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 전 직업이 다른 선후배 세명과 함께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을 찾아 I M Pei의 유리 피라밋을 보면서 고전과 현대의 절묘한 하모니를 감상하고 있는데 가이드가 한마디 했다. ‘저 피라ALT을 배경으로 영화와 광고 사진들이 많이 촬영되는데, 그때마다 I M Pei와 사전에 계약하고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하는데, 그 금액이 상당하여 몇 년 지나면 설계비보다 저작권료가 더 많을 것’이란 것이었다. 모나리자의미소 등 수많은 작품들을 감상하면서도 필자의 뇌리에는 가이드의 말만 가득했었다.

한국에 서양식 통나무집이 도입되기 전 필자는 콘크리트 파일로 전신주를 교체함으로서 폐기된 삼나무 전신주을 이용하여 경기도 오산에 통나무집 식당을 설계하였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한원골프장에 통나무 그늘집을 설계하였다. 그런데 모 건축 잡지에 이 통나무집이 광고속의 사진으로 계속 게재되어 있었다. 이에 잡지사와 광고주에게 필자의 이름과 작품명을 표기할 것을 주문했으나, 그들은 사진작가에게 저작권이 있다면서 요구에 불응하였다. 결국 손해배상으로 제소하겠다는 통첩을 서류로 송달한 뒤에야 비로서 목적을 달성할 수가 있었다.

30여 년 전 이렇게도 무지하였던 건축작품에 대한 저작권은 지난해 말 민규암 건축사가 국민은행과 포마토를 상대로 헤이리 UV하우스에 대한 설계저작권 소송에서 일심 패소 이후 이심에서 승소함으로서 저작권의 새 지평을 열게 되었다. 이러한 저작권의 권리확보는 물심양면으로 대한건축사협회가 기여한 바 크다.

금번 국토해양부는 공공발주사업의 건축사 업무범위와 대가기준을 제정 고시하고, 그 내용 중 대가기준에서 기존의 기술료와 함께 창작료를 추가하였다. 창작권이란 ‘저작자가 저작물에 대하여 그 저작권자의 자격으로 가지는 인격적 이익을 유지하는 권리’이다. 건축사의 인격이 드디어 살아나게 된 셈이다.

지금 작곡가의 경우 음악저작권협회가 있어 각종방송매체는 물론 노래방까지 저작권료를 받고 있으며, 가곡, 종교음악 작곡가들에게는 대중음악 저작권료 중 일부를 할애하여 일정액을 지급하고 있다.

건축사도 협회를 중심으로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자. 모든 광고에 불특정 건물이 있는 도시나 시가지가 많이 나오니 이런 경우를 적용하면 가뜩이나 어려운 건축사의 노년에 보탬도 되고 무엇보다 자존심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니, 이것이야말로 양수겸장이요 금상첨화이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