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서울’이라는 도시는 화려한 불빛과 함께 빼곡히 들어선 마천루의 도심이다. 한강을 중심으로 자연과 함께하는 강북도심개발이 진행되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도회적인 느낌만이 서울을 대변하고 있다. 시골스러운 좁은 골목길의 모습은 한 참 후에나 떠오르는 영상이다.

이런 서울에 대해 애뜻함을 우려낸 재미있는 책이 나왔다. 서울의 골목과 도심 구석구석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옛 서울을 술술 넘어가는 구름처럼 간결한 글솜씨로 풀어낸 책이다. 지금 사라져가고 있는 아쉬움 어린 피맛골이나 종로통, 개발과 함께 우리 곁에서 변해버린 난곡, 뉴타운의 외로운 골목길 정경, 급속한 시간의 상상 속에서 기대와 달리 변하는 홍대 앞 정경과 당인리발전소, 이런 정경을 저자 자신의 삶의 시각과 함께 녹아내고 있다.

수채화는 보고 있으면 마음을 서서히 정화시키는 재주가 있다. 수채화가 곁들여진 책은 맑은 글귀와 함께 더욱 그렇다. 책을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켜 준다. 서울풍경화첩. 이 책에서 저자는 서울풍경의 지난 10여년 세월을 보여주고 읽어준다. 마음 한 쪽이 쪽빛으로 스물스물 물들도록 말이다.

책 몇 장을 넘겨보면 누구지? 저자가 궁금해진다. 이 책의 저자는 건축을 전공하고 건축을 업으로 하는 부부이다. 이들이 그려낸 서울은 대도시의 영상을 품고 있는 서울이 아니라 서울이라는 시골을 향유하고 있는 서울이다. 이 책에서 서울은 이 도시를 살고 지나고 흔적이 되어버린 사람들과 내가 사라졌다 나타나곤 한다. 그리고는 땅과 도시가 마음과 함께 넘실넘실 춤을 춘다. 삶의 길 속 풍경이다.
지하철을 오가며 버스를 타고 다니며 저자의 시각을 들여다보는 묘한 운치가 기대되는 책이다.

▲ 지붕들 ⓒ 임형남

저자: 임형남/노은주
출판사: 사문난적
면수: 244p
가격: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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