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시행규칙 입법예고안」문제점 많아
실측·설계기술자는 건축사만 응시자격
보수기술자는 학력제한 없어
문화관광부 산하 문화재청이 지난 5월 4일 입법 예고한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귀중한 문화재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어 건축사협회, 건축학회, 건축가협회 등 관련 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은「문화재보호법」에 통합하여 규정하고 있는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사항을 따로 법률로 규정하여 문화재수리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 법률로써, 문화재수리에 있어 의무감리제도를 도입하고 과도한 하도급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또한 법률 ‘제2조 다목’에는 ‘문화재수리’의 대상을 지정문화재와 가지정문화재와 ‘주위시설물 또는 조경’도 문화재수리로 규정하고 있고 문화재수리를 할 때는 제38조에 의해 문화재감리업자가 감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은 2010년 2월 4일 제정되었고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2011년 2월 5일부터 시행 될 예정이다. 이러한 법제정 취지는 대단히 좋으나 입법예고 된 시행령과 시행규칙에서 건축사와 관련된 ‘감리업등록기준’(제17조 별표 8)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감리업 등록 기준(안)을 보면, ‘보수기술자 또는 실측·설계기술자 중 1인과 실측·설계, 보수, 단청, 조경, 보존과학, 식물보호기술자 중 1인을 포함하여 2인 이상’으로 되어 있으며, 감리업의 대표자는 보수기술자 또는 실측·설계기술자로 되어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전문성과 경력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는 실측·설계기술자와 보수기술자를 동일한 격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보수기술자나 실측·설계기술자는 모두 산업인력공단에서 시행하는 시험에 합격한 자에게 주어지는 문화재 관련 기술자자격이지만, 실측·설계기술자는 이미 건축사 자격을 취득한 자에게만 응시자격이 있는 반면, 보수기술자는 응시자격에 제한이 없다. 또 시험의 난이도에서도 차이가 난다. 개인적인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객관적으로 볼 때, 전문성과 경험에서 차이가 있음은 명백하다.
이에 대하여 건축 3단체는 최영집 대표회장을 통해 “건축기본법이 제정되어 감리에 대한 자격기준이 강화되고 있는 마당에, 건축사나 건축시공기술사처럼 적어도 5∼10년 이상 관련분야의 실무경력을 쌓지도 않고, 전공교육을 이수하지도 않은 보수기술자들에게 감리를 맡기는 것은 후진적인 법 개정”라면서 “이는 기능공도 건축감리를 할 수 있다는 것과 같은 것”이라며 공동의 대처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재 관련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는 모 실측·설계기술자는 “건축전반에 관한 전문지식은 물론, 전통건축에 대한 인문학적 지식과 경험이 검증되지 않은 보수기술자에게 감리업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열어준다는 것은, 이 법이 추구하고자 하는 전문성 확보와 품질 향상에 반하는 것으로,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가는 발상이다.”라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였다. 또 다른 모 실측·설계기술자도 “보수기술자는 기본적으로 설계나 감리를 하는 자가 아니라 시공을 하는 자로서 그 출신분포를 보면, 건축전공자도 일부 있지만 건축을 전공하지 않은 현장출신자 등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보수기술자가 감리를 한다면 감리의 품질은 떨어지게 되고 문화재 보존에 역행하게 될 것”이라면서 “감리는 단순한 시공감독이 아닌 설계 성과의 완성과정이며, 따라서 설계자 이상의 전문성과 경험을 갖춰야 한다. 문화재 공사의 특성상 문헌조사, 실측조사, 원형복원, 보존방법 강구, 수리과정 기록 등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데, 이에 대한 훈련과 업무능력이 부족한 보수기술자에 감리를 맡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잘라 말했다.
실측·설계기술자의 응시자격을, 건축 관련 자격의 백미라 할 건축사자격 취득자로 제한한 것은, 그만큼 문화재 복원, 수리의 중요성이 반영된 것이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계업무에 못잖게 중요한 감리업무를, 보수기술자에게 맡기도록 한 이번 시행령안에 대하여 “문화재청의 인식부족”으로 볼 수밖에 없다.
한편 대한건축사협회는 협회와의 충분한 의견수렴 기회를 마련하지 않은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전통건축문화의 보존에 대한 노력과 질적 향상을 위해, 문화재청은 물론 필요하다면 문광부, 국토부 등과 논의를 통해 이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