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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핫’한 국중박(국립중앙박물관)은 사실 우리나라 최초로 국제건축사연맹(UIA, Union Internationales des Architectes)의 공인 국제설계공모로 이루어졌다. 1994년경 정부는 당시 용산에 박물관 부지를 확정 후, 설계공모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국제건축사연맹에 공모 운영을 의뢰하였고, 연맹은 빌헬름 퀵커(심사위원장)와 앙리 시리아니 등 감독관 4명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하였다.당시 학생이었던 필자는 조선총독부를 철거했음에도 혹시 일본의 건축사가 당선될까 걱정(?) 하기도 했지만, 영광스럽게도 한국 건축
논설위원 칼럼
이상효 건축사·건축사사무소 트임
2025.11.2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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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살아 있는 유기체다. 인구와 산업 구조가 변화하고, 기후와 기술도 빠르게 진화하는 오늘날, 건축 규제 역시 이에 발맞춰 합리적으로 진화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너무나 당연한 규제로 받아들이고 있는 ‘건폐율 규제’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건폐율은 한 필지 안에서 건축물이 차지할 수 있는 바닥 면적의 비율을 제한하는 제도다. 이 제도가 도입된 배경에는 분명한 명분이 있었다. 채광과 통풍을 확보하고, 과밀 개발을 방지하며, 화재나 재난 발생 시 안전 통로를 확보하기 위한 장치로 작용했다. 일정 부분에서는 도시의 쾌적함을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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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범기 건축사·(주)테라도시 건축사사무소
2025.10.1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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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건축사의 이야기를 하나 나누며 이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그는 몇 달 전 나에게 이렇게 털어놓은 바 있다.“아침마다 사무실 문을 열 때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 오늘도 버틸 수 있을까, 내일은 더 나아질까, 아니면 이제 그만 문을 닫아야 하나….”그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지역의 학교, 복지관, 주택, 골목마다 설계자로서 이름을 남기며, 보람과 자부심으로 그 자리를 지켜온 사람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 자리마저 낯설고 버거운 공간이 되었다고 말한다. 이것은 그 한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도 전국의 수많은 동료 건축사들이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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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철 (주)에이엠지그룹 건축사사무소(광주광역시건축사회) 대표 건축사
2025.07.22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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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RE100’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기업 생존의 필수 조건이다. 재생에너지만으로 100% 전력을 충당하겠다는 이 글로벌 캠페인은 이제 산업 입지, 도시계획, 건축 정책 전반에 걸쳐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고 있다. 그 중심에 바로 전라남도가 있다.전남 서남권은 국내 최대의 재생에너지 잠재지이다. 솔라시도를 비롯한 연안 일대는 2030년까지 23GW 규모의 재생에너지 발전 능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는 발전량을 넘어, 대한민국의 에너지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전략적 기반이다.이제는 건축도 변화가 필요하다.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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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일 건축사, (유)원 건축사사무소(전라남도건축사회 회장)
2025.07.2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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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건축물 인증과 관련한 정부의 정책은 이미 205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건물부문의 제로에너지화를 단계별로 추진하고 있어 친환경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으며, 관련 법령과 제도들이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녹색건축 인증과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BF 인증 등 인증의 종류가 많고, 평가분야나 세부 평가항목들이 건축설계와 매우 밀접하게 연관돼 있으나, 아직까지 건축 인허가 또는 사업계획 승인을 받기 위한 절차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친환경건축물 인증제도 도입 초기부터 건축사업계에서 관여해 인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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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식 사장, 한솔에코플랜(주)
2025.05.23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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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의 이목이 오는 6월 3일에 치러질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집중되고 있다. 탄핵정국 이후 혼란을 딛고 들어설 새 정부에 많은 국민들이 기대를 하는 상황이다.2025년 현재 국내외 불확실한 경제 여건과 사회적·정치적 불안전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위기의 상황 속에서 민간·기업·단체 등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6월 3일 이후 들어설 새 정부에 각각의 희망을 표출하고 있다. 우리 건축계도 마찬가지다.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국가공인 건축전문가인 우리 ‘건축사’들은 어떠한 이야기를 해야 할지 필자의 입장에서 곰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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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철 (주)에이엠지그룹 건축사사무소(광주광역시건축사회) 대표 건축사
2025.05.21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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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개혁은 역대 정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였다. 김영삼 정부의 ‘규제실명제’, 김대중 정부의 ‘불필요한 규제 철폐’, 노무현 정부의 ‘덩어리 규제 개선’, 이명박 정부의 ‘투자 걸림돌 규제 폐지’, 박근혜 정부의 ‘규제 기요틴’, 문재인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 그리고 윤석열 정부의 ‘킬러 규제 혁파’ 등이 대표적이다. 모든 정부는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없애고, 혁신적 사업에 대한 규제는 완화하려 노력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곳곳에는 여전히 법령 밖에서 작동하는 건축 분야의 그림자 규제가 존재한다.그림자 규제란 법령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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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경 건축공간연구원 건축혁신본부 본부장 연구위원
