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건축사협회, 규개추에 ‘규제개선 과제’ 제출

# 건축사가 건축사업무인 설계, 감리 등을 수행하려면 건축사사무소 개설신고를 해야 한다. 예외적으로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지방공기업 등 22개 기관은 건축사 1인을 채용해 해당기관 모든 건축공사의 설계·감리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문제는 이들 기관 자체 설계시 심의·검증기능이 결여돼 부실설계 우려가 있고, 특히 건축물 감리의 경우 면제기관 소속 감리자가 급여를 받는 직원으로 역할을 수행하며 독립성이 훼손된다는 점이다.

# 농어촌 정비법에 따른 생활환경정비 총괄계획가 자격요건에 건축사는 농어촌계획, 농어촌지역개발 분야에 종사하는 자로서 실무경력 7년 이상이다. 건축사자격 취득을 위해서는 법 규정상 건축학 5년제 대학(또는 4년제 학사 + 2년제 석사)를 졸업하고 최소 3년 이상의 실무경력이 필요하나 실질적으로 건축사 자격취득을 위해서는 이보다 더 많은 실무능력과 경력이 필요하다. 경력기준으로 ‘실무경력 7년’은 과한 규정이라 볼 수 있다.

 

경기침체 아래 신음하는 건축사업계에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이런 불합리한 관행 혹은 규제들은 업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속칭 ‘손톱 밑 가시’로 통한다. 적시에 개선되지 못할 시 폐해를 키우기 때문에 서둘러 솎아내 개선해야 한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건축사업계에 이러한 규제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대한건축사협회는 그 중에서도 시급히 개선돼야 할 과제를 정리해 3월 31일 국무총리 소속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에 건축분야 규제개혁 과제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추진단은 올 3월 대한건축사협회에 건설산업 규제개혁 건의과제 제출을 요청한 바 있다. 산업구조 재편, 기술발전에 따른 국제기준과 맞지 않은 낡은 규제를 발굴하고자 하는 취지로 3월 28일에는 건축사협회와 추진단이 ‘건축분야 규제개선 간담회’까지 개최해 각 과제에 대한 사전설명, 조율, 보완의 과정을 거쳤다. 건축사협회는 시도건축사회와 법제 관련 위원회의 의견을 정리해 최종과제를 추려냈다.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은 2013년 9월 출범한 현 정부의 규제개선 컨트롤타워다. 추진단은 중기·소상공인·민생 불편해소(손톱 밑 가시 뽑기)와 투자확대, 일자리 창출을 위한 현장애로 개선, 불합리한 규제에 대한 대안마련 등에 역점을 둔다. 추진단 업무는 상공회의소 등이 보유한 민간 네트워크를 통해 개선과제를 발굴하면 추진단 소속 공무원들이 이를 해결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대통령 직속기구인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정부가 신설 또는 강화하려는 규제를 미리 심사하는 사전적 기능을 한다면 규제개선추진단은 규제를 발굴해 해소하는 사후 기능을 담당한다. 선별한 주요 과제들을 보면 건축사사무소개설신고 면제기관 규정 개선, 건축물 내 전기, 소방설비 설계 분리발주제도 개선, 농어촌 생활환경정비 총괄계획가 자격요건 중 건축사경력사항 삭제 등이 포함됐다.
또 소규모건축물 승강기 바닥면적 산입기준 완화, 건축허가대상 확대(건축신고대상 폐지), 대지 안의 피난통로 규정개선 등도 규제개선 과제로 포함돼 제출됐다. 건축사협회 정책연구실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개선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규제발굴 창구격인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에서 규제를 확 풀어 경제를 살리고 건축사업계 발목을 잡는 돌부리가 제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건축분야 규제개혁 주요 건의 내용>
 

건축사사무소개설신고 면제기관 규정 개선
건축사법에 따라 건축사가 건축사 업무를 하려면 건축사사무소 개설신고를 하여야 한다.
예외적으로 국가, 자자체, 공공기관 등 22개 기관(면제기관)은 건축사를 채용하여 스스로 건축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면제기관이 자체적으로 설계를 수행할 경우 심의 및 검증 기능이 결여되어 부실설계의 우려가 있다.
특히 감리의 경우 이를 감독해야할 감리자가 발주자에 소속되어 부실공사가 발생할 우려가 있음을 이유로 면제기관 규정 자체를 삭제하
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먼저 “감리”에 있어서는 면제기관에 소속된 건축사가 아닌 건축사사무소 개설신고를 한 건축사가 수행토록 해야된다고 건의됐다.

