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최고의 명군으로 꼽히는 당 태종은 수나라의 망국 원인을 거울삼아 근검절약에 앞장섰으며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고, 공신을 존중하면서도 신예를 발굴하여 적절히 균형을 유지함으로서 훈구파의 득세를 견제하였다. 또한 영토를 넓히고 고구려를 제외한 주변국들을 복속 시켰다. 그러나 그의 진면목은 신하들에게 ‘가차 없이 잘못을 지적해 달라’는, 간언 장려책에 있었다.
위징은 원래 형인 황태자의 신하였으며, 그 밑에 있을 때 태종의 도모를 건의했던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종은 그를 중용했고, 그는 거침없이 간언했다. 얼마나 간언이 심했던지, 간언을 장려했던 그조차 위징을 죽이려고 했었다. 어느 날 태종이 위징에게 ‘소원이 있으면 말하라’하자 ‘신으로 하여금 충신이 아닌 양신이 되게 해 주소서’라고 했다. 양신과 충신에 대하여 묻자 ‘요순의 태평성대에 보좌한 자는 양신이요, 걸주의 폭정에 간하다 죽임당한 자는 충신’이라 답하였다.
위징은 죽음에 이르러 태종에게 태자를 폐하지 말 것과 고구려를 침공하지 말 것을 유언으로 상소했다. 태종은 식음을 폐하고 울면서 ‘누가 앞으로 위징과 같이 간언할 것인가’ 한탄하였다. 그러나 위징 사 후, 그는 태자도 폐하고 고구려정벌로 양만춘에게 눈이 꿰뚫리고 패주를 하게 된다. 번성과 번영은 간언을 달게 듣는 리더의 포용력과, 죽기를 각오한 신하의 간언이 합쳐져야 가능하다는 것을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 이는 리더의 덕(德)과 신하의 용(勇)이 지(智)에서 합일될 때 가능한 것이다.
손자병법은 용장이 지장만 못하고 지장은 덕장만 못하다고 하며, 사마천은 사기열전에서 재승덕(才勝德)을 말하고 있다. 재주가 지나쳐 덕을 넘어서면 오히려 화근이 된다는 말이다. 지혜는 남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나 덕은 스스로의 수련에 의한 것인지 아닌지를 불문하고 몸에 밴 것이어야 한다. 그러기에 선조들은 ‘덕불고(德不孤)’를 말하면서, 자녀들의 덕을 함양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이를 이덕, 삼덕, 사덕, 십덕(十德)으로 나누기도하였다. 원형이정(元亨利貞)이나 인(仁) 지(智) 예(禮) 의(義) 신(信) 그리고 플라톤의 현명, 강의(剛毅), 절제, 정의는 모두 덕에 대한 정의이다.
불과 한 달 여 뒤면, 2년간 대한건축사협회를 이끌 회장을 선거한다. 사상최대의 회원들이 후보로 나선다 한다. 어차피 회장이 되면 관례에 따라 이사 위임권이 부여될 것이다. 간언하기를 두려워 않는 강직한 이사를 기용하고, 토끼처럼 큰 귀로 이를 경청할 수 있는, 큰 덕을 갖춘 후보가 누구인지 잘 선택하여 박수 받고 퇴임하게 하는 것이 대의원의 의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