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도 재능기부를 통해 현장 봉사에 참여하자
경북 경주의 양동마을과 안동의 하화마을이 지난 8월 1일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제34차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위원회에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는 영광을 안았다. 그간 한국은 9건의 세계문화유산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한마을 전체가 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우리는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축하하며, 특히 건축사로서 가슴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그간 한국인들은 동서유럽을 여행하면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그들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마을과 고성들에 찬탄하였다. 이러한 문화유산은 식민지인 마카오에도 있는데 우리는 단 한 개도 보유하지 못하였기에 부러움 또한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번 세계문화 유산 등재는 당초 두 마을이 서로 떨어져 관리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을 국제기념물 유적협의회가 지적하여 유보되었던 것인데 정부당국과 지자체들이 신속하게 공동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신속하게 대처하였고, 4대강 사업의 하회 보(湺)도 포기하는 등 민관이 애쓴 결과여서 그 의의가 더 크다 하겠다.
문화재청은 이번 쾌거에 대하여 “두 마을의 주거 건축물과 정자(亭子), 정사(精舍), 서원 등 한국 전통건축의 조화로운 배치와 과거 조선시대의 주거문화를 잘 보여주고 있는 사례로 평가받아 등재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미 잘 아는바와 같이 두 마을은 ‘개척 입향’과 ‘처가 입향’이라는 마을형성의 근원부터 대조되며 수 백 년의 가풍과 시세풍속이 계승되고 하회탈춤처럼 특유의 전통유희가 이어져오고 있다. 또한 풍수지리학에서 말하는 길지 중 길지로 꼽히고 있으며, 마을자체가 생산 공간인 농경지와 주거지 그리고 교육, 휴식 등을 위한 공간으로 구분되어 있는 등 건축과 더불어 최상의 요건들을 구비하고 있다. 특히 하회마을의 풍산 유씨 종택인 양진당과 서애 유성룡의 생가인 충효당, 양동마을에 있는 이언적의 향단과 독락당, 관가정, 무첨당 등 보물로 지정된 가옥만 6채가 되며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된 건축물만도 하회마을 9건, 양동마을에 12건이 있다.
하회마을은 엘리자베스 영국여왕과 전 미국대통령인 부시 부자가 다녀간 후, 외국인 방문객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이제부터는 더욱 많은 외국 관광객이 두 곳을 찾을 것이다. 관광과 이에 부수되는 교통, 숙박, 기념품 등의 관리와 개발은 민관이 지혜를 짜내 잘 하리라 믿는다. 다만 한 가지 우리 건축사들도 전문지식의 사회 환원 차원에서 관광객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즉 매주 일정 요일이나 시간을 정해놓고 ‘건축사와 함께하는 마을관광’ 의 안내를 맡아 집의 역사뿐 아니라 구조, 장단점, 한옥의 특성, 배치관계 등 전문적인 지식을 해설함으로서 한국건축의 우수성을 널리 알 릴 수 있는데 앞장 설 수 있도록 해당 시도건축사회와 주관하고 본 협회가 후원하며 지자체와 정부의 협조를 구하면 좋을 것 같다. 처음 맞은 경사에 기꺼이 참여하여 건축사의 위상을 높이고 봉사의 기쁨을 나누는 대한건축사협회가 되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