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구조기준내에 신호등·송전탑·광고판 등 공작물 내용 포함
법체계 흔드는 부정적 요소 상존
구조기준에서 비구조요소 정의도 논리적 결함

배기구, 칸막이 벽체, 유리, 굴뚝, 천장, 광고판 등 건축물의 비구조요소에 내진설계 기준이 신설됐다. 또 풍하중 설계 시 지역별로 적용하는 기본풍속이 최근 기상관측 자료를 반영해 업데이트돼 기존 초당 5미터(5m/s)단위로 적용하던 지역별 풍속이 초당 2미터(2m/s)로 세분화됐다.
국토교통부는 5월 31일 지진, 강풍 등 지반과 기후여견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건축구조기준’을 개정, 바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건축물의 설계·시공·공사감리·유지관리업무 시 따라야 하는 ‘건축구조 기준’이 전면 개정된 것은 2009년 9월 이후 7년 여 만이다. 국토부는 최근 일본, 에콰도르 등 환태평양 일대에서 발생한 지진과 관련해 국내 내진설계 기준을 개선하는데 애쓰고 있다.
개정내용을 살펴보면, 비구조요소 중 그동안 누락됐던 칸막이벽체, 유리 등에 대한 설계기준이 추가되고 기존 운영하던 전기·기계 등에 대한 설계기준이 구체화됐다. 비구조요소는 건축구조물을 구성하는 부재중에서 구조내력을 부담하지 않는 구성요소다. 배기구, 부가물·장식물, 부착물, 비구조벽체, 악세스플로어(이중바닥), 유리·외주벽, 천장, 칸막이, 캐비닛, 파라펫, 표면마감재, 표지판·광고판 등을 포함한다. 비구조요소에 대한 내진설계 기준이 신설된 이유는 지진 발생시 유리 등의 파손으로 인한 인명피해, 설비 파손으로 인한 누수, 화재로 인한 2차 피해를 막기 위함이다.
◆ 독립벽체, 옥상구조물 설계방법 제시…병원·학교·도서관 등 복도 사용하중 기존 제곱미터 (㎡)당 300kg에서 제곱미터(㎡)당 400kg으로 강화
이번 개정안에는 우리나라 지반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국내 지반특성이 반영됐다. 특히 강풍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강풍피해를 입을 수 있는 독립벽체, 옥상구조물 등의 설계방법이 제시됐다. 병원, 학교, 도서관 등의 복도는 일시적으로 많은 사람이 모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에 제곱미터 (㎡)당 300kg을 적용하던 사용하중이 제곱미터(㎡)당 400kg으로 강화됐다.
아울러 막과 케이블, 한강 세빛섬과 같은 수상 부유식 구조물 등 새로운 구조형식에 대한 설계기준도 생겼다. 막과 케이블 재료가 갖추어야 하는 최소 성능을 상온상태에서 뿐만 아니라 온도와 습도가 특수한 상황에 대해서도 규정했다.
부유식 구조물에 대해서는 유속과 결빙, 생물의 부착에 따른 환경 하중을 고려하도록 하고, 부유구조물의 위치 고정 장치 설계 방법을 제시했다.
이밖에 성능설계법도 구조기준에 신설됐다. 창의적이고 경제적인 설계를 유도하기 위해 기존의 설계 방법으로 계산한 수준 이상의 구조적 안전, 내구성 등이 검증된다면 구조 기준에 없는 새로운 방법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건축사협회에 따르면 올 1월 국토부의 ‘건축구조기준’ 전부개정안에 대한 의견이 제출된 바 있다. 고시기준이 건축법 제48조 규정에 따라야 한다는 점과 구조기준 내 ‘비구조요소’를 다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부속재료’ 용어가 사용돼야 함이 의견으로 제출됐다. 또 건축법·건축사법에 근거한 설계단계를 적용해 ‘기본설계’를 ‘중간설계’로 변경하고, 기준에 명시된 ‘구조감리’가 건축법상의 공사감리 업무에 이미 포함돼 있어 별도로 표기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의견에 포함됐다. 기준 개정안에는 골조해석 및 부재설계를 수행한 책임구조기술사가 구조설계도를 직접 작성하거나 구조설계도서의 구조안전확인을 수행한 경우 ‘구조계산과정과 결과’를 생략하도록 했는데, 이 점도 문제가 있음을 지적해 단서규정을 삭제해야 함이 건의됐다.
◆ 현장적용문제, 사전홍보 미흡…“유예기간 필요하다”
그러나 개정고시문을 살펴보면, 용어의 정의 중 ‘기본설계’가 ‘중간설계’로 바뀐 것 이외에는 사협의 의견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에 따르면 “구조기술사회·건축학회 검토의견이 개정고시에 주로 반영된 결과로 특히 ‘비구조요소’란 용어를 ‘부속재료’로 바꾸는 사안은 현장에서 오랜 기간 사용한 용어를 갑작스레 바꿀 수 없는 점이 고려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건축구조기준이 당장 시행되는 점도 업계 건축사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기준 개정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현장에서 준비할 시간이 필요해서다. 한 업계 건축사는 “고시된 내용을 보면, 종전에 없던 게 생기고, 강화된 내용들이 당장 시행·적용돼야 하는데 건축허가 과정에 있는 것도 있어 6개월 정도 유예기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사전홍보가 제대로 안 됐다는 설명이다. 또 건축구조기준 목적을 보면 건축법, 주택법에서 정하는 틀 안에서 구조기준 내용이 규정돼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점도 지적된다. 건축구조기준 중 ‘공작물’의 경우 사실 건축법 범위를 벗어난 훨씬 포괄적 개념을 다루고 있어서다. 또 다른 업계 건축사는 “건축구조기준이 건축법 하위규정임에도 건축법 범위를 벗어난다면 다른 기준을 신설함이 타당하지 구조기준 내에 신호등·송전탑·광고판과 같은 공작물 내용이 있는 것은 옳지 않다”며 “건축법 하위기준이
건축법을 벗어난 내용을 규정하는 것은 법체계에 어긋나 손질작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건축구조기준 공포와 관련, 대한건축사협회의 담당부서인 정책연구실은 지난 1월 협회에서 제출한 의견외에는 별도의 의견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향후 대응일정 역시 불투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