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6시30분”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이 핸드폰 알람소리에 온몸을 비틀어가며 하루를 시작한다. 순간 조금만 더 자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오늘 해야 할 일 또 아침에 급히 처리할 일이 어떤 게 있을까? 순간적으로 벌떡 일어난다. 나에게 그런 건 사치구나.

“오늘은 뭘 해야 할까?”
아침에 사무실에서 서류검토하고 오전에 수원시청가서 허가접수한 것 협의하고 오후에는 중구청에 서류 가져다 주고, 안양에 건축주 설계미팅하고 잠실 현장에 간다. 운전 중에 전화가 온다. “번지 문자보내주시면 내일까지 규모 검토해 드릴께요”

“내가 뭐하는 사람일까?”
남들보다 늘 아침 일찍 출근하고 주말인지 주일인지 개념도 없다. 정신없이 도면도 그리고 문서도 만들고 건축주와 협력사와 미팅도 하고 그것도 모자라 야근하려고 식사 후 책상에 앉아있다.
우리 초등학생 큰딸 예림이한테 전화가 온다. “아빠! 언제와?”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많이 늦어. 먼저 자” 정말 미안하다. ㅠㅠ

“내가 오늘 뭘 했지?”
잠시 차 한잔을 하면서 내 스스로에게 자주 묻곤 한다. 하루에 너무 많은 종류의 일을 하고 또 많은 전화, 문자, 카톡까지 받다보니 바로바로 메모를 못한 것은 놓치는 경우가 많다. 그게 메모를 시작한 배경이다.

“선배님들의 말씀이 생각 난다”
건축사자격을 취득하는 순간 넌 건축사가 아니다. 요즘 그 말씀이 자꾸 생각난다. 내가 생각하던 건축사가 이런 모습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건축사가 됐을까?

“내일은 뭘 해야 하나?”
이미 시간은 밤12시가 넘어 슬슬 피곤함과 졸음이 밀려온다. 노트를 꺼내 오늘 한 일과 내일 할 일은 정리해본다. 내일 하고 싶은 것과 해야 되는 것. 나는 한 가정의 가장이고 또 건축사이고 싶다. 그런데 한 회사의 사장이다.

내일은 사무실에 앉아서 차 한잔 마시면서 오늘 받은 사업부지를 펼쳐놓고 스케일과 연필을 잡고 있을 것이다. 건축주가 원하고 나도 만족하고 또 사용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그런 건축을 할 예정이며, 저녁에는 일찍 퇴근해서 가족들과 저녁식사 후 예림이, 아림이 두 딸의 손을 잡고 동네 산책을 할 예정이다. 다이어리를 본다. 내일 다른 일정이 뭐가 있지?
헉! 월급날이네. 집에 가서 잠 들어있는 딸과 집사람 얼굴보고 잠이나 자야겠다.

“인생의 성공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일까?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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