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그리고 글”

대구시건축사회 기획위원으로 활동 할 때 지역 건축사 신문 발행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각 지역 신문의 매력을 눈여겨 본 인연 때문일까? 글을 통한 만남이 주어진 것에 부족한 사람이지만 감사하게 생각한다. 지난 호에서 신문폐간이 언급되고 있는 것에 씁쓸한 마음이 든 까닭은 이 지면을 통해 만나는 삶이야기가 나에게는 작은 즐거움이 되어왔기 때문이다.

“마당 있는 한옥과 골목길의 추억”

나의 삶속에서 즐거웠던 기억 중 일부는 어린 시절 마당 있는 한옥에서의 생활 인 것 같다. 문풍지 창호 뒤에 그려지는 달빛 그림자, 마당에 피어있는 붉은 작약꽃과 라일락 꽃내음 등 여린 감성을 자극했던 이들은 어린 시절 한옥 생활에서 누릴 수 있었던 나의 작은 기쁨들이었다. 대청마루에 누워 전축을 통해 들려오는 음악을 들으며 눈이 시린 푸른 하늘보며 미래를 꿈꾸며, 낭만을 그리던 시절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골목길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이 골목 저 골목 기웃거리면서 남의 집 초인종 을 누르고 도망가면서 깔깔대던 기억, 골목이 길어 어두워지면 가로등도 희미한 시절이라 마구 집까지 뛰어간 기억들이 입가에 미소를 남긴다.

“삶과 일터 사이에서 꿈꾸는 자와 현실”

벌써 몇십 년 전 이야기 인가? 옛 것에 대한 아련한 향수와 삶의 현실 속에서 오는 고단함이 때론 삶의 무게로 다가올 때가 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즐거움과 설레임, 그 속에서 만나는 수많은 생각과 사람들, 기다림 속에 완성 되어지는 새로운 생명 공간의 탄생인 건축의 매력과 즐거움이 자꾸만 잊혀 가는 듯해서 아쉬움이 커져만 간다.

아날로그적인 감성보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SNS의 발달로 인한 무한 네트워크 된 듯 한 세상과 쏟아지는 정보량에 발맞추어 초고속으로 변해가는 사회 속에서 인간성의 상실감이 위기로 다가온다. 그나마 나의 친구이자 연인 같았던 건축 또한 이제는 권태기를 넘어 파혼의 위기를 겪는 사람들처럼 위태해져가고 있다. 소규모 건축물의 설계와 감리가 분리되면서 오는 제도적 혼란감, 일거리 감소에 따른 건축인들의 무분별한 약육강식의 본능은 지켜야 할 기업윤리와 도덕성 및 최소한의 양심의 소리에도 불문하고 생존의 법칙에만 의존하는 듯하다. 불혹의 느즈막 나이 앞에서 살아 가야할 삶에 질문을 던져본다.

“나는 누구인가?”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 갈 것인가?”
“후손들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가?”

“penke nia, pana njia”-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아직도 이 세상에는 꿈을 이루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땅에서의 편안한 삶을 접어두고, 살아온 환경도 언어도 다른 척박한 곳에서 뜻한바 소명의식을 가지고 한국의 문화와 정체성을 심으려 도전하는 사람들, 그들이 사랑하는 가족이고 선후배 일 때는 참 많은 격려와 위로가 된다. 작년 5월 제1기 대구미래여성아카데미를 하게 된 것은 현실의 문제에 대한 또 다른 도전이었다. 여러 분야의 전문인들과의 만남 속에서 대구의 옛 문화와 정서를 만나고, 제주의 아름다움과 상해라는 도시체험, 그리고 각 분야의 명사들과의 만남은 남은 나의 삶의 방향에 아름다움을 새 길수 있는 길을 줄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2012년에는 우리 모두가 주어진 삶을 새롭게 사랑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현실의 위상을 새롭게 세우기 위해 나 자신부터 환골탈태의 자세가 필요하다. 자신과 가족을 넘어 동료와 이웃을, 조국과 지구촌 곳곳에 흩어져 있는 한민족 공동체와 더불어 지구촌을 함께 고민하고 돌아보는 해가 되길 소망해본다. “인생이란 무엇인가”의 저자 톨스토이는 행복하게 사는 것은 내적인 영혼의 힘이니 사랑과 인내로 살아가자고 했지 않은가. 건축문화가 만들어 내는 삶의 행태 변화에 우리가 민감하게 반응해야할 뿐 아니라, 사랑과 인내로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지수를 확대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다음 세대들이 건축 공간을 통해 우리의 얼과 정신과 역사를 말없이 향유하고 체험하고 그들 속에 품은 끼들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이것은 이 길을 걷는 자들의 숙제요, 책임일 것이다. 이것은 한국 속에 갇힌 공간이 아닌 세계로 나아가는 열린 공간이 될 것이며, 곧 세계 문화와 만나고 하나가 되는 접촉점이 될 것이다. 열려있는 건축 공간, 생명의 공간을 통해 온 세계는 다양한 문화 속 에서도 결국 하나의 삶의 공간으로 만날 것이다.

나는 꿈을 꾸고 또 꿈을 꾼다. 남쪽 땅 끝에서 북녘 땅 끝으로, 만주벌판을 거슬러 실크로드로 이어지는 생명 공간과 열린 문화의 확대와 건축인 들의 새로운 기상으로 만들어지는 도시를 생각해 본다. 하나 된 조국 안에서 우리 민족이 누릴 행복과 자존감을 생각 할 때는 오늘의 난관을 이겨낼 새로운 소망을 올해도 갖게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건축사들이여! 영.원.하.라!(영혼이 살아있는 우리, 원하는 바 뜻대로 건축을 사랑하여, 하늘 아래 생명의 공간을 창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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