2025.04.30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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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건축 설계공모 진행에 앞서, 심사위원, 담당 공무원 및 실무자가 참여해 공모의 취지와 방향성에 대해 의견을 나누어 볼 수 있는 설계공모 사전 토론제(이하 사전 토론제)를 제안한다.공공건축은 국가의 건축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이자, 새로운 시대의 표상을 제안할 수 있는 창구이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공공건축이 기대되는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공공건축 설계공모의 심사 과정이 가지고 있는 폐단과 한계, 절차적 정당성의 문제로 시대적 과업과 가치를 담은 공공건축물을 찾아보기 어렵게 된다. 공공건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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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민 건축사·(주)건축사사무소 폼아키텍츠(강원도건축사회)
2025.04.0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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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여름, 남산 힐튼호텔이 부동산자산운용사에 매각되어 용적률이 상향된 복합개발을 위해 전면 철거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힐튼호텔은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 설계에서 시공까지 우리의 미적, 기술적 역량으로 세계적인 수준의 성취를 이룬 고도성장기의 기념비이며, 거장 미스 반 데어 로에의 건축형식을 그의 수제자인 김종성이 남산의 환경적 맥락에 맞추어 해석, 적용한 우리 현대건축의 대표작 중 하나다. 이러한 작품이 완공된 지 40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어떠한 사회적, 문화적 협의도 없이 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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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 숭실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2025.03.20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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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건축주와 법률 상담을 했다. 전형적인 한국 사회의 불법 설계 및 불법 공사 계약 사례였다. 건축을 전혀 모르는 건축주가 지인 소개를 받아 건축사 자격도 없는 자와 설계 계약을 체결한 후, 더 나아가 공사 계약까지 체결한 것이다. 이후 그 사칭자는 소위 ‘허가방’을 운영하는 건축사로부터 면허를 빌리고, 또한 종합건설업을 하는 자로부터 공사 면허까지 빌려 건물을 짓다가 무능한 실력으로 공기를 두 배나 넘겼음에도 기성고를 반밖에 하지 못하고 중단한 안타까운 사안이었다.그렇다면, 이와 같은 문제의 발생 원인은 무엇인가? 과거 건축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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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철 변호사·법무법인 로베이스 대표 변호사
2025.03.1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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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百年之大計’라는 말이 있다. 사람을 키우는 데는 100년의 계획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국가 간 치열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교육 정책이 필요하며, 교육의 중요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대한민국의 교육은 원삼국시대부터 초보적인 교육 체계가 갖추어져 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국시대에도 고구려의 경당과 신라의 화랑도, 백제에서도 이에 버금가는 교육 체계가 있었다. 조선 말 갑오개혁을 기점으로 근대 교육이 수용됐으며, 해방 이후에는 의무 교육이 시작됐다.산업사회에 진입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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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희 건축사, 에이치케이건축사사무소
2025.02.12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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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건축업계는 경제적 어려움과 제도적 한계를 반복적으로 겪어왔다. 이러한 문제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건축사의 가치와 역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2014년 열린 ‘한국 건축 백년대계 토론회’를 돌아보며, 과거와 현재의 문제를 비교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2014년 12월 9일, ‘대한민국의 건축 현실과 건축사의 미래 진단’이라는 주제로 ‘한국 건축 백년대계 토론회’가 건축사협회에서 열렸다.첫 번째 발제자인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은 당시 우리 경제가 매우 어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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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민 건축사, 예명 건축사사무소(경기도건축사회)
2024.12.1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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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설계를 본업으로 하는 직업의 호칭을 두고 수십 년째 이어지는 논란은 이제 지겨움을 넘어 해결이 절실한 상황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이미 100여 년 전 근대 산업사회로 전환하면서 이 직업의 정체성을 법적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는 제도로 정리했다. 특히 산업적 제도화가 정착된 국가들은 국가 면허나 자격으로 이 직업을 정의하고 있으며, 이는 국제건축사연맹(UIA) 용어 규정에도 명확히 명시돼 있다.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서구에서도 초기에 비슷한 혼란이 있었으나, 대부분 ‘Architect’라는 호칭을 자격을 부여받은 사람에게만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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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용 건축사·건축사사무소 NCS lab, 서울건축포럼 의장
2024.11.05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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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검단 신도시 안단테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원인 분석 및 대안 제시지하 주차장 상부 슬래브 붕괴의 원인은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하나는 철근 콘크리트 구조의 기본 메커니즘을 무시한 무리한 설계 공법의 적용이다. 특히, LH 공사가 보유한 특허 공법인 전단 보강근 공법은 드롭 패널 공법을 개량한 것으로, 슬래브 상부에 다량의 토사 등 적재 하중이 큰 구조물 설계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철근 콘크리트 구조의 기본 메커니즘은 상부 하중을 슬래브, 보, 기둥, 기초 순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그러나 무량판 구조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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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성 건축사·종합건축사사무소 가람
