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은 컴퓨터 시대다.
컴퓨터가 모든 일을 다 해내고, 컴퓨터가 없으면 단 하루도 살 수 없다. 특히 인터넷으로는 못하는 게 없다. 쇼핑, 은행업무, 게임, 오락 등 우리가 하고자 하는 거의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다. 건축도 예외가 아니다. 컴퓨터가 등장함으로서 설계 등 건축의 모든 분야에서 혁신적인 변화가 왔다. 도면작성이나 도면의 보관과 관리, 관련된 업체와의 도면이나 자료의 전달 그리고 전자입찰에 이르기까지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 법규나 건축정보 등 궁금하거나 모르는 것이 있으면 컴퓨터를 두드리면 된다. 두터운 건축법규 책을 살 필요도 없고 일일이 책을 뒤적일 필요도 없다. 그냥 검색창에 치기만 하면 알라딘의 요술램프처럼 모든 게 다 나온다. 또한 인터넷은 단순히 정보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 홍보를 하고 수주를 하는데 대단히 유용하게 이용되기도 한다. 홈페이지, 카페, 블로그, 이메일, 쪽지, 문자 등 다양한 홍보 수단이 있다. 이 가운데서도 카페와 블로그, 이메일, 쪽지, 문자 등은 큰 비용을 들이지도 않고 쉽게 홍보를 하고, 수주까지 할 수 있게 한다. 특히 이제 인터넷은 건축전문인들 뿐 아니라 일반 건축주들에게도 자신들의 건축을 위하여 대단히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요즘 필자가 관심을 갖고 있는 인터넷 카페가 있다. 이 카페는 어느 건축주들의 모임을 위한 것인데 여기서는 ‘건축혁명(?)’이라고 불릴 정도로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곳의 회원들은 친구나 동창 등 아는 사이들이 아니다. 단지 어느 신도시의 대지를 분양받은 사람들로서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에서 만나 자신들의 건축을 위하여 이 카페에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좋은 건물과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한 웍샾을 하고, 설계자를 선정하기 위해 별도의 모임을 만들어 건축가를 평가하여 마을마다 Master Architect와 자신의 건물에 대한 설계자를 선정하는가 하면, 건축 등에 대한 각자의 아이디어들을 카페에서 논의하기도 한다. 때로는 불합리하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지구단위지침 등의 건축규정에 대하여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규합하여 해당기관에 시정을 요구하기도 한다. 또한 조화로운 건축과 경제성을 고려하여 공동설계·공동시공을 모색하기도 한다.
건물을 짓기 위한 주요자재인 창호나 각종가구 등을 공동구매 함으로서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건축을 시도하고 있기도 한다. 누군가가 궁금하고 잘 모르는 문제에 대하여 질문하는 글을 올리면 전문가 못지않은 여러 사람들이 즉시 답을 해서 궁금증을 해소해 주는가 하면, 각자가 알고 있는 각종 건축 관련 정보들을 올려 전 회원들이 공유하다보니 이들의 건축수준은 전문가가 무색할 정도다. 또한 각자의 설계나 공사경험 그리고 자신의 건물에 대한 설계 작품과 시공과정, 심지어는 공사비나 계약관계 등의 자료를 공유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일들은 인터넷이라는 그리고 회원들만 공유할 수 있는 카페의 특성이기도 하다.
거기다 의미 있는 일은 카페를 통하여 각종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가상공간이지만 만나기 쉽고 전하기 쉬운 인터넷이라는 특성을 살린 대단히 효율적이고 놀라운 방법으로 이러한 캠페인 가운데는 건물을 어떻게 짓자 라는 것에서부터 주차는 각자의 대지에서 해결하고, 도로에 주차하는 일은 없도록 하자는 주차캠페인까지 다양하다.
이러한 일련의 일들이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을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는데 하나하나의 일들은 지금까지의 건축 상식으로 볼 때 대단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건축혁명(?)이라고까지 말하는 것은 이 모든 일들을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평소 아무런 관계도 없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인터넷에서 모여 자신들의 주장과 권리를 찾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들은 재건축 등을 위한 조합도 아니다. 더욱이 조합장이나 총무 등과 같은 조직이나 리더도 없다. 그러나 여느 조합이나 조직보다 참여도나 관심도 등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그것은 바로 시간과 거리를 초월하여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인터넷의 특성 덕택으로 지금까지의 활동과 결과만으로도 대단히 놀랍고, 앞으로 건축이 본격화될 때 그리고 이들이 입주하여 살아가는 과정에서 이 카페는 지금보다 훨씬 더 놀라운 일들을 이루어 낼 것이다. 이러한 모든 일들이 컴퓨터와 인터넷이라는 것을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는데 지금까지의 건축 관행으로 볼 때 가히 건축혁명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