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아프다. 그녀가 빈혈이다. 갱년기 증상이라고 여겨 소홀이 한 결과 이다. 종합병원에 접수하니 검사와 절차가 그들만의 시스템으로 진행된다.

구보씨는 일감 찾기에 바쁘다. 현상설계나 턴키는 비용이나 실력(?) 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고 입찰은 투찰한다 해도 가능성이 낮으니 사무실의 안정적인 운영에 도움 되지 못 한다. 기획설계를 하지만 계약을 하고 시작하지 않으니 불안하다. 건축계의 오랜 관행으로 심각하다.

아내가 입원하니 여러 가지 약을 달고 피를 뽑고 검사를 하고 약을 쓰는데 일사천리다. 수혈할 때 문제가 생기면 소비자 책임이라는 서명만 받는다.

건축설계는 재료, 가구, 기기 등의 명칭을 특정제품을 보통 명기하지 않는다. 특정업체의 밀어주기를 막기 위해서란다. 현장에서는 시공자는 싸고 적당한 물건을 건축주는 비싸고 좋은 것을 시공하길 원한다. 범용 재료명기의 문제점이다. 감리 시 철근규격이나 콘크리트 강도 등 물리적인 치수만을 확인 할뿐 정작 중요한 디테일, 재료의 사용을 관리하기 어렵다. 재료, 색깔, 디자인을 통제할 수 있을 때 좋은 건축물이 작가의 의도대로 탄생될 수 있다.

멍충아! 문제는 제도야! 구보씨는 생각한다. 일정규모이하의 건물을 신고제도로 하니 지역 풀뿌리 건축사의 존립기반이 상실되고 실제로 지진이나 구조의 문제를 지닌 건물이 많아져 심각하다. 문화재청장을 지낸 유홍준의 강연 중에 문화재의 90% 이상이 건축물이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대부분의 건축물은 평범한 지역 건축사 담당한다. 이들이 각자 소신 있고 색깔 있는 작품을 해야 도시의풍경이 다양하고 풍부해진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건축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 수상자가 우리건축계에 나오기 위해서는 제도에 대한 보완과 건축 설계 시장을 보는 틀을 바꾸어야 할 것 같다. 양적이고 산업적 측면에서 질적이고 문화적인 측면으로. 서울시청 설계자인 유걸이 인터뷰 중에 서울시청의 설계에 계획 설계에 만 참여했고 감리를 하지 못해 건물의 완성도가 떨어져 안타깝다고 하는 것을 보았다. 턴키공사의 문제점이다. 단게 겐죠의 도쿄 시청사와 같이 문화 관광아이콘이 될 수 있었던 서울시청이 제도 때문에 그렇게 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제도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 이러한 꼴을 계속 되어 우리의 건축계는 존립기반을 잃고 성장하지 못하고 시들어 갈 것이다. 조변석개하는 건축 관련 법규에 대하여 협회를 중심으로 올바르게 대처하고 단결하며 대중매체에 나설 일이 있을 때 건축사로서 정당한 주장을 강력하게 해야 할 때이다.

자신의 목숨을 다 버리고

이제 하얀 껍데기 만 남아 있는

저 연탄재를

누가 함부로 발길질 할 수 있는가?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시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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