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4월 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15 회계연도 국가결산'에 따르면 국유 건축물 중 장부가액이 가장 큰 재산이 정부세종청사 1단계 부분이라고 한다. 2012년부터 4년 연속 1위다. 2위 역시 정부세종청사 2단계 부분이다. 두 건물을 모두 합한 가치는 9천173억 원이다.
하지만 재산 가치로는 최고의 순위를 독식한 정부세종청사에 대한 사용자평가는 좋지 못하다. 정치적 분쟁의 소용돌이에 자주 휘말렸고 그때마다 계획이 어긋나면서 건설도 제동이 걸리면서 지금은 해결됐지만 인프라 구축이 늦어지면서 입주 초기에는 입주 공무원들이 큰 불편을 감내해야 했다. 정부청사관리 규정은 준수했지만 지나치게 넓은 복도 폭을 고려한다면 1인당 사무공간의 협소함에 대한 공무원들의 읍소는 이해할만 하다. 외부인의 불편도 만만치 않다. 별동의 종합상황실에서 출입증을 받던 시스템을 본동 여기저기에 형성된 출입 공간에서 발급받는 방식으로 바꿨지만 담당자가 내려와야만 출입증 발급이 가능하다. 출입관리가 여기저기서 이루어지다보니 관계 부처 몇 군데를 연속 방문하기 위해서는 부처 간 실제 연결동선의 두 배 정도의 발품을 팔아야 한다. 곡선형 건축물로 실내 양 끝 간의 거리는 약 3.5㎞인 이동거리의 단축을 위해서는 외부 공간을 통해 가로 질러갈 수 있는 동선의 확보가 필요한데 보안을 이유로 1층 외주부에 설치된 휀스가 이를 모두 잘라버렸다. 국제공모로 진행된 행정중심복합도시 청사구역 마스터플랜에서 제시한 구성원칙을 준수하고 전체 청사의 동질성 확보라는 대전제가 대지 내 가로구조와 어색하게 결합되고 청사 관리부처의 업무 편의주의가 가미되어 벌어진 일종의 인재(人災)라는 전문가의 평가도 있었다. 결국 정부세종청사는 '아무리 멋진 건축설계도 이용자들의 생활패턴과 동떨어지면 좋은 설계로 평가받을 수 없다'라는 교훈과 함께 '비싸기 만한 건축물'이 되어버렸다. 정부세종청사 다음으로 장부가액 3위를 차지한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찾는 관람객은 평일 하루 250명, 휴일 1천 명이라 한다. 사업비를 줄여서 7천억 원이 투입되고 3천43억 원이라는 몸값을 인정받은 아시아문화전당이 또한 국유 건축물의 그늘진 초상이고 향후 공공 건축에 있어서 충실한 기획의 필요성을 똑똑히 드러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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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6.04.16 15:00
- 수정 2016.04.2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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