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안의 혼인잔치는 예수가 생애 처음으로 물을 포도주로 만드는 기적을 보인 것으로 유명하다. 그 어머니 마리아가 잔칫집에 포도주가 떨어진 것을 보고 예수께 권하자 물독에 가득 채운 물이 최고의 포도주로 변하여, 하객들로 하여금 ‘처음보다 나중에 나오는 술의 맛이 더 좋은 경우가 어디있는가’ 라고 반문하게 만든다.
초나라 장왕이 어느 날 신하들과 함께 잔치를 벌이던 중 바람에 촛불이 꺼졌다. 그 때를 기회로 누군가 애첩의 몸을 더듬자, 그녀는 그의 갓끈을 당겨 끊어 버린 후 벌주기를 청했다. 그러나 장왕은 불을 다시 켜기 전에 모든 신하의 갓끈을 끊으라고 지시하였다. 후에 진나라가 침범하자 목숨걸고 장왕을 지킨 장웅이란 신하에게 그 연유를 묻자 그 때 갓끈을 끊은자가 자신이었다고 고백함으로서 이를 절영지회라 부르고 있다.
잔치란 기쁜 일이 있을 때에 음식을 차려 놓고 여러 사람이 모여 즐기는 일을 일컫는다. 그렇기에 혼인이나 생일잔치, 과거에 급제한 자가 집에서 베푸는 도문잔치, 노인을 위한 경로잔치가 있어왔고 ‘잔치 보러 왔다 초상난다’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다’는 등 많은 속담들이 생겨났다.
파티를 잔치로 순화시켰는데도 요즈음은 파티란 단어가 더 많이 쓰이며, 만화 캐릭터나 유명인의 분장과 의상으로 참여하는 코스튬 파티, 한국적 합성어인 쫑파티 등이 일상어로 정착된 상태이다. 또한 특정계층이나 멤버를 위한 VIP파티는 제품홍보 등 기업컨설팅 차원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 모 호텔 멤버들을 위한 파티에는 명품들로 준비된 협찬품들이 넘쳐나 행운권 추첨시간이 너무 지루하게 느껴졌다는 소식도 들린다.
대한건축사협회는 금번 회장 이취임식을 직원과 임원만으로 치루던 것에서 탈피하여 전 건축계는 물론 정관계까지 포함하는 만찬형태로 바꾸었다. 이 자리에는 건축 3단체장은 물론 여타 건축 관련 단체장들과 원로 중견 멤버들이 모여 축하와 동시에 건축계 현안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다. 특히 최근 화두가 되어 잇는 건축사통합문제는 돌이킬 수 없는 명제라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일체감까지 이루는 모습들이었다.
세계경기의 불황으로 어려운 때에 무슨 잔치냐고 걱정하는 분들도 일부 있으나 간소한 부폐로 차린 잔치에서 이렇게 건축계가 한목소리로 융합될 수 있다면 이는 큰 크나큰 성공이며 계속 전통으로 계승되어야 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