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정책에 건축사의 역할을 다루어 온 입장에서 주택건설기준의 개편 공청회에 참여하게 되었다. 기존의 주택건설기준이 다양한 주거수요와 트렌드 변화에 부합하지 못하고, 수용하기 어렵다 하여 수요자 중심개념과 주거품질 보장 등 전면개편을 제시하면서 맞춤형 주거환경을 유도하여 수준 높고 다양한 주거문화 창출을 기대효과라고 하였다. 주택의 수요와 트렌드, 환경의 변화 추세에 비하여 늦은 감이 있지만, 주택건설기준의 전면적 개편을 위한 공청회 개최는 칭찬받고 환영받을 일이다.
휴게시설과 안내판 설치규정 폐지와 기준척도 조정, 타 법령과 중복된 기준을 정비하고, 주차장 및 승강기 기준을 상향하고, 바닥충격음과 실내공기질 기준을 강화하고 결로방지 성능 창호를 도입과 전자출입문 설치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변화하는 트렌트를 정확히 읽고 현황과 문제점은 조목조목 지적했지만, 내용에 있어서 보잘 것 없거나 모듈개념을 모르는 것이고 자재의 경제성과 효율성을 무시하는 개념이다. 바닥충격음 방지와 실내공기질의 상향기준과 결로방지 성능 창호의 신규도입은 그 기술적 판단이 부족하며, 단지규모에 따른 차별적 요소인 세대수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여 원가상승과 주택공급의 다양성을 더욱 구속하고 있다. 주택 보급율은 이미 수요량을 초과하는 수준이다. 주택의 수요는 가계소득과 직결된다. 가계소득도 세대구성 만큼이나 다양하다. 신규 구매자인 젊은층은 주택구입을 아예 포기할 정도로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국가와 사회는 주거여건을 만들고 주거권리를 충족시킬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지역이나 여건에 상관없이 주택건설기준은 획일적이고 주택가격은 거리와 규모에 비례하는 현실만이 존재한다. 수요자의 상황에 맞는 다양한 주택상품이 공급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수요자 위주로 주택정책이 바뀐지 오래지만, 주택건설기준은 공급위주 개념에 머물러 있고, 상품기획 또는 설계를 통하여 상품성을 높일 수 있는 요소를 그대로 유지함으로서 여전히 다양성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도 수요자의 환경을 파악하고 연구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친환경과 건강을 내세워 고가화 위주이고, 소득수준향상이라는 특정층의 현실만을 전제하고 있다. 문화적 수준과 경제적 수준이 다양한 수요자의 실상을 감안하지 아니하고 공급자의 입장만을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개인마다 여건이 다르고 계획이 다르다. 보통과 고급수준을 넘나들 수 있게 여건과 인식이 자리할 수 있는 자연스런 분위기가 필요하다.
주택수요가 넘치자 공급자 마음대로 였고, 수요자 취향이나 권익은 고려되지 않아도 문제될 게 없었다. 건축에서 감독(건축주)과 설계(건축사), 시공(건설사)은 서로 견제와 균형을 유지함으로서 올바른 이익과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견제와 균형이 허물어지면 수요자의 권익은 보호되지 못한다. 견제와 균형의 관계가 가장 많이 허물어진 분야가 주택건설업계다. 수요자의 입장과 환경이 다양하고 수요 트렌드가 달라지고, 수요력이 다양해진 만큼 주택문제도 그 만큼 다양하다. 설계라는 축의 주체인 건축사는 주택을 어떻게 다루어 왔는지 집어 볼 일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파고들어야 할 시점이다. 수요자의 권익을 위해서도 건축사가 그 역할의 중심에 서야함을 물론이다.
적당한 가격으로 가족과 함께 살 수 있고, 일터와 가까우면 곳이라면 주차장이 부족하고 소음성능이 미비해도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이 공급될 수 있는 기준이면 충분하다. 꼭 필요한 기본시설이나 내진구조 등 안전성은 확보되야 함은 물론이다.
구조적 요소와 각종 시설의 수용능력 설정과 기준척도 등은 설계자의 고유한 설계요소이자 디자인 요소다. 주택상품은 수요자의 요구환경과 상황을 고려한 기획과 설계가 요구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디자인 요소가 의무적 기준으로 유지되고 있고, 기준의 개편내용으로 다루어 지지 않고 있다. 이는 공급자 위주의 사고의 잔재물이다. 과감하게 풀어 규제위주의 체크 리스트식 업무관리방식을 없애야 한다. 공급위주 시대에는 의무적 기준이 필요했지만, 수요위주 시대에는 다양화 될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한 것이다. 주택설계기준으로 명칭이 바뀌어야 하고, 가이드적 내용만으로 충분할 것이다.
위기의 주택업계가 다양한 주택상품을 마음 껏 만들게 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10년 20년 후 주거문화와 주택개념의 올바른 선도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와 실질적 결실을 나타낼 수 있는 연구와 정책활동이 요구된다. 올바른 주택 개념 정립과 주거문화의 창달을 위한 실질적인 주택정책과 환경을 만들고 참여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