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화재 여파…정부, 고층건물 건축외장재·소방시설·피난·방화설비 등 안전점검

▲ 6월 14일 새벽(현지 시각) 대형화재가 발생한 영국 런던 그렌펠 타워

최근 대규모 인명 피해를 낸 영국 런던 고층아파트 화재가 국내에도 사회적 경각심을 다시 일깨우고 있다. 6월 14일 새벽(현지 시각) 영국 런던의 24층 높이 임대아파트 그렌펠 타워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했다. 저층에서 발생한 불이 30여분 만에 건물 전체로 번지게 된 이유로 스프링클러 미설치와 가연성 외장재 때문인 것으로 지목됐다. 현지 언론은 1974년 준공된 이 아파트에 스프링클러가 전혀 설치되지 않았으며, 2016년 리모델링에서 알루미늄 합성피복 외장재가 사용됐다고 전했다. 이 같은 가연성 외장재가 비용절감을 이유로 영국 전역에 공공연히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런던 캠던구청은 그렌펠타워에 사용된 외장재와 같은 제품을 쓴 것으로 조사된 아파트 650여 가구에 주민 대피령을 내렸다.
런던 화재 여파로 우리나라 화재 안전점검에도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화재안전 대책 마련에 나서면서 고층 건축물 화재안전 민·관 합동회의를 6월 21일 갖고 ‘고층 건축물 화재안전 종합 개선대책’을 8월말까지 마련키로 했다. 이날 ▲건축 ▲소방 ▲재난관리 등 분야별 학계, 전문가와 지자체가 참여하는 ‘고층 건축물 안전개선 기획단’(단장 국민안전처 안전정책실장, 이하 기획단)이 구성됐다.

◆ 전국 고층 건물 3200여개 건축외장재·소방시설·피난·방화설비 등 안전점검

기획단에는 각 분과별로 국토부와 안전처의 국장(급)이 부단장을 맡고, 담당 과장과 건축사를 포함한 민간 전문가, 자치단체 재난부서 및 소방관서 담당 공무원 등이 참여해 분야별 개선과제를 발굴, 종합대책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전국 30층 이상 고층건물은 3,266개소로, 이중 50층 이상 초고층건물은 107개소다. 정부는 고층건축물 화재예방을 위해 안전 분야 관계부처 합동으로 건축 외장재, 소방시설, 피난·방화설비 등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건축물별 용도 및 이용자 특성에 맞는 화재 시 대피요령이나 초기 대응방법 등을 교육하고, 인테리어 공사 등 화재위험 작업 시에는 사전허가제를 운영해 건축물에 대한 화재발생 요인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 건축정책과 이경민 사무관은 “국내 건축물은 특히 공동주택의 경우 벽식구조로 되어 있고 외부 마감재 없이 콘크리트에 바로 도색하는 경우가 많아 이번 런던화재처럼 외벽을 타고 불이 확산되진 않는다”면서 “우리나라는 건축물의 구조적 기준이 강화되어 있고 화재 확산을 방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만, 입주민들이 건물에 설치된 안전설비를 원칙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면서 “아파트 계단실 방화문을 열어놓거나 발코니 대피공간을 창고로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건축법 시행령’, ‘건축물의 피난·방화규칙’ 등 관련 법 개정으로 6층 이상 건물 외벽에 불연·준불연 마감자재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영국보다 스프링클러 등 소방설비 규정도 강화돼 있지만 고층건물뿐만 아니라 소규모 건축물 안전점검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또한 건축사가 아닌 무자격자가 인테리어 대부분을 도맡아하고 있는 실정은 안전 사각지대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영훈 대한건축사협회 법제위원장은 “고층건물은 물론 화재안전이 취약한 소규모주택도 안전점검이 필요하다”면서 “6층 이상 건물은 외벽에 불연자재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고 방화구역과 피난공간이 대부분 마련돼 있으나, 소규모 건축물은 상대적으로 화재 안전에 취약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 건축물의 인테리어 변경을 건축사의 자문을 받아 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자격자가 주로 하고 있어서 소방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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