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HOAI 법적 대가 규정으로 투명한 설계비 산정
일본, 국토교통성 ‘건축사 업무 보수기준’ 공공·민간 모두 적용
미국, AIA 표준계약서 기반으로 명확한 설계비와 법적 보호
프랑스, 건축을 문화적 표현으로 인식…8단계 설계비 체계 운영
대한건축사신문은 그간 독일, 일본, 미국, 프랑스의 건축사 업무대가 관련 해외 사례를 소개해왔다. 이번 종합 기사에서는 그동안 게재된 내용을 바탕으로 두 차례에 걸쳐 한국 건축사 대가 정상화에 대한 시사점을 모색한다. 첫 번째 기사에서는 각국의 건축사 업무대가 제도의 특징과 현황을 살펴보고, 두 번째 기사에서는 국내의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건축사 업무대가 정상화에 대한 논의는 지속 가능한 업계 발전과 설계 품질 향상을 위한 중요한 과제다. 국내 건축 시장에서 합리적이고 투명한 대가 산정 체계의 도입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본지는 해외 선진국의 건축사 대가 산정 방식을 집중적으로 다루며, 각국의 시사점을 제시해 왔다. 이번 기사에서는 독일, 일본, 미국, 프랑스의 건축사 업무대가 체계를 심층 분석해 본다.
◆독일의 HOAI 제도, 공정하고 투명한 설계비 산정과 법적 보호
독일의 건축사 대가는 HOAI(Honorarordnung für Architekten und Ingenieure)를 기반으로 한 체계로, 설계비 산정에 있어 공정성과 투명성을 보장한다. HOAI는 법적으로 규정된 대가 체계로, 프로젝트의 성격과 규모, 복잡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설계비가 책정된다. 이 체계는 설계 품질을 높이고 건축사의 전문성을 존중하는 문화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독일의 설계 업무는 9단계로 세분화돼 있으며, 기획 단계부터 기본 설계, 건축 허가, 실시 설계, 견적서 작성, 계약 체결, 공사 감독, 사후 관리까지 단계별로 명확하게 구분된다. 예를 들어, 연면적 650㎡에서 700㎡ 사이의 주거 건축물 프로젝트의 설계비는 각각 1억 2,466만 원에서 1억 3,717만 원에 이르며, 프로젝트의 복잡성과 규모에 따라 설계비가 합리적으로 산정된다. 이러한 단계적 과정은 각 단계에서 설계 품질을 보장하고, 공정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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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건축사 업무 보수기준’, 세분화된 설계비 산정 체계
일본의 건축사 업무대가는 국토교통성이 고시한 ‘건축사 업무 보수기준’에 따라 세밀하게 규정돼 있다. 이 기준은 공공 및 민간 부문에서 모두 적용되며, 설계와 감리 업무를 포함한 다양한 건축사 업무에 대해 구체적인 산정 방식을 명시하고 있다. 일본의 설계비 산정은 프로젝트의 난이도와 업무량을 기반으로 하며, 난이도 계수를 적용해 복잡한 프로젝트일수록 추가 설계비가 반영되도록 하고 있다.
실제 사례로, 도서관과 보육원이 결합된 3,000㎡ 규모의 복합건축물 설계비는 약 3억 1,903만 원에 달한다. 일본의 세분화된 설계비 산정 방식은 각 프로젝트의 특성을 반영해 설계비를 공정하게 책정하며, 건축사의 전문성과 노력을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 이 같은 시스템은 국내에서도 투명하고 합리적인 설계비 산정 체계를 확립하는 데 중요한 참고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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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설계비 산정 방식, 추가 업무에 대한 명확한 보상 체계와 법적 보호
미국에서는 AIA(미국건축사협회) 표준계약서가 널리 사용돼 건축사와 클라이언트 간의 계약이 체결된다. 미국의 설계비 산정은 프로젝트 예상 시간, 팀원의 시간당 인건비, 그리고 설계 변경과 같은 추가 업무가 명확히 정의된 계약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특히 설계 변경에 대한 보상 체계가 매우 체계적이며, 추가 업무가 발생할 경우 그에 맞는 명확한 비용 청구가 가능하다.
미국 현지 건축사사무소 Gresham Smith의 Senior Architect인 주태진 미국 건축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건축 설계비는 일반적으로 공사비의 5%에서 10% 사이에서 결정된다. 설계비는 프로젝트의 복잡성과 요구되는 전문성에 따라 크게 달라지며, 단순한 프로젝트의 경우 공사비의 5% 이하로 설계비가 책정되기도 하고, 복잡하고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경우 10%를 초과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 설계비는 단순히 건축 설계에만 국한되지 않고, 구조, 기계, 전기 등의 엔지니어링 비용과 공사 감리 비용(CCA, Construction Contract Administration)까지 포함된 금액이다.
일부 대형 회사나 정부기관은 자체적으로 설계비 기준을 정해 사용하지만, 이는 기관의 특수 요구와 절차를 반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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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건축사 대가와 문화적 인식, 건축의 문화적 가치를 반영
프랑스에서는 건축을 단순한 기능적 요소를 넘어 문화적 표현으로 인식한다. 이는 건축사가 공공의 이익과 문화적 가치를 보호하는 중요한 직업이라는 사회적 인식에서 비롯된다. 프랑스의 설계비 산정 체계는 8단계로 세분화돼 운영되며, 기획 단계부터 기본 설계, 상세 설계, 실시 설계, 견적 및 계약, 시공 관리, 완공 및 유지보수까지 각 단계별로 투명하게 설계비가 책정된다.
프랑스 현지 건축사사무소에서 10년간 근무한 유희재 건축사(유희재 건축사사무소)에 따르면, 전체 공사비 대비 설계비 비율은 8%에서 15% 사이에서 결정되며, 이는 프로젝트의 복잡성과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이러한 방식은 건축사가 프로젝트 품질을 보장하고, 설계 과정에서 충분한 시간을 투자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국에서도 건축사 전문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강화하고, 공정한 대가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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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공공기관 건축 담당자는 “독일과 프랑스 등 건축문화 선진국들은 세분화된 설계 업무 단계를 통해 설계비 산정의 투명성과 합리성을 보장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설계 업무를 더욱 구체적으로 세분화하고, 합리적인 대가 기준을 마련하며, 설계 변경에 대한 명확한 보상 체계 등 건축사의 공정한 대가를 보장하는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