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4일 발생한 일본 구마모토 현의 지진이 국내 건축물 내진설계 기준을 흔들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4월 22일, 5월 3일 개최된 '범정부 지진방재 개선대책' 마련을 위한 관계부처 및 전문가 합동대책회의에서 전체 건축물에 대한 내진설계 의무화 검토를 요청해왔다고 전했다. 국토교통부는 일본의 내진설계 대상 건축물이 2층 이상, 200제곱미터 이상인 것을 감안, 전체 건축물로의 확대는 곤란하나 현행 내진대상의 적절성을 검토하겠다는 답변과 함께 지난 5월 11일 건축물 내진대책 제도개선 자문회의를 개최했다. 자문위원은 대부분 구조계 인사로 구성됐으며 내진설계 반영 시 설계 및 공사비의 증가가 경미한 수준이므로 전체 건축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중론이었다고 한다.
지난 2011년, 2012년 당시 국토해양부는 소규모 건축물의 내진설계 의무화 관련 건축법시행령 개정안을 추진했으나 사회적 비용의 과도한 증가를 이유로 규제개혁위원회의 철회권고를 받았다. 이후 2015년 9월 내진설계 대상은 연면적 1,000제곱미터에서 500제곱미터로 확대되었다.
대한민국 국민 중 모든 건축물이 지진에 대한 안전성을 갖추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진에 대한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다. 하지만 실효성 있는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건축시장에서는 과거에 비해 신축보다는 증축, 대수선 등을 동반하는 리모델링 수요가 많다. 건축정책의 방향도 신축보다 리모델링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신축 공사비에 대한 구조계의 의견을 이해하지만 법령 개정은 신축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건축물이 내진설계 대상에 포함되면 해당 건축물 일부의 증축, 대수선 행위로 인해 건축물 전체에 내진 보강을 해야 된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신축 비용보다 리모델링 비용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령개정으로 인해 리모델링 시장은 위축되고 철거 후 신축을 권유하는 정책으로 바뀌게 된다. 신축시장도 마찬가지다.
실질적으로 공사비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건축물의 실제 사용하는 면적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소규모 건축물에서는 1~2제곱미터가 분양 또는 임대의 성패를 가르기도 한다. 안전 문제 뿐만 아닌 시장의 파급력에 대한 국토부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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