 

건축물 내 전기설비, 소방설비 설계 발주제도 개선
오래전부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전기설비·소방설비 설계 분리발주 문제 관련하여, 많은 발주청이 건축물 내 전기설비와 소방설비 설계를 분리발주하고 있으나, 관련 법령을 분석해본 결과 분리발주의 명확한 근거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전력기술관리법에서 전력시설물의 설계와 감리는 해당업자에게 발주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전력기술”의 정의 규정에서 ‘’전력시설물“에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건설공사로 조성되는 시설물(건축공사 포함)은 제외하고 있어 사실상 건축물에 적용되는 기준이 아니라고 할 수 있고, 소방시설공사업법에서는 해당 설계업자가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규정은 있으나 해당업자에게 발주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음에도 일부 지역에서 조례로 분리발주를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정부가 상시적으로 심사·관리하는 규제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지 않은 속칭 ‘그림자 규제’라 할 수 있다. 이는 건축설계 및 감리업무의 특성을 고려하여 건축물의 설계는 건축사가 수행하고 총괄하되 관계전문기술자의 협력을 받도록 규정한 건축법의 취지와 상충된다.
발주처가 분리발주하는 과정에서 각각 발주하지 않고 컨소시엄(분담이행방식)을 구성하여 입찰하도록 하고 있어 건축사사무소는 절대적으로 수가 부족한 전기설비설계업자, 소방설비설계업자 등을 찾느라 애를 먹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발주청에서 건축물의 설계 또는 감리업무 발주시에는 건축사에게 일괄발주 할 수 있도록 운용지침을 시행할 수 있도록 건의됐다. 이는 엄밀히 현행 법령 및 규정의 개선사항에 대한 건의를 요청하는 “규제개선”과 다소 부합하지 않을 수 있으나, 협회의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차원에서 과제로 제출됐다.

 

농어촌 생활환경정비 총괄계획가 자격요건 중 건축사 경력조항 삭제
농어촌 정비법에 따른 생활환경정비 총괄계획가 자격요건으로 건축사, 기술사는 농어촌 계획, 농어촌지역개발 분야에 종사하는 자로서 실무경력 7년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건축사는 건축 설계와 감리 외에 도시계획, 환경정비 등의 업무와 종합계획(마스터플랜)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또 「공공발주사업에 대한 건축사의 업무범위와 대가기준(국토교통부 고시 제2015-911호)」에서 상기 업무들을 건축사의 업무로 규정하고 있고, 건축사 자격 취득을 위해서는 법 규정상 건축학 5년제 대학(또는 4년제 학사 + 2년제 석사)를 졸업하고 최소 3년 이상의 실무경력이 필요하나 실질적으로 건축사 자격취득을 위해서는 이보다 더 많은 실무능력과 경력이 필요하다. 또한 최근 국토교통부의 신진건축사 지원정책과 배치되는 방향이므로, ‘실무경력 7년’은 과한 규정으로 판단되어 경력기준 삭제가 건의됐다.

