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일상과 삶을 이해하고 있는 역량 갖춘 국내 건축사들 기회 줘야

▲ 용인 양지 루아르밸리

용산 역세권개발사업 및 동대문역사공원, 인천공항 등 정부의 무분별한 실적주의적 외국 건축사초청 남발이 지자체의 무작정 따라 하기로 들불처럼 번지더니, 결국에는 대형건설사의 아파트 분양돈벌이 수단으로 남용되고 있다.

최근 인천공항 설계자 ‘장 미셸 빌모트’가 설계했음을 내세워 홍보 중인 경기 용인시 동천 래미안 타운하우스와 용인의 상현동에 분양 예정인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도 외관 디자인을 홍콩의 건축사사무소 엘더블유케이(LWK)에, 조경 디자인을 호주의 ‘애스펙트(ASPECT)’에 맡겼다고 대대적으로 광고하며 대중들을 현혹하고 있다.

또 현대건설의 수원 아이파크 시티의 경우 ‘벤판 베르켈’, ‘로드베이크 발리옹’, 한일건설이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에 분양하는 루아르밸리의 설계는 프랑스 국가자문 건축사인 ‘로랑 살로몽’, 동부건설이 서울 용산구 한강로에서 입주중인 주상복합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용산’은 미국 최대 디자인설계 기업인 알티케이엘(RTKL)이 외관 디자인을 전담했다는 등을 내세워 대대적으로 홍보 중이어서 흡사 ‘제2의 아파트 브랜드 전쟁’이 시작된 듯하다.

문제는 외국 건축사를 비싼 값에 불러와 홍보에 이용함으로써 들어가는 막대한 설계비 인상분을 고스란히 소비자들이 떠안아야 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용인의 루아르밸리는 ㎡당 분양가가 인근지역보다 600만 원 이상 비싸고, 다른 아파트들도 인근지역 아파트보다 분양가가 수백만 원이 비쌌다.

해당 건설사 홍보담당자는 “질 높은 디자인으로 인지도가 높아지면 향후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등 대형 프로젝트가 세계적인 유명설계사에 맡겨 설계비로만 수천억 원을 쓰는 이유”라고 말했다.

기자가 현지를 찾아 파악한 바에 의하면 디자인의 우수성이라기보다는 값나가는 마감재를 아낌없이 사용했다는 주장과 외국 건축사로서 그 나라 건축방식을 차용해와 우리에게는 그 느낌이 생소하다는 점 외에는 그리 내세울 만한 점이 없었다. 또한 분양 홈페이지 및 팸플릿에는 마감재 등 구체적은 정보는 제공되지 않아, 비싼 분양가 산정의 타당성을 확인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행태가 계속 벌어지는 것은 대중들의 ‘브랜드’에 대한 열망을 이용해 대형 프로젝트를 벌여 막대한 이윤을 남기겠다는 장삿속을 가감 없이 들어낸 것이다. 또 다른 건설사의 홍보담당자는 어이없게도 “한국 아파트의 외관이 천편일률인데, 고급 아파트를 짓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외국 건축사들을 찾게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내 아파트 건축 상황은, 건축주인 건설사가 국내법상 독립적인 제3의 건축사사무소에 건축설계를 의뢰하지만 건설사가 갑이고 건축사가 을인 구도에서 창의적이고 아름다움을 강조한 설계를 내놓기에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특히 건설회사들이 건축사의 고유 영역인 건축설계의 권리를 빼앗기 위해 ‘건설사 설계업 허용’ 법 개정을 위해 오랜 시간 온갖 시도를 해왔고, 현재도 진행 중에 있기 때문에 그 현실은 매우 암담하다. 이는 특히 재개발사업과 아파트사업 같은 대규모 사업으로 설계에서의 한 부분이 시공비에서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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