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26일은 안중근의사의 하얼빈 의거 100주년과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 30주년이 겹치는 날이었다.

안 의사는 거사 후 “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한 것은 대한제국의 의병 참모중장으로서 의무”라고 말하고, 민 황후 시해와 한국황제 폐위를 필두로 일본천황의 아버지 태황제를 죽인 것 까지 15개 죄과를 진술했다. 일본검찰관이 놀라면서 “이제 진술하는 말을 들으니 참으로 동양의 의사이니 반드시 사형 받을 일은 없겠다”라고 했다. 그의 동양평화론은 일본의 지도하에 한중일의 공영공존을 주장한 것이며, 의병활동 시 일본군 포로를 만국공법에 의해 놓아준 것 또한 평화주의자로 교리에 충실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당시 천주교 조선교구장인 뮈델 주교는 10계명에서 금한 ‘살인’에 억매여 안 의사의 마지막 고백성사와 미사요청을 거부했다.

안 의사는 ‘93년 김수환 추기경의 “일제의 무력침략에 대항하여 나라지킴을 위해 이 땅의 국민들이 자구책으로 행한 모든 행위는 정당방위로 봐야한다”라는 말로 비로서 신원 되었고, 금년에는 한중일 3국의 천주교회가 연합하여 미사를 드렸다. 정진석 추기경은 이날 ‘안 의사가 주장한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평화가 아니라 창조질서 보존과 공동선의 추구였다’고 말했다. 관점에 따라 죄 지은 살인자가 성도로 바뀐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종교적 관점이 아닌 경제적 치적과 정치적 독재라는 관점에서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공과에 대하여 극과 극을 달리는 평가가 상존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남아 있다.

며칠 전 모 일간신문의 ‘나쁜 부자들’기사는 ‘BMW타는 건축사’로 시작하여 ‘35억여원의 체납액 중 건축사가 15억여원을 차지한다’는 내용이 말미를 장식 했다. 기자의 눈에는 ‘모든 건축사가 BMW탈 정도로 부자인데 국민연금은 제일 많이 안내는 ’나쁜 부자들‘의 대명사로 비쳤을 것이다. 그러나 최고의 전성기를 누려야할 개업 13년차 48세 건축사의 1/3이 월수 200만원 미만이고 85%가 부채를 안고 있다(본보 9/16)는 사실, 그래서 안내는 것이 아니라 못 내고 있다는 실상은 몰랐을 것이다.

기사대로라면 건축사의 위상을 추락시킨 ‘BMW 건축사’는 정말 ‘나쁜 건축사’이다. 그렇다면 징계해야하는데 징계권도 없는 현실이다. 편견과 관점의 차이로 갑자기 나쁜 건축사가 되어버린 수많은 불쌍한 건축사들은 집에서 눈칫밥 먹고 어디에서 하소연해야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