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분야에서 디자인 프로세스는 기능적인 해석과 미학적인 창조가 공존하는 복잡한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 컴퓨터라는 디지털 미디어가 도입되면서 초기에는 제도 혹은 도면의 자동화 및 표준화의 효율적인 도구로만 활용되었다. 하지만 디지털 매체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하여 이후 1990년대 들어서는 기능적인 보조도구로서의 한계를 벗어나 작가의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디자인 도구로서의 건축설계를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된다. 즉 현대 건축의 패러다임은 디지털을 통한 전통적인 아날로그적 설계방법론에서 디지털 패러다임에 기초를 둔 디지털 설계방법론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구축된 건축물들은 비정형적 형태로 자유 곡선으로 표현되고 있다.
기존 경관을 구성하는 정형적이고 획일적인 건물 군들이 밀집한 도시 차원에서 프랭크 게리의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처럼 문화적 콘텐츠로서 비정형 건축물들을 활용하여 도시재생을 유도하고자 하는 시도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서울도 예외는 아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다. 자하 하디드와 삼우설계가 설계를 담당한 DDP는 2D 설계를 기본으로 주요 핵심부분을 Rhino, Catia 등의 다양한 3D 소프트웨어를 사용, 기본 및 실시설계를 진행했다. 관계 논문과 서울시 발표자료에 따르면 설계가 최종 마무리되는 시점, 즉 시공단계에 접어들어서 CM 주관사와 협의를 통해 BIM을 도입하면서 BIM 툴로 'Digital Project'를 채택했다고 한다. 'Digital Project'라는 소프트웨어는 국내에서 널리 사용되는 오토캐드나 아키캐드 같은 범용 소프트웨어가 아니다. 소프트웨어만 별도로 판매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CM 주관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Digital Project' 운용을 위해 28억이라는 거금이 투입됐다. 그것도 '서울시'라는 발주처에서 비용을 지불했다. 서울시에서 발주한 다른 프로젝트에도 이런 배려가 적용된 사례가 있는지, 세계 최대를 이루기 위한 발주자의 특혜 아닌가하는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공개된 자료를 보면 서울시는 'Digital Project' 12 Copy를 현재 보유중이다. 서울시가 DDP 프로젝트 준공 이후 'Digital Project'의 활용계획은 세웠는지, 서울시 담당자가 'Digital Project' 사용방법은 익혔는지, 서울시가 발주예정인 다른 프로젝트 수행 시 'Digital Project'라는 특정 소프트웨어의 사용을 강요하려는 것은 아닌지, 서울시의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