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물리(사회)적 거리 두기로 자발적 집안의 은거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가벼운 아침 산책으로 무료함을 달래던 중, FM방송에서 나오는 「G선상 아리아」 의 고아함에 빠져들며, 전쟁의 총성을 멈추게 한 소설 「사라예보의 첼리스트」를 떠올려 본다. 전쟁의 급박한 상황 속에서 사라예보를 지키고 싶다는 개인적인 슬픔을 담은 첼로 연주가 아름다운 소망으로 승화되어 총성을 멈추게 했다는 소설 이야기다.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 질곡으로부터 하루빨리 이웃과 일상을 나누고 아이들의 웃음소리 가득한 세상이 그립다. 바이올린이나 첼로와 같은 심연의 운율은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푸는 치유효과가 있다.
목재가 내는 공명음은 심신을 맑게 정화하고 정신적으로 편안함을 준다. 음색의 범위를 귀에 듣기 좋게 조정해 소리를 적당히 흡수하고 반사시키면서 스트레스를 제거해 주기 때문이다. 바이올린의 세계에서는 스트라디바리우스라고 불리는 악기가 천상의 명기(名器)로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가 18세기에 제작한 것으로 현재 6~7백 대가 남아있다고 한다. 보존상태가 좋은 것은 40억 원을 호가한다. 현대 첨단기술로도 300년 전에 만든 바이올린의 음색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목재가 품은 세월의 나이에는 과학자들과 명인들의 노력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오묘함이 녹아 있다.
목재는 숙성과정에서 음향적 성질은 온도와 습도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목재는 파이프 같이 구멍이 많은 다공질의 재료다. 숙성되면서 눈에는 보이지 않는 미세한 공극이 소리를 좌우한다. 예를 들면, 갓 벌채한 목재는 소리가 모나고 딱딱하여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나는 반면, 오래된 목재에서는 자연 속에서 서서히 숙성되면서 둥글고 힘이 있고 깊이 있는 좋은 소리가 우러나온다. 그러므로 명기의 비밀은 목재의 건조와 보관과정에 달려있다. 현악기에 좋은 목재는 현을 튕긴 순간의 음색에 대한 응답반응이 좋아서 저음역대의 소리가 늘어나고, 고음역대가 빨리 감쇠되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은 바이올린 연주자가 좋아하는 ‘침착하다, 소리가 굵다, 숙성되었다, 따뜻하다, 또랑또랑하다’와 같은 감각적인 평가와 일치한다.

목재는 섬유질로 된 셀룰로오스와 수지질의 리그닌, 그리고 그것들을 흡수시키는 헤미셀룰로오스라는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숙성을 거친 목재는 셀룰로오스가 서서히 굳으면서 나무결 방향으로는 점차 조직이 딱딱해지고, 헤미셀룰로오스는 줄어들기 때문에 나무결에 대한 두께 방향으로 어긋나면서 조직이 부드러워진다. 이와 같이 방향에 따라 목재의 성질이 달라지는 이방성(異方性)이 음색의 응답반응을 결정한다.
요즘처럼 미증유의 사회적 고통으로부터 잠시 복잡한 일상을 탈출하고 싶다. 목조건축을 하나의 커다란 현악기로 상정하면서, 숙성과정을 거친 현악기와 같이 저음, 중음, 고음을 부드럽고 균형 있게 흡수하는 넉넉함에 몸을 푹 담그고 싶다. 음향효과가 필요한 극장이나 콘서트홀에 목재가 사용되는 이유도 이와 같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