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선 전각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전각은 글씨와 그림, 조각이 합일된 동양의 순수 예술이다. 이는 곧 자법(字法), 장법(章法), 도법(刀法)의 합일(合一)이라고 달리 말할 수 있는데. 자법은 글씨 쓰는 법칙, 즉 문자학적 법도와 운필(運筆), 붓을 다루는 서법이며 장법은 회확적 공간 구성요령이고 도법은 칼이나 끌을 다루는 법칙을 말함이다.
이 세 가지 법칙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장법이다.
장법은 어떻게 정해진 공간 안에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사용하여 감성과 철학을 치밀하게 스미게 할 것이냐는 공간 응용법으로 자법이나 도법 같이 기능적인 요소보다 작품에 생명을 불어 넣는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자법이나 도법은 훈련이나 학습만으로도 바라는 바에 쉽게 도달 할 수 있으나 장법은 이 같은 기능적 요소와는 차원이 다른 창작성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각 삼요소의 특성을 끌어내어 크기와 색상을 극대화 하고, 기존의 단색으로 일관된 전통전각과는 달리 동양의 오방색과 같은 다양한 색상의 사용과 함께 실용적 가치의 기준을 넘어서 예술적 가치를 돋보이고자 암각화, 문자, 초형화, 민화 등의 스토리텔링... 단순미와 색채의 미학을 확대·재해석한 한국적 정서의 현대종합예술이 바로 ‘새김아트’이다. 즉, 은·주·진·한·명·청으로부터 전해진 전통전각에서 벗어나 가장 한국적인 현대전각, 정고암 새김아트로서 자리매김하고 현대종합예술로서 애니메이션·설치미술·무대예술·퍼포먼스·전각화·개념미술을 통해 각 장르의 벽을 허물어 대중예술로서의 접근성과 원활한 소통이 가능한 역동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21세기 새김아트 장르는 필자의 40여년 간의 고뇌와 실험의 산물로서 검증되어지고 있으며 더욱 팽창될 것이다.
끝으로 최근 작품에는 한글시리즈 연작이 있는데 직접 메세지는 간접이미지로, 간접이미지는 직접메세지로 뒤바뀌는 급반전 현상을 연출하는 재미나는 작품이다. 동서고금 수천년 동안의 유물론 논쟁 속에서 수많은 철학자와 성인들이 이 주제를 논했었지만 아직 명쾌한 해답을 찾은 이는 없어보였다. 하지만 이 작품을 열심히 들여다보면 마침내 그 해답에 도달 할 수 있다. 물질은 정신적 영적세계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이나 도구, 즉 직접메세지에 도달하기위한 간접이미지일 뿐이지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 없다(아니다)라는 결론을 감상자로 하여금 각자 스스로 깨닫게 하고 나름의 해답을 내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새로운 기법과 장르간의 융합, 즉 법고창신(法鼓創新-옛것을 익혀 새롭게 펴다)의 정신을 지향하는 필자의 예술활동 중 새김아트의 장르인 한글 새김 개념미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