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8일 개막, 6개월간 개최, 주제 ‘전선에서 알리다’
국가관 황금사자상에 스페인관 ‘미완(unfinished)’

제15회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이 5월 28일부터 11월 27일까지 6개월간 대장정에 돌입한다.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의 주제는 ‘전선에서 알리다(Reporting From the Front)’. 저소득층 주민 참여 방식의 도시재생활동을 펼치며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칠레출신의 알레한드로 아라베나 총감독은 전시장 초입에 ‘건축의 사회적 역할’을 묻는 메시지를 걸어 놓으며, 주제에 대해 부연했다. “석고보드 1만㎡와 금속제 사잇기둥 14km. 출입구 공간에 쓴 이 자재는 지난해 비엔날레 미술전 폐막 후 설치물을 해체하며 나온 쓰레기 100t을 재활용한 것이다.”
무분별한 개발과 버블붕괴, 폐기물에의한 환경오염, 난민문제 등 사회문제라는 전선에서 해결책으로 건축을 활용하자는 것. 베네치아관의 큐레이터를 맡은 건축사 리처드 로저스는 “세계 인구 25%가 집을 갖지 못했거나 슬럼가에 거주한다. 빈부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을 배려하는 공공의 공간을 디자인해야 한다. 부동산 개발업자가 아닌 정부가 미래를 염려하는 계획을 바탕으로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 건축전 트렌드 “건축 자재, 가치 재발견” 

이번 건축전엔 본전시에 참가한 88명의 건축사들이 건축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머리를 맞대고, 특히 건축 자재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데 골몰했다.
그 중 국가관 황금사자상에 선정된 스페인관의 주제는 ‘미완(unfinished)’.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에 착공돼 현재까지 완공되지 못한 수많은 건축 프로젝트들을 전시실 벽면에 촘촘히 붙여놓았다. 버블 호황에 취해 부동산 개발업자가 마구잡이로 내놓은 계획들이 얼마나 흉한 골칫거리가 됐는지 확인시키며 재활용 방안을 논의해 호평 받았다. 이외에도 칠레관은 일회용 비닐봉투를 벽면 장식재로 쓰고, 터키관은 온갖 건축폐자재를 천장에 매달아 커다란 난파선 모양의 설치물을 꾸미고, 그리스는 난민문제에 대한 참가자들의 견해를 묻는 칠판과 분필을 전시실 벽에 빙 둘러 설치했다.
본전시에서는 파라과이 건축사그룹 ‘가비네테 데 아르키텍투라’가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붉은 벽돌을 활용한 다양한 형태의 대규모 벽돌 구조물에 베니스비엔날레 조직위원회는 “빈곤한 국가에서 쉽게 활용될 수 있는, 쉽고 효율적인 건축구조 기술을 제안했다”고 평했다.

◆ 한국관 주제 ‘용적률 게임’ 전선에 대한 다른 해석으로 눈길

이러한 이번 건축전 트렌드 속에서 한국관 전시테마는 ‘용적률 게임’이다. 한국관 전시를 총괄하는 김성홍 교수(서울 시립대)는 "용적률 게임은 지난 50년간 한국 도시건축의 숨은 동력이었으며, 현재도 99%의 건축사가 생존을 위해 부딪치고 있는 전선"이라고 한국관 주제와 건축전 주제의 부합성을 설명했다. 건축설계의 테두리를 미리 정한 건축법규, 법규 허용 범위 안에서 최대한 넓은 면적을 뽑아내는 데 몰두하는 건축주, 그런 환경에서 자신의 업무 영역에 대해 고민하는 건축사 사이의 관계성에 초점을 맞췄다. 수상엔 실패했지만, ‘전선에 알리다’라는 주제를 새롭게 해석해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건축전에 활기를 넣었다는 평가다.
5월 25일(현지 시간) 국가관 개관일에 하루 앞서 실시한 외신 프리퓨에서 뉴욕타임즈는 “한국관 전시는 시장 논리에 휘둘리면서도 어떻게든 공간 사용자의 삶의 질에 대한 배려와 건물의 상업적가치 사이의 밸런스를 지켜내려 애쓰는 건축사의 고뇌를 담아냈다”며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은 필수 관람코스”라고 평가했다.
격년으로 열리는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은 총감독이 직접 작가를 선정해 구성하는 본전시, 각국이 자체 운영하는 국가관 전시, 본 전시와 별도로 진행되는 병행전시로 나뉘어 11월 27일까지 6개월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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