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 년 만에 처음이라는 4월 추위가 눈까지 쌓이게 해 야구경기가 취소되는 초유의 일이 생기는가 하면, 활짝 핀 벚꽃은 화사함을 벗어버리고 움 추린 모습이다. 추위에 떨며 졸업작품 예심을 마치고 늦은 밤 귀가해 보니 조동화시인의 ‘나하나 꽃 피어’가 웃으며 반긴다.
나 하나 꽃 피어 /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 말하지 말아라 /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 결국 풀밭이 온 통 /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 말하지 말아라 /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 결국 온 산이 활 활 /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네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심히 창대하리라’는 성경말씀이 아니더라도 한사람의 솔선수범과 생각의 전환이 얼마나 큰 일을 이룰 수 있는가에 대한 예는 수 없이 많다. 신라가 삼국통일의 서전인 황산벌전투에서 계백의 5천 결사대를 이긴 기폭제는 소년화랑 관창의 결사도전이며,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이 프랑스의 승리로 끝난 것도 잔 다르크가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세계 200여개국에 200만명의 회원을 갖고 ‘초아의 봉사’를 실천하는 로타리클럽도 1905년 시카고에서 세 명이 시작한 것이다.
세계 제3국가들에게 발전의 모델이 되고 있는 새마을운동 또한 자생적 농촌운동을 국가의 지도자가 조직화 하면서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심어줌으로서 국민을 깨어나게 하고 오늘날 번영의 한국을 만들어 낸 것이다.
36년 전 필자가 고향에서 사무소를 개설하고, 석사출신 5명과 함께 결성한 당진지역사회연구소의 첫 번째 실천목표는 ‘시간 지키기’와 ‘거리에 침 안 뱉기’운동이었다. 군민이 17만명이니 6명의 실천으로 표가 날 리 없었지만 세월이 가면 반드시 이룩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모든 모임에서 이를 준행하였다. 지지체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지금은 60명의 석 박사가 지역발전의 싱크탱크로 활동 중이다.
KDI는 건축의 3요소인 구조 기능 미 중에서 구조와 기능은 담당기술자들이 해결함으로 건축사에겐 미만 남는데, 이는 누구나 할 수 있다면서 설계겸업은 물론 건축사 존립 자체를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지난 일에 사로잡혀 생각지도 않는 미래를 염려하기보다 밀려오는 외세의 거대한 파도를 ‘나 하나 꽃피어’ 막아야 한다. ‘바로, 지금, 나부터, 조금씩 변화하면 세상은 살기 좋아질 것 입니다.’ 시와 함께 보내온 박재웅 건축사의 글을 건축사 모두가 실천할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