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하고 원칙과 기준을 지키는 건축계가 되길 바라며

몇 달 전 지명현상을 하면서 생긴 일이다. 몇몇의 설계사무소들이 진행한 작은 규모의 현상이었고, 최선을 다해 진행한 프로젝트였다. 열심히 진행하여 마감을 했지만, 우리사무소의 안은 순위 안에 들지 못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쉽기는 했지만, 당연히 ‘다른 사무소에서 더 해결을 잘한 안이 당선되었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날 공지된 심사평을 보고는 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선안은 현상설계 지침에서 안내된 부분을 지키지 않고, 질의기간 질의까지해서 “변경하지 말라”는 답신내용을 지키지 않은 안이 당선된 것이다.
더욱이 그 지침을 지키지 않은 것이 오히려 좋게 평가돼 만점으로 당선이 됐다. 공고된 지침이 이상하여 질의까지하면서 ‘기준을 지킨 다른 사무소의 안’보다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다르게 잘 해석하고 해결하였다고 하면서 만점이 주어져 당선이 된 것’을 보며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당선안이 지침의 잘못된 점을 지키지 않아서 더욱 장점을 잘 표현할 수도 있었겠지만, 지침을 어기고 더욱이 마감 시간을 지키지 않은 사무소가 어떠한 패널티도 없이 당선되는 것을 보고, 정말 앞으로 현상설계를 할 때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었다. 이를 이의 제기했지만, 주최 측에서는 “어쩔 수 없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하기도 했었고, (지침에 마감을 넘겨 늦게 내어도 패널티에 대한 내용이 없다고 하면서, 감점이 없었다는 말도 들었다.) 이에 참여한 다른 사무소들과 설계경기의 공정성 훼손 사유로 이의를 제기하고 지침과 법적규제에 입각하여 엄격한 재심사를 요청했다. 어렵게 재심사가 이루어 졌지만, 재심사에 지침을 어긴 당선안은 심사에서 제외되지 않았고 결과 역시 번복되지는 않았다.
물론 이의 제기를 통하여 재심사도 진행되었고, 주최 측 으로부터 “앞으로의 현상설계의 지침을 공고할 경우에는 여러 번 확인을 하고 심사위원들도 지침의 내용을 확인하며, 원칙과 기준을 정해서 정확하게 반영하겠다”는 확언을 받았다. 당시 심사에 이의 제기를 한 내용은 ‘설계지침을 위반하더라도 좋은 계획안이면 당선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설계경기의 공정성을 지켜서 기준을 보호하는 것이 더 중요한지’에 대한 문제이며, 앞으로 현상설계경기 시 어떤 방향으로 진행해야하는지 궁금하다고 알고 싶다는 내용으로 공문을 보냈었다.
대부분 소규모의 사무소들은 현상에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 마감하는가. 과연 공정성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 것일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 

앞으로 이러한 일들이 재발되지 않고, 보다 공정하고 원칙과 기준을 지키는 건축계가 되길 바라며.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