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건축사 공제조합의 창립총회가 개최됐다. 그간 대한건축사협회 소속 기구로 운영되던 공제조합이 독립법인으로 새롭게 출범한 것이다. 공제조합의 별도 법인화는 운영수익의 일부를 조합원에게 배당할 수 있어 환영을 받고 있지만 소액출자자 입장에서는 우려 또한 크다.
건축사단체인 협회는 정회원 건축사 1인의 권한이 평등하지만 공제조합은 출자좌수에 따른 권한에 차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과점출자자에 의해 조합의 운영이 좌우되어 소액출자주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협회의 정책방향과 마찰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건설 분야와 달리 기업이 아닌 건축사 개인이 조합원인 경우가 대다수인 상황에서 건축사 업계 전체의 이익과 비전보다 개인의 사욕을 우선하고 배당금을 연금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은퇴를 앞둔 과점출자자들의 출현을 걱정하는 것이다.
저출산·고령화 사회의 도래로 인해 일하는 사람의 소득절반 가까이를 노령층 부양을 위해 사용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면서 젊은 층의 해외 이민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현실 속에 마땅한 물질적 기반 없이 건축사업을 생업으로 꾸려가고 있는 젊은 건축사가 재력을 갖춘 은퇴건축사를 부양하는 구조로의 변질, 즉 건축사업계의 이중화(dualization)를 경계해야 한다. 이중화는 대의(代議)의 불평등을 낳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훼손할 수 있으므로 과점출자자 의결권 제한이나 단일 조합원의 출자한도 제한, 조합 경영정보의 모든 조합원에게 공개 등으로 소액출자자의 권익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건축사 업계의 중론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공제조합은 해당 산업의 협회, 연구기관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협회, 공제조합, 연구기관 등이 상생협력관계를 구축해 미래전략에 대해 장기적으로 시스템적인 접근을 통해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연구개발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 현안문제 뿐만 아니라 해당 산업의 단기, 중장기 미래에 대한 연구를 진행, 지속적인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 앞서 창립된 건설관련 공제조합들 역시 조합원 배당과 함께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자산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열악한 조합원들을 돕고 사회공헌을 비롯한 다양한 업계 공익사업에 적극 출연, 건설 산업발전에 기여하면서 조합의 지속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새롭게 출범한 건축사공제조합이 눈앞의 이익보다 건축사의 미래를 설계하는 조직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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