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의 대학원 시절, 전통건축을 전공하면서 현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인 정명원 교수의 부친인 정인국 교수를 지도교수로 하여 ‘한국의 누정건축’이란 논제를 결정했는데 갑자기 타계 하셨다. 결국 비전공교수를 명목상 지도교수로 삼고 이후부터 동가숙 서가식의 동냥 지도를 받으면서 논문을 쓰기 시작하였다. 이 때 등사판 고건축용어집 등 전통건축의 기초적인 자료를 많이 준분이 목수 신영훈 선생이다.
그를 비롯한 몇 분이 추사 김정희 선생의 예산고택 출장이 있다하여 따라간 적이 있었는데, 당시만 해도 교통편이 안 좋아 온양온천에서 하루를 묵게 되었다. 여관방 대화 중 문화재 보수 이야기가 나왔는데, ‘옛날 000는 문화재로 지정된 ** 건물의 기와가 낡아 비가 새기 때문에 교체 공사를 하게 되었는데, 공사는 하지 아니하고 황토 흙을 기와 위에 뿌린 후 빗자루 질을 하여 모두 새로 교체한 것처럼 사진 찍어 공사비 타먹었다는 말을 들었다’ 면서,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보수한다고 엉터리로 만들어 놓은 것 보다는 오히려 손을 안댄 것이 지금 보수하는데 더 낫다.’고 하였다. 이 때가 1975년도쯤이니 아마도 옛날이라면 1950년대나 1960년대 초가 아닐까 한다.
‘문화재’란 고고학·선사학·역사학·문학·예술·종교·민속·생활양식 등에서 문화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하는 인류 문화 활동의 소산으로 정의하고 있다. 한국은 많은 문화재 중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인류문화유산에 석굴암 불국사, 해인사 장경각, 종묘, 창덕궁, 수원화성, 경주역사유적지구, 고인돌 유적, 조선왕릉을, 기록유산에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직지심체요절, 승정원일기, 조선왕조의궤, 해인사 대장경판, 동의보감을, 무형문화재로는 판소리, 강릉단오제, 강강술래, 남사당놀이, 처용무, 영산제 등이 등재돼 있다. 유형문화재 8개 중에 5개가 건축물인 것이다.
문화재청은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 실측 설계 기술자가 감리해야하는 것을 보수기술자도 감리할 수 있도록 입법예고 하였다. 감리는 건축법, 건축사법, 건기법, 주촉법 어느 곳에도 건축사가 주가 되고 기술사들이 부가되어 있는데, 이런 전공교육 없이 누구나 응시하여 합격할 수 있는 보수기술자가 아무런 경력 없이도 감리할 수 있다는 것은, 뭔가 이면이 없는 한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 자그마한 사리가 자칫 돌이킬 수 없는 문화재 손실로 이어지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 문화재청은 국가와 인류의 백년대계를 생각할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