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지 편찬위원장 맡게 된지 8개월 정도 지난 것 같다. 예전에 건축사지 편찬위원을 한 적이 있어 낯설지는 않다. 그리고 건축가협회에서 편찬위원 및 위원장을 아주 오랫동안 했기에 책을 어떻게 만들어야 된다는 생각은 아주 예전부터 정해져있었다. 그리고 미국건축가협회(AIA)에서 정기적으로 나오는 아키텍츄랄 레코드가 하나의 아이디얼 한 목표로 되어있었던 것도 분명한 것 같다.

건축가협회지는 예산상의 제약이 있어 한때는 인터넷 즉 웹상으로만 존재한 적도 있었다. 그동안 실제 손에 잡혀지지 않는 책이 웹상으로 아무리 화려해도 만져지지 않는 책의 감촉이 마치 죽은 사람의 영정을 보는 것과 같음을 알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건축사지는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매달 정기적으로 나오는 힘이 있다.

이제 세련된 포장으로 우아하게 책을 만들면 된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매일 접하는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소위 조중동 3개지를 숙독한 적이 있는데, 여기서 알게 된 중요한 사실이 있다. 아무래도 조선일보의 열독자라 그런지 조선일보를 다 읽은 후에 중앙이나 동아일보를 읽게 되면 막 넘어가게 된다. 이유를 곰곰이 따져보니, 필진의 화려함 중량감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건축사지에도 칼럼이나 시론 등 무게감 있고 중량감 있는 인사들의 글이 실려야 될 만한 이유다. 그렇다고 새내기 건축사나 지명도 없는 건축사의 글을 게재하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들은 자발적으로 어떤 소재에 대해 글을 쓰겠다고 하면 된다.

그래서 칼럼이나 시론도 일반대중이 잘 아는 중량감 있는 인사의 글도 개재하려고 한다.
그리고 또 가장 주력하는 부분이 아무래도 회원작품 코너이다. 한 달에 몇 개 소량의 전국건축사들의 작업의 결과를 개재하게 되는 코너이다. 어떤 때는 실릴 작품이 없어서 어디 없는가하고 주위를 둘러보고 실제로 지어진 건물의 설계자가 누구인지 찾아내어 개재하게 된 경우도 있다. 제한 된 페이지에 더구나 없는 예산에 칼라로 개재하게 되는 가장 비싼 지면이다. 항공기로 말하면 비지니스석에 해당한다. 여기에 몇 달 지나면서 한 가지 생긴 잠재적인 내부규칙이 생겼다.

회원작품은 일단 받아 위원회에 상정한다. 작업의 결과가 객관적으로 보기에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게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작업의 결과는 결국 건축사진으로 귀착되는데 어떤 경우는 누가 촬영했는지는 몰라도 사진 질이 너무 떨어지는데도 마음약해 게재한 경우 출판되었을 때 전문 건축사진가가 찍은 타 작품과 너무나 비교되어 본인에게 권하여 재촬영을 부탁한 후 사진 질을 높인 후 개재하기로 하였다.

또 한 번은 모건축과교수분이 “건축사지에는 회원이면 누구나 신청만 하면 게재해주나요?” 하고 묻는 것이었다. 마침 그 달 게재 분 중에 작업성과도 뛰어나지 않고 사진 질까지 열악한 작품이 게재된 것을 기억하고 있던 본인은 그 이유를 묻게 되었다. 건축문화, 공간, 플러스 등의 일반잡지에 개재된 것은 교수평가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되지만 기관지에 게재하는 것은 교수평가에 실제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점이 더욱 회원작품란에 게재하는데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라는 말로 삼게 되었다.

건축사협회에서 주관하는 한국건축문화대상이 성대하게 진행되고 출품작 중에 제한된 몇 개가 수상의 영광을 갖게 되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바라건대 건축사지 회원작품 코너에 게재된 일 년간의 작업들 중에서 수상작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만큼 여타 건축 잡지에는 실리고 건축사지에는 별로 싣고 싶지 않은 곳이 되면 안 될 정도로 일반잡지에 대한 경쟁력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얼마 전 P건축 잡지기자와 주고받은 말을 옮겨본다.

“요즘 건축사지 어때요? 예전보다 나아진 것 같아요. 그런데 저희들은 건축사지가 나아지면 안 좋아요. 우리 잡지가 훨씬 좋아야 됩니다.”

우리 건축사지가 분명한 경쟁력을 가져야만할 대목이라는 반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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