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학창시절, 학교에서 주는 상이라야 우등상과 개근상 정도였다. 그렇기에 자식 중에 어쩌다 우등상이라도 받으면 안방 벽장문에 상장을 붙여 놓아 은근히 이웃들에게 자식자랑을 하던 어머니들도 있었다. 근년에는 미술 · 음악 · 체육 등 예체능분야는 물론 선행, 저축 등 상의 종류를 많이 만들어 전학생이 1년에 한개 이상 상을 받도록 하는 학교도 있다고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내일을 희망으로 살게 하기 위한 북돋음으로, 상찬하는 일은 참으로 좋은 발상이다.

문명이 발전하고 세상이 다기화 되면서 분야별로 많은 상들이 제정되었다. 유네스코에서 문맹퇴치에 공헌한 분께 주는 세종대왕상은 한국인의 어깨를 으쓱거리게 만들고, 중국 민주화의 불씨가 될지도 모르는 류 사오보의 노벨평화상처럼, 세계 최고의 권위와 영향력이 있는 상도 있다.

‘올해의 건축문화인상’은 한국에서 건축인에게 주는 최고 권위의 상이다. 이는 이 부문에서 국내 유일이라는 것과, 심사위원에 민관이 고루 참여하며 특히 건축3단체의 위원수가 같아 주최, 주관기관의 영향 없이 공정하게 선정되기 때문이다. 또한 건축계에 대한 수상자의 공헌, 특히 최근 2년간의 활동사항이 두드러진 분에게 수여하는 것으로 작품상과 구별되고 있다.

금년으로 7회째를 맞는 이 상은 국토해양부장관상으로 최고 권위에 걸맞지 않는다하여, 대통령상으로 격상을 수년간 걸쳐 건의하였다. 그러나 정부는 이 상이 건축문화대상 속에 포함된 바, 대통령상이 한 행사에 너무 많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통령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차제에 FIKA(건축단체연합)가 수여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 상의 권위는 수상자들의 면면과 공정성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은 미국의 변호사로서 하얏트호텔 체인으로 유명한 사업가 프리츠커가 주는 상이다. 정부도 건축단체도 아닌 개인이 주는 것이지만, 국적 · 인종 · 종교 · 이념을 떠나 오직 재능과 비전 및 인류에 대한 장래의 약속을 중점으로 생존 건축사에게 주는 상으로, 31년의 역사와 수상자들에 의해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건축계 최고의 상이 된 것이다.

금년도 ‘올해의 건축문화인상’은 건축을 위시한 예술공간단지를 직접 조성하고 있으며, 건축사가 주인공인 TV 드라마 ‘개인의 취향’의 메인 스폰서가 된 이순조 건축사가 선정되었다. 이런 일은 건축사로서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것이다. 필생의 목표인 다암예술원이 예정대로 개원되어 건축계는 물론 예술계 전체를 영롱한 빛으로 밝혀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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