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옥은 ‘의당 단층’이라고 일반적으로 알고 있지만 역사를 살펴보면 의외로 이층 한옥은 많이 지어졌다. 고려시대에 이미 이층 건물에 대한 기록이 있고, 궁궐 문루의 거창한 중층은 말고라도, 하회 양진당, 충효당의 2층 구조 정도는 흔하게 볼 수 있으며, 덕수궁 석어당(昔御堂)은 지금도 가까이 찾을 수 있는 이층 건물이다. 근대에는 일층은 상점, 이층은 살림집으로 사용하는, 오늘날의 주상복합 개념의 이층 한옥이 많이 지어졌다. 서울 조계사 건너편 대로변에 지물포 등 상업공간으로 쓰이고 있는 몇 채는 옛 모습을 짐작하게 한다.
최근 인사동에 이층 한옥이 등장했다. 주도로에서 ‘쌈지길’ 옆으로 들여다보면 일층은 공예품점, 이층은 찻집으로 사용하고 있는 곳이다. 한옥 자재와 현대 설비의 융합, 층간 소음 문제, 제한된 조건에서 공간 풀기, 게다가 한옥이 고려되지 않은 현행 건축법 등 만만치 않은 여건에서 시공자가 열정을 가지고 일의 고비마다 고민을 거듭한 결과물이다.
한옥 활성화에 장애로 작용하는 요소는 높은 건축비, 시공기간, 유지관리의 어려움 등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지만, 공간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특히 땅값 비싼 도심에서 공간 활용에의 욕구는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한옥마을로 일컬어지는 북촌에서조차 지원금 혜택에도 불구하고 한옥을 지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땅을 늘일 수는 없고, 공간은 더 넓게 갖고 싶다. 그렇다면 대안은 당연히 수직 팽창이 된다. 그래서 한옥에 지하실을 마련하는 것이 일반화 되는 추세이더니 이제는 이층 한옥이 등장한 것이다.

한옥문화원에서 발행하는 한옥전문지 <한옥문화>에서는 매 회 한 채의 새로 지어진 한옥을 연구자, 설계자, 시공자 등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방문하여 비평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번 대상이 바로 인사동 이층 한옥이었다. 최고 전문가들이 모여 진지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가운데, 한옥이 배제된 현행 건축법의 모순, 전통자재와 현대 자재의 접합에서 겪는 어려움의 해결과 여전한 어정쩡함 등이 대화에서 여실히 드러나는, 긴장감 있는 좋은 시간을 가졌었다. 사용자에게 물으니, 계단이나 문의 설치로 인해 공간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점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는다. 계단 밑에서 신을 벗고 이층에 올라가는 것을 불편해하는 손님에게는 “일단 올라가면 잘 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설득한다는데, 그래도 “한옥이기에 얻는 이점이 더 많으며, 본인의 선택에 후회는 없다.”고 했다.
이제는 이층을 넘는 다층 한옥의 시도도 멀지않은 듯하다. 전통의 아름다움과 목재를 자재로 사용하는 이점에 공간 활용도까지 높일 수 있는 다층 한옥에의 관심은 높다. 그러나 다층 한옥이 현대 건축 유형의 한 갈래로 자리를 차지하게 되려면 디자인은 물론 공법과 재료에 있어서도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관련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들의 참여와 협업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