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집트 아부심벨 신전의 신상은 당시의 임금 람세스 2세를 조각했다고 한다.

여기서 멀리 떨어진 중국 산서성 운강석굴 제20호의 부처님은 당시 북위의 임금 문성제를 모사했다고 한다. 둘 모두 정말 크기도 하지만 얼굴도 잘 생겼다. 이처럼 미남만이 왕 노릇을 할 수 있다고 한다면 현재의 우리 MB는 대통령을 못 했을 것 아닌감?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표적 불상인 석굴암의 부처님은 누굴 닮았을까? 당시 재상 김대성이 조성했다고 하니 자신을 반영했을까? 아니면 그때의 임금인 경덕왕을 대상으로 했을까? 당시는 통일 전쟁 시기로서 귀족들은 모두 말 타고 칼을 휘두르며 체력 단련에 매달렸을 것이다. 따라서 그들이 반영했던 부처님은 모두 8등신이다. 허리가 잘룩하고 어깨가 떡 벌어졌다. 석굴암 부처님도 살이 통통하게 올라와 있지만 허리가 S라인인 8등신이다. 이때 가장 많이 조성했던 부처님이 철조여래좌상인데 모두 군더더기가 없고 쪽 빠져 있다.
마찬가지로 당시의 석등을 보면 군더더기가 없이 쭉 빠져 올라가고 등 받침도 경쾌하며 지붕은 날렵하다. 석탑을 보더라도 일체의 장식을 배제했으며 역학적으로 필요한 부분만 남겨서 깨끗하고 경쾌한 느낌을 준다.

(황수영, 한국미술전집, 1978)
그러나 시대가 떨어져서 고려 때가 오면 부처님이 볼에 살이 붙고 허리가 없이 통으로 쭉 내려온다. 후덕하게 보이긴 하지만 운동을 해서 단련된 몸매는 아니고 지적인 자혜로운 느낌을 준다. 힘이 센 부처님이 아니고 경율을 잘 지키는 덕스러운 분 정도이다. 결코 아름다운 몸매가 아니므로 장식을 하기 위해 모자를 쓰든가 몸에 목걸이를 매어 꾸미거나 수인(손동작)을 복잡하게 하여 사실보다 크게 만든다.
마찬가지로 이 시대의 석등은 구조적으로 약한 등받침의 볼에 살(턱)을 붙여서 두툼하게 만든다. 받침의 볼만 쳐질 수가 없으므로 지붕에도 곡을 둬서 역학적 무거움을 장식으로 감추려고 한다.
석탑 역시 마찬가지 경향을 보인다. 옥개석 아래 처마밑은 볼을 붙여서 구조적으로 약한 부분을 보강하는데, 이것이 외관상 무겁게 보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옥개(지붕)에도 도톰하게 곡을 두어 장식한다. 여러 가지 장식적 요소가 가미되는 것도 (석조가 갖는 단점 때문에) 구조적으로 약한 볼을 쳐지게 붙이는 것이 이쁘지 못해서 이를 감추기 위해 덧붙이는 것이다. 어떨 때는 이것이 서로 어울리지 못해서 보기 싫을 때도 있고 어떤 때는 장식 과다이긴 하지만, 기가 막히게 아름다울 때도 있다.
이것이 조선조에 이르면 아주 못 생기고 이상하게 생긴 분도 부처님 반열에 오른다. 주로 나한전에 배치되는 분인데 민중불교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의 건축은 기둥이 생긴 대로 된 것을 쓰기도 하고 석등도 형식이 전혀 다른 양식이 등장한다. 석탑도 양식에 없는 항아리 같은 것을 엎어 놓기도 한다.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건축물은 별로 없는 반면, 돌로 만든 부처님이나 석탑, 부도, 석등 등은 많이 남아 있다. 이런 예술품을 보고 있노라면 지금은 사라져서 볼 수 없는 과거의 건축미를 상상해 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 마찬가지로 오늘날 가까운 미래의 건축미를 상상해 보려면, 오늘날 어떤 사람이 가장 아름다운 미인의 기준으로 될까? 가 중요한 요소로 된다.
요즘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현대건축을 보면 백귀주행(百鬼晝行)의 기이한 현상을 본다. 그렇다면 미인도 코가 높고 귀가 뾰쪽한 우주인 같은 개성(?) 있는 사람이 아닐까? 영화 아바타가 인기를 끌었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 같은 세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