툇마루는 원 칸살 밖에 달아낸 마루이다. 따라서 반드시 있어야 할 것도 아니고 눈에 띠는 것도 아니지만 없으면 매우 불편하니, 마치 계륵(鷄겈) 같은 존재이다. 필자의 고향 집 북쪽 툇마루는 더운 여름, 뒷뜰 대숲에 이는 바람을 맞으며 걸터앉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본 칼럼의 제호 또한 6하 원칙에 의해 작성된 기사 밖의 감추어진 원인이나 결과에 대한 것을 역사를 통해 비견함으로서 미래를 제대로 내다보자는 의미에서 출발하였다.
필자는 이전에 서울건축사신문의 편집주간을 4년간 맡아보면서 ‘남대문’이란 고정칼럼을 30여회에 걸쳐 연재하였다. 그러나 그 때는 한 달에 한번 쓰는 것이기에 압박보다는 즐거움이 앞섰으나, 툇마루한담의 경우는 달랐다. 초창기 신문의 편집국장으로서 사설과 1면기사를 써야했고, 그 외에 건축사지의 권두언도 써야하는데다 본 칼럼 또한 격주에 한 번씩 써야하니, 한달에 최소한 7편의 글과 두 꼭지 이상의 기사를 써야했다. 마치 ‘가난한 집 제사 돌아오듯’ 쓰고 나면 다음을 걱정하여야 하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 2006년 9월 창간호부터 지금까지, 타의에 의해 쉰 기간을 포함 6년 남짓의 시간을 툇마루와 함께하였다.
독자들은 “어디서 그런 글 내용을 찾아내느냐”고 궁금해 하지만 필자로서는 가장 큰 어려움이 글의 소재였다. 일반신문은 모든 세상사를 다루기에 칼럼의 소재가 풍부하지만 본 칼럼의 경우에는 신문에 맞게 건축에 관한 소재만 다뤄야 했다. 게다가 사설도 함께 쓰다 보니 같은 내용도 그와 완전히 다른 글이 되어야 했다. 게다가 시사성 때문에 미리 글을 써놓을 수 없는 현실에서, 전문지와 국토부, 건축 3단체의 홈피를 다 뒤져도 딱히 이슈화할 소재가 없을 때는, 타는 가슴을 안고 밤을 지새우기가 일수였다.
글은 밥과 같이 뜸을 들여야 맛이 난다. 그렇기에 맛난 글을 위해서는 2∼3일간 뜸을 들이면서 읽고 수정하기를 밥 먹듯 한 후에도 편집회의에서 다시 손을 봤다. 그러나 가끔, 이렇게 마감시간에 쫓긴 글은 선 밥이 되어 식탁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선 밥에는 오류가 따르기 마련이다. 남한산성 인근에 한옥을 설계하면서 법규 때문에 추녀를 두 자 밖에 내지 못했던 기억만 믿고, “꽁지 빠진 한옥을 양산하는 법규”를 질타하자 ‘이미 바뀌었다’는 메일을 보내준 독자, 교보빌딩 본사 설계자를 강남 교보 설계자로 잘못 기술한 것을 바로 잡아준 분, ‘종심기자’ 에서 최고령기자의 오류를 알려준 일반 독자, 찬사를 보내 준 그 어떤 독자보다 감사하며 혜량을 구한다.
이제 본지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100회로 펜을 거둔다. 미국의 어느 교수가 쓴 ‘의자’에는 ‘등받이 있는 푹신한 의자가 제일 나쁘고 스툴이 그나마 났다’는 의자 피해론을 썼고, 하버드 의대진은 ‘하루에 앉아있는 시간을 3시간 줄이면 2년을 더 살 수 있다’고 하였다. 필자는 그간 툇마루를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의자에 기대어 생명을 줄여 왔는가? 하지만 서툰 글을 마다않고 마음을 같이한 독자제현으로 인한 기쁨을, 어찌 조금 덜 사는 것이 비하랴. 이제 뛰어난 후배가 더 멋진 글로 독자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머리를 촉촉이 적셔드리길 기원하며, 독자님들께 엎드려 감사 큰절을 올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