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와 엔지니어가 함께 개발하는 매스팀버
목재 건조 중량의 약 50%가 탄소다.1) 수목이 자라면서 거둬들인 이산화탄소가 모인 것이 목재이다. 목재에 결박된 탄소가 건축물에 저장될 때 탄소저장 효율이 가장 높다. 다시 말해 목조건축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축적 또는 밀봉한 탄소의 격리 창고이다. 다른 건축재에서는 찾을 수 없는 목조건축의 고유한 환경 속성이다.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탄소 저감기술은 대기 중의 온실가스를 인위적으로 제거, 포집하여 토지, 해양, 또는 특정 저장소에 저장하거나 상품으로 변환하는 ‘네거티브 배출 기술(NET, Negative emission technology)’2)기술에 한정되고 있다. 화학적으로 직접 공기를 포집하는 공학적 탄소 회수 기술과 생물이나 토양의 힘을 빌려서 나무 가꾸기를 통해 탄소를 회수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화학적 기술의 경우는 아직 개발 중이거나 미완성 기술이기 때문에 개발비용도 사회 구현에도 당장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반면 산림을 통한 탄소흡수 실행 기술은 복잡하지 않고 간단하다. 별도의 인공 에너지 투입 없이도 얻을 수 있는 저렴한 ‘그린 카본(green carbon)’이다. 자연에서 땅과 생육 조건만 갖춰지면 탄소 완화 목표를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달성할 수 있다. 산림 부문에 기대하는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집중되면서 탄소중립의 기여도가 막중해지는 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산림은 세계 육지 면적의 약 30%를 차지하며 축적되는 탄소량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2.5%를 흡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63%가 산림이다. 다른 국가보다 산림 탄소흡수원을 확보하는데 매우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그렇지만 산림의 탄소흡수는 자연이 주도하므로 인공적인 노력을 들여도 그 결과가 바로 나오지 않는다. 즉 목재를 건축재로 이용하기까지 그 순환 기간을 기다려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목재 생산의 순환 사이클이 긴 만큼 건축재로 이용은 철저한 산림 순환경영 기법에 따라 계획적으로 생산해야 한다. 지금 우리의 산림은 본격적인 목재 이용 시기를 맞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30년생 이상이 82%로, 분포가 일정 나이대에 편중되어 있다.
한 마디로 지속가능성이 떨어지는 숲이다. 혈액순환이 잘되어야 건강을 유지하듯이 건축재도 산림 순환과 목재 이용이 제대로 되어야 건강한 숲을 유지할 수 있다. 이제 건물 부문의 이상적인 탄소중립을 달성하는데 건축사가 직접 동참할 때가 되었다.
세계녹색건축위원회는 목조건축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국제기준평의회(ICC)는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제정하여 매스팀버로 18층 건축물을 허용하고 있다. 지난 100년에 없었던 방법으로 건축 기준이 변혁되었다. 이는 우리 생애에서 가장 임팩트한 기준 변경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산업재해로 인한 중대재해법의 해결 방안을 찾는 시공자에게 매스팀버는 혁신적인 변화가 되리라 생각한다. 여러 경로를 통해 이미 목조건축은 비용 절감, 공기 단축, 건물 경량화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목조건축은 비교적 가벼운 소재로 다른 건축물보다 기초 지반을 가볍게 할 수 있다. 고층으로 올라갈수록 하부에 걸리는 중량이 콘크리트나 강구조보다 가벼워지므로 공사 전체의 경비를 절감으로 이어진다. 또한 공기 단축과 노동력 감소에 기여하고 있다. 매스팀버를 한번 적용한 건축업자는 이러한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프로젝트의 용이한 건설성이 제네콘에게, 스피드한 건설이 디벨로퍼에게 메리트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친환경적이고 재생 가능한 자원이며 탄소 격리의 건축재라는 것이 매력을 더해주고 있다. 또한 주거 쾌적성과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거주자나 투자자에게도 매력이 되고 있다.
미국은 WoodWorks를 통해 2013년 이후로 1,300개 이상의 다세대, 상업적, 또는 공적 프로젝트가 사용 중이거나 설계되고 있다.3) 매스팀버를 축조하는 국제 건축 법규 IBC(International Building Code) 규정을 개정 지원하고 있다. 건축사나 엔지니어가 매스팀버 개발에 직접 참여하고 있으며, 새로운 건축에 응용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탄소중립의 실현에 건축사들의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다.
1)https://www.thinkwood.com/education/impact-wood-use-north-american-forests
2)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378382022004258
3)https://www.thinkwood.com/blog/mass-timber-design-manual-vol-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