2024.09.1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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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건축사 양성 체계는 과거에는 4년제 건축(공)학과 교육과 5년의 실무 경력을 거친 후 건축사 필기·실기 시험을 통해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이 되면서 건축 분야의 시장 개방에 대처하고 건축사 자격 상호 인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2002년 5년제 대학교육이 도입된 이후, 건축학사 5년과 실무수련 3년 또는 건축학 석사 2~3년과 실무수련 3년을 거친 후 건축사 시험을 통해 건축사가 양성되고 있다.2012년의 건축사법 개정으로 인해 2020년부터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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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애 교수 · 건양대학교 의료공간디자인학과
2024.08.1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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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라는 직업은 창의성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동시에, 많은 건축사들이 프로젝트 기반으로 일하거나 소규모 사무소의 형태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은퇴 후의 경제적 불안정성이 항상 내재되어 있다.건축사공제조합에서는 이러한 건축사들의 경제적 불안정성을 해소하고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연금사업을 중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연금사업은 평균수명 연장에 따른 고령화시대에 건축사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는 시기에 대비하여 건축사들에게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다.국가의 사회보장제도로서 국민연금이 존재하고 공무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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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식 건축사공제조합 이사장
2024.07.2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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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관리법이 2020년 5월 1일 시행된 후 이제 4년이 지났다. ‘건축물의 안전을 확보하고 편리·쾌적·미관·기능 등 사용가치를 유지·향상시키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과 안전하게 해체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정하여 건축물의 생애 동안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국민의 안전과 복리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이 법이 처음 시행되었을 때, 부산광역시의 요청으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강의를 마치고 받은 질문이 ‘건축사가 설계를 해야지 왜 해체 감리까지 해야 하나?’였는데,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고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국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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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호 기자
2024.06.1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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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은 고층화, 대형화, 도심 지하공간의 개발 등 사회적 환경 변화와 다양한 수요를 반영해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축물의 형태와 특성도 변화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화재 발생 시 피해가 대형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2017년 제천 노블휘트니스앤스파 화재(29명 사망), 2018년 밀양 세종병원 화재(49명 사망), 2018년 종로 고시원 화재(7명 사망), 2020년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38명 사망), 2021년 이천 쿠팡 물류창고 화재(공산품 1,620만여 점 소실), 2022년 팸스평택캠프 화재(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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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열 화재안전니터링센터장,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화재안전연구소
2024.05.24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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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공사감리에서 건축사님들의 노고가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감리업무를 수행하면서 기술적 측면과 행정 절차 모두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으며,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새삼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현장에서 감리 행정 절차 측면에서 조금 더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서면을 통해 다시 찾아뵙게 됐다.허가권자 지정 건축공사 감리에서 건축사들은 주로 건축법 제25조(건축물의 공사감리)와 시행규칙 제19조(감리보고서 등)를 기준으로 공사감리를 수행한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서류나 보고서를 제출해야 할 시점에 제출하지
논설위원 칼럼
김영훈 건축사
2024.05.10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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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2021년 1월 26일 제정·공포되어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됐다. 이 법은 현대중공업 아르곤 가스 질식 사망사고, 태안화력발전소 압사사고, 물류창고 건설현장의 화재사고와 같은 산업재해와 가습기 살균제, 4·16 세월호 사건과 같은 시민재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제정됐다. 이는 중대 산업재해와 중대 시민재해의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및 법인 등을 처벌함으로써 근로자를 포함한 종사자와 일반 시민의 안전권을 확보하고, 기업의 조직문화 또는 안전관리 시스템 미비로 인한 중대 재해사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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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병수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2024.04.25 14: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