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예(書藝) 또한 마음을 풀어내는 작업인 동시에 인간 내면의 깊은 정서와 맞닥뜨리기 위한 쉼없는 정진이다.
서예란 일상의 유용함에 머물러 쓰여지는 실용적인 글씨를 모형의 틀 속에서 끌어내 내면의식으로 여과시켜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심미적 행위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획(劃)속에 내재(內在)된 동세(動勢)를 찾아 글씨 이상의 형(形)으로 발전시켜가는 과정 또한 서예의 영역으로 간주된다.
현대사회는 삶의 다양한 모습아래 독자성과 개성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시대라 여겨진다.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여 감각만을 동원하여 시각적인 효과만을 표현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여기에는 분명 전통이라는 정신과 시대성에 부응한 현대적인 감각이 곁들여질 때 보다 참신한 서예 작품이 이루어진다.
우주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의 행위는 미약하고 한없이 약해 보이지만 마을을 확장시켜 우주와의 합일(合一)된 모습으로 다가서기 위해서 사회 각 분야에서 매양 노력하고 있다.
서예 또한 마음을 풀어내는 작업인 동시에 인간 내면의 깊은 정서와 맞닥뜨리기 위한 쉼없는 정진이다.
서도(書道)라는 길을 가야하는 서예가에게는 막중한 책임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서예인으로서 고고한 정신과 서기어린 기품을 지닌 인격체의 완성은 물론 표현에 있어서도 서예의 본뜻을 제대로 섭리의 장에 담아내는 끝없는 정진이 요구되고 현대사회에 부응하는 차신한 창작품으로 새로운 장을 활짝 열어 젖혀야 할 일이다.

서(書)에 대한 소고(小考)를 마치면서 간략히 작품소개를 하고자 한다.
여기에 게재된 작품의 소재는 달(月)이다. 무한히 움직이며 살아있는 우주공간 속에서의 달(月)과 채움과 비움의 연속선상에서의 문(門)의 합일(合一)이다.
이 작은 작품 속에는 보이지 않는 많은 요소가 담겨있다. 취함(取)과 버림(舍), 주(主)와 객(客)의 위치, 형장의 원근(遠近)과 대소(大小), 세(勢)의 파악과 묘사, 호응(呼應), 큰 여백(大空)과 작은 여백(小空), 흑(黑)과 백(白), 허(墟)와 실(實), 성김(疏)과 빽빽함(密), 이완(鬆)과 긴장(緊), 가벼움(輕)과 무거움(重), 큼(大)과 작음(小), 감춤(藏)과 노출(露), 가림(隱)과 드러남(顯) 등
함축은 무진(無盡)하나 표현은 간결한 서작(書作)에 몰두하며 노력해 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