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법에 의하면 건축물의 설계와 공사감리 등의 업무는 건축사가 수행한다. 또한 건축사 책임 아래 건축사보 등 보조자의 도움을 받아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건축사 본인이 책임을 감당한다는 전제 아래 보조 인력에게 설계와 공사감리 등의 업무를 맡길 수 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업무대행의 가능함을 법령으로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업무대행 규정이 건축서비스산업 시장 건전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과거 물량 위주의 주택공급정책 속에서 건축사사무소로 밀려 온 건축인허가 업무량은 엄청났다. 연간 200여건의 건축허가를 대행한 사무소도 있었다. 창의적인 디자인과 양질의 설계 도서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과물의 미흡함은 설계 대가의 하락으로 연결되었고 이후 부족한 설계 대가를 메우기 위해서는 수주 건수의 확보가 필요했다. 이는 시장 악화 속에 사무소 연명 차원의 덤핑수주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건축사사무소 소속 고정인력의 축소를 유발했다. 내부의 고정인력으로 처리가 불가능한 대부분의 설계 등 업무가 외주처리로 진행되고 있고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한 일괄하도급 또는 임시 채용인력의 구인이 끊이지 않는다. 외부 인력 입장에서는 기존의 불합리한 근무조건을 벗어나 프로젝트를 골라서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고 건축사사무소 채용인력보다 나은 환경에서 업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건축사사무소의 인력채용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고 속칭 ‘나 홀로 건축사’와 ‘자격(면허)대여’를 양산하는 등 설계시장의 악순환은 지속되고 있다. 음성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자격대여’는 기준조차 모호해 적발이 쉽지 않다. 건설 분야도 마찬가지다. 일정 자격요건만 유지하면서 프로젝트에 따라 현장 대리인을 채용한다. 기술자를 상시 채용하고 있지 않은 중소건설업체가 수두룩하다. 면허대여를 비롯한 일괄하도급 등의 편법으로 인해 비정상적인 도급 및 위탁이 시장전체에 만연해 있다.
감리 시장의 정상화를 위한 정부, 학계, 업계, 연구소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적정업무기준, 적정대가기준, 적정계약서 등이 완벽하게 마련되어도 자격대여 등의 시장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 했다. 비정상적인 시장의 정상화는 일부의 노력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강제성 있는 장치의 마련이 정책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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