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구조안전 서류제출대상 ‘3층 이상 또는 500㎡ 이상→2층 이상 또는 500㎡ 이상’ 추진
증축·대수선 시 구조보강…기초까지 건드려야 해 사업비 부담 만만치 않아
내진설계기준 손보기 이전에 기존 노후건축물 내진보강 우선돼야

지난 4월 일본 구마모토와 에콰도르에서 강진이 발생됨에 따라 국내에서도 지진피해 가능성과 재난관리 대책마련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건축물의 구조 안전에 대한 국민의 염려가 증가됨에 따라 건축물 내진대책 강화를 서두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축물 안전강화를 골자로 한 법개정 작업의 연속인 셈이다.
건축사협회에 따르면 5월 12일 국토교통부, 대한건축사협회,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대한건축학회, 한국건축가협회, 한국지진공학회, 구조기술사회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건축물 내진대책 제도개선 자문회의’를 가졌으며, 내진설계 대상 확대·내진설계 건축물의 확인방법·내진설계 시 인센티브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4월 29일, 5월 3일 개최된 ‘범정부 지진방재 개선대책’ 마련을 위한 관계부처 및 전문가 합동 대책회의 후속격이다. 국민안전처·국토부·기재부·기상청 등 11개 부처, 민간 전문가 등 총 30명이 대책회의에 참석해 전체 건축물에 내진설계 의무화 검토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은 바 있다. 

◆ ’88년 6층 이상, 100,000㎡ 이상→’15년 3층 이상 또는 500㎡ 이상 내진설계 대상 확대

건축물 내진설계 대상은 그간 지속 강화돼왔다. 건축물에 내진설계가 도입된 1988년 당시 6층 이상, 100,000m² 이상이던 것이 2015년 9월에는 3층 또는 13m 이상·500m² 이상으로 확대된 것.
건축법 시행령 제23조제2항에 따르면, 층수가 3층 이상 건축물·연면적 500㎡이상 건축물·높이가 13미터 이상인 건축물 등은 건축주는 설계자로부터 구조안전 확인서류를 받아 착공신고 시 허가권자에게 제출해야 한다.
현재 전국 내진설계 현황을 보면 2015년 12월 현재 내진설계가 적용된 비율이 동수기준으로 전체 699만동 중 33%에 불과하고, 면적으로는 35억㎡ 중 66.2%에 그친다는 국토부의 결과가 나와 있다. 국내 건축물 절반 이상이 지진에 취약한 셈이다. 특히 국내 지진설계는 규모 5.5∼6.0을 기준으로 멕시코의 내진설계 기준 사례를 가져와 고층건축물을 대상으로 내진설계가 규정돼 있는 관계로 국내 전체 건축물의 80∼90%가 소규모 건축물임을 감안할 때 내진설계 확대는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5월 12일 자문회의에 참석한 한국지진공학회 A관계자는 “한국의 건축양식과 지반은 멕시코와 다르며, 특히 지반이 노후화되어 단단한 상태로 지진발생시에 고층건축물 보다 소규모건축물의 피해가 더 클 것이다”라고 소규모 건축물의 내진설계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문제는 내진설계 대상을 확대할 시 발생할 국민들의 사업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다. 증축 및 대수선 등의 리모델링 시 강화된 기준을 적용할 때 구조보강을 기초부터 전부 해야하기 때문이다. ‘건축물 내진대책 제도개선 자문회의’ 자료를 보면, 기존 건축물 내진보강 비용이 ㎡당 9∼19만원, 유형별 내진공사 비용으로는 신축(100㎡) 570만원·대수선(100㎡) 950만원·증축(100㎡) 1,143만원으로 제시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해당부분에 국한된 비용이다. 전체 연면적으로 확대되면 사업주체에게 공사비 부담은 가중된다. 실제로 최근 서울 명동 등 구도심에서 3층 이상의 근린생활시설 등이 낡은 외관 마감재료를 바꿔 개선 혹은 리모델링을 하고 싶어도 내진보강이 수반되어야 해 사업성이 확보되지 않아 구도심 건축물들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 건축사업계 A 건축사는 “구도심 건축물이 방치되지 않도록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다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발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외국 기준 마구잡이 적용, 규제 적정치 고려돼야

또 일각에선 우리와 일본은 지진발생 비율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내진대상인 2층, 200㎡ 이상을 적용해 따라 갈 필요가 있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현행 건축기준 등은 사실 미국, 일본, 독일, 멕시코 등 한층 강화된 기준을 끄집어 적용하고 있다.
지나친 과잉규제는 업계를 옭아맬 수 있어 규제의 적정치가 고려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업계 B건축사는 “국내 현실에 맞는 적정치가 있는데 해외사례를 갖고 구조, 에너지 등을 억지로 따라가다 보니 국내 건축물은 어느새 자동차가 탱크가 된 격이다”며 “내진설계 기준을 강화하는 작업 이전 기존 노후건축물에 대한 내진보강이 더 필요하다”고 전했다.
게다가 각종 기준강화에 따른 설계대가 지급이 수반되지 않은 것도 큰 문제다. 구조전문가들은 사전 검토 결과, 내진설계 대상 확대에 따른 건축물의 설계비용 증가는 0.5∼0.7% 정도로 예상된다고 했으나, 이는 건축사의 업무 증가와 같은 사회적인 비용이 고려되지 않은 결과다.
건축연구원 김홍수 연구위원은 “이전 특수구조건축물에 대한 검토기준이 생길 때도 설계비용 증가가 미비할 것으로 검토됐으나, 건축사의 설계업무 증가와 더불어 설계비용·용역기간도 예상보다 훨씬 늘어났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