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열 화재안전모니터링센터장,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화재안전연구소(사진=김흥열 화재안전모니터링센터장)
김흥열 화재안전모니터링센터장,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화재안전연구소(사진=김흥열 화재안전모니터링센터장)

건축물은 고층화, 대형화, 도심 지하공간의 개발 등 사회적 환경 변화와 다양한 수요를 반영해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축물의 형태와 특성도 변화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화재 발생 시 피해가 대형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2017년 제천 노블휘트니스앤스파 화재(29명 사망), 2018년 밀양 세종병원 화재(49명 사망), 2018년 종로 고시원 화재(7명 사망), 2020년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38명 사망), 2021년 이천 쿠팡 물류창고 화재(공산품 1,620만여 점 소실), 2022년 팸스평택캠프 화재(3명 사망), 2024년 문경 공장 화재(소방관 2명 순직) 등이 있다. 이러한 화재들은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다.

2017년 12월 제천 화재와 2018년 1월 밀양 화재를 겪으면서 정부는 범정부 TF를 구성해 2년여에 걸쳐 화재 기준 제개정 작업을 수행했다. 국토교통부는 건축법, 건축법 시행령,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기준에 관한 규칙, 국토교통부 고시 등을 통해 피난, 방화구획, 마감재료 분야의 기준을 보완했다. 피난 분야에서는 직통계단의 이격거리를 건축물 평면의 최대 대각선 거리의 1/2 이상으로 하고, 계단 방화문의 온도 감지기를 삭제했다. 방화구획 분야에서는 방화구획 완화 항목에서 ‘보관’ 부분을 삭제하고, 일체형 방화셔터 사용을 금지했으며, 방화댐퍼 시험 방법을 신규 제정했다.

내부 마감재료 분야에서는 학교, 수련시설, 위락시설, 다중이용업소의 경우 면적에 상관없이 내부 마감재료 기준이 적용된다. 공장, 창고, 위험물 저장 처리시설에서는 내부 단열재도 난연재료 이상을 사용하도록 기준이 강화됐다.

외부 마감재료에서는 의료시설, 교육연구시설, 노유자시설, 수련시설에 면적에 상관없이 외부 마감재료 기준이 적용되며, 기준이 적용되는 층수와 높이를 기존 6층 이상 또는 높이 22m 이상의 건축물에서 3층 이상 또는 높이 9m 이상으로 강화하고, 1층 필로티 주차장을 추가했다.

또한, 마감재료 분야에서 가장 큰 변화는 기존 소형 시험방법(시험체 크기 10㎝×10㎝×5㎝)에서 실물 모형 시험(시험체 크기 2.4m×2.4m×3.6m, 4.1m×8m)을 도입해 화재의 확산 형태, 경로, 온도, 시험체의 붕괴 등 실제 화재 현상을 재현할 수 있는 시험방법을 도입한 것이다.

외국에서도 화재 사고는 계속 발생하고 있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들은 사고에서 교훈을 얻고, 원인을 지속적으로 분석해 합리적으로 안전 규정을 보완하며, 그 규정을 엄격히 시행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영국, 미국 등 화재 선진국에서는 화재 원인의 철저한 분석과 합리적 기준 제정을 위해 실물 화재 실험 등을 진행하며, 국가적 차원에서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을 중심으로 실대형 칼로리미터를 이용한 화재 위험성과 피난 대책 수립을 위한 실물 화재 실험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

선진 각국에서는 화재 분야에서도 열과 연기 기류의 이동 등을 해석하기 위해 전산유체역학을 도입한 시뮬레이션을 개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화재 시뮬레이션인 미국 NIST에서 개발한 FDS(Fire Dynamics Simulator)는 전 세계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와 같이 선진국들은 개발에 최소 10년 이상, 수백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화재 시뮬레이션을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화재 시뮬레이션 개발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R&D와 투자가 필요하다.

화재에 대한 과학적 접근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새로운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더라도, 새로운 기술을 정확히 알아야 버려야 할 것인지,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판단할 수 있다. 화재안전설계는 선진국에서 이미 10여 년 전부터 적용하고 있는 기술적으로 입증된 건축물 맞춤형 기술로, 우리나라도 필수적으로 개발해야 할 기술이다. 개발이 까다롭고 번거롭더라도, 세계와 경쟁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소방청의 통계에 따르면, 국민 한 사람이 화재를 겪을 확률은 10년에 한 번 정도라고 한다. 즉, 극단적으로 말하면 화재안전설비는 10년에 한 번 사용된다고 할 수 있다. 이 설비가 설치 당시의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지관리가 필수적이다. 화재안전설비의 효율적인 유지관리를 위해 현실적인 유지관리 지침과 매뉴얼 개발, 설비 설치 방법 등의 기술 기준 마련 등 화재안전설비 점검 전체에 대한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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