보여주었으며, 한옥이 지닌 가능성과 한계에 과감히 도전하며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 건축사의 집요한 실험 정신이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국토교통부 장관상을 받은 ‘산림복지종합교육센터’는 국내 최초 7층 규모의 목조건축으로, 목구조를 보편적인 재료와 공법으로 확장해 실험한 작업입니다. RC 위주의 현행 건축 법규와 규제 속에서도 끝까지 완성을 이끌어낸 집요한 노력은 한국 목조건축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귀중한 성취였습니다. 동시에 이 작업은 우리 목조건축이 앞으로 극복해야 할 제도적·기술적 과제를 드러내는 한편, 새로운 도약을 향한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명지각 1956’은 남원 구도심의 빈집을 활용해 도시 재생의 일환으로 리모델링하여 숙박시설로 재탄생시킨 작업으로 기존 건축물의 목구조를 세심하게 드러내어 지역성을 강조하고, 주변 도시 조직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한 전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공공 프로젝트로서 완성도 높은 경험을 위한 새로운 시도들, 그리고 발주처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이 잘 드러난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되었습니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아중호수도서관’은 대지의 형상을 따라 만들어진 유선형의 건축 형태와 목구조의 구축적 장점이 자연스럽게 결합된 작품입니다. 하나로 이어진 도서관 내부에 다양한 높이로 전개되는 중목구조의 공간감이 압도적이었으며, 지역 주민들에게 특별한 공간 경험을 선사하는 공공건축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했습니다.
우수상을 수상한 세 작품 중 ‘당진 학생활동 커뮤니티센터’는 학생들을 위한 공간이 목구조의 형식과 잘 어우러진 작업으로 내부 공간을 감싸는 넓은 목구조 지붕을 노출하기 위한 건축사의 공간적, 설비적인 해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목조 지붕과 철골 기둥의 구조적 조합과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공간적 실험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제주 나의 집’은 주택의 보편적 구법 중 하나인 경량목구조를 제주라는 지역적 특성에 맞게 세심하게 적용한 작품입니다. 벽식 구조가 가지는 한정된 공간감을 벗어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돋보였으며, 보편적 구법 속에서 특별성을 찾아내려는 노력이 심사 과정에서 깊은 공감을 얻었습니다.
‘상형 서사’는 주민센터, 도서관, 보건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합한 공공건축으로, 각 기능과 성격에 맞추어 RC와 목구조를 다채롭게 결합한 구조적 특징이 돋보였습니다. 특히 목구조에 대한 높은 이해를 바탕으로 기능별로 적절한 구조 방식을 제안한 점이 인상적이었으며, 공공건축에서 목구조의 가능성을 폭넓게 보여준 사례로 평가되었습니다.
특별상을 수상한 ‘진양호 우드랜드 부속동’은 목조건축의 본질적 구조와 원형을 구현하고자 한 시도가 돋보였습니다. 목재가 지닌 물성과 전통적 구축 방식의 정수를 충실히 드러내어, 목조건축의 뿌리를 다시금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최근 다양한 하이브리드 구조와 실험적 시도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 작품은 오히려 목조건축의 근원적 가치와 원형적 미학을 재조명한 점에서 특별한 주목을 받았습니다.
구조디자인상을 수상한 ‘유지 커피 웍스’는 경사의 박공지붕을 중앙의 나무 형상의 기둥이 떠받치고, 단부는 철골과 철골 커튼월이 지지하는 독특한 구조적 해법을 통해 목구조와 철골, 커튼월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새로운 시스템을 구현했습니다. 구조적 해법과 조형이 일체화되어 공간 경험과 건축적 서사를 형성하는 장치로 확장될 수 있음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계획 부문에는 올해에도 60여 점이 넘는 학생 작품이 접수되어, 목조건축에 대한 젊은 세대의 높은 관심과 탐구심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차 심사를 통과한 아홉 작품은 최종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심사위원들과 직접 질문을 주고받으며 생각을 나눌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각 제안의 진정성과 가능성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 계획 부문 심사에서는 특히 ‘결구’라는 주제를 어떻게 사회적 이슈와 연결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물리적 결구 방식으로 어떻게 설득력 있게 구현했는지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었습니다.
대상을 수상한 ‘서문시장, 나무가 숨은 시장’은 기존 RC 건물에 목구조를 결합하여 도시적 기능을 새롭게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섬세한 디테일로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습니다. 또 다른 대상작인 ‘나무의 틈으로 채운 도시의 균형’은 고층 목구조 빌딩의 건축적 가능성과 구법적 실험을 충실히 담아내어 미래적 잠재력을 제시했습니다.
전통 건축의 지렛대 구조를 파라메트릭 기법으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템플스테이 계획안’은 목구조가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탐구한 실험적 제안으로, 그 도전적인 태도와 창의성을 높이 평가하여 특별상을 수여하였습니다.
‘지역과 결구하는 청년 문화 기숙사’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사회 문제를 건축적 시선으로 포착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그램적 제안과 구조적 해법을 설득력 있게 담아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또 다른 최우수상인 ‘시장길을 수놓다’는 기존 도시와 건축적 맥락을 존중하면서도 그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려는 시도가 돋보였습니다. 이 외에도 도시와 사회적 차원에서 목조건축이 지닐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실험한 작품들에 우수상과 장려상을 수여하였습니다.
올해 심사를 통해 우리는 한국 목조건축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제약과 한계 속에서도 도전과 실험을 멈추지 않은 작품들은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때로는 미완의 제안 속에서도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수상 여부를 떠나 모든 출품작이 한국목조건축을 함께 만들어가는 소중한 시도라 생각합니다. 이번 대전에 참여한 모든 분들의 열정에 깊이 감사드리며, 이러한 다양하고 진지한 노력들이 모여 앞으로 더 풍요로운 목조건축의 미래로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