 

지구단위계획구역 내 도로사선 폐지
2015년 5월 건축법 개정으로 도로사선제한이 폐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지역에서 도로사선제한 내용을 담고 있는 지구단위계획이 개정되지 않아 도로사선제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는 지역이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지구단위계획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54조에 따라 건축물의 건축 등을 할 경우 준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법적지위를 가지고 있기때문에 건축법의 개정내용이 자동으로 반영될 수 없고 결국 지구단위계획 자체가 변경되어야 하는 부분인 것이다. 그러나 지구단위계획은 도시·군관리계획으로서 정해지는 계획으로서 도시·군관리계획은 5년마다 재검토하여 정비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 수시로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할 수 없는 어려움은 있다. 이에 지방자치단체 차기 지구단위계획 변경시 건축법의 도로사선규정 폐지가 반영돼야 함이 건의됐다.

 

소규모건축물 승강기 바닥면적 산입기준 완화
현재 장애인용 승강기는 바닥면적 산정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대형건축물의 경우 대형 승강기를 설치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이를 장애인용 승강기로 대체하여 설치하고 면적산정 특례를 적용받고 있다. 그러나 소형건축물의 경우 장애인용 승강기를 설치하는 것이 여의치 않아 일반 승강기를 설치하게 되고 결국 면적에 산입됨에 따라 사업성이 떨어진다. 이에 소규모 건축물에 대해서는 승강기의 바닥면적 산입을 완화해주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완화하는 방안으로는 장애인용 승강기를 설치하진 못하더라도 장애인 편의를 위한 설비 몇 가지를 갖추면 장애인용 승강기로 간주하여 바닥면적 산정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의견과 승강기는 동시에 모든 층에서 사용할 수 없으므로 바닥면적 산정시 한 개 층에 해당하는 면적만 산정하도록 하는 등의 의견이 있어 이를 정리하여 전달됐다.

 

건축신고제도 폐지
현재 건축법은 모든 건축물의 건축 및 대수선은 건축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그 중 일부 소규모 건축행위 등을 건축신고로 갈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건축허가와 건축신고로 구분된 것이 아니라, 모두 건축허가 대상이나 국민 편의를 위해 일부 신고로 가능토록 한 것이다. 그런데 건축신고 대상은 제출도면이 간소화되어 있어 비전문가가 도면을 작성하고, 대부분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등록된 건설업자가 공사하여야 하는 범위에 벗어나 있으며, 공사감리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어 부실설계, 부실공사에 따른 안전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도시지역 외 지역에서는 200㎡ 미만 3층 미만인 건축물까지 건축신고대상을 폭넓게 규정하고 있어 도시지역 외 지역의 건축물은 대부분 신고대상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 역시 안전성과 미관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결정적으로 과거 급격한 산업발전과 결부된 건축물의 양적성장과 함께 건축주에 대한 편의제공 차원인 건축신고제도는 건축물의 안전성, 미관, 문화적 가치를 중시하는 질적성장으로 패러다임이 변경된 지금 점차 축소하고 없어져야 할 제도로 판단되어 폐지돼야 함이 건의됐다.

 

대지 안의 피난통로 규정 개선
현행 건축법상 건축물의 대지 안에는 건축물 바깥으로 통하는 주된 출구 등으로부터 도로 또는 공지로 통하는 통로를 유효너비 1.5미터(단독주택 0.9미터, 문화 및 집회시설 3미터)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건축물 필로티 내에서는 자동차 진입억제를 위한 말뚝이나 단차를 두도록 하여 자동차 통행로와 별도로 구분하도록 하고 있다. 또 자동차 통로는 주차장법에 따라 직각주차인 경우 6미터까지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국 피난통로와 주차통로를 각각 구획하여야 하는바, 이를 확보하기 위해 건축물 출입구를 후면에 배치하고 피난 통로를 우회하도록 만드는 등 기형적인 형태로 계획되고 있다. 사실상 필로티 내 주차장 구획부분은 상시주차가 될 수 있어 피난에 방해될 수 있으나, 주차통로는 상시 주차되는 부분이 아니므로 피난에 큰 영향이 없다. 이에 대지의 활용도가 떨어지는 소규모 건축물이나 일정용도(근린생활시설, 주택 등)에 대해서는 필로티 내 피난통로가 주차통로와 중첩될 수 있도록 완화돼야 함이 건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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