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일부 구청, 법적 뒷받침 없이 ‘철거감리자 지정제’ 운영

착공시 철거신고하게 해
감리자 계약에도 없는 ‘철거감리’ 과외업무 수행
‘대가지급 없는 철거감리’, 구청도 국민안전 차원 시행
철거감리제도 제대로 하려면 입법 서둘러야

#1 마포구 A건축사는 건축주로부터 철거신고를 위한 철거감리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마포구청에서 허가조건으로 착공신고 후 철거신고를 하면서 감리자 지정을 해야하고 감리자로부터 검토확인을 받은 해체공사 계획서 제출을 요구한다는 이유에서다. 사실 건축주와 감리계약까지 다 끝난 마당에 건축주의 요청을 그냥 흘려버릴 수 없어 A건축사는 마지못해 계약에도 없는 철거감리 업무까지 수행해야 했다.
#2 영등포 소재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는 B건축사는 얼마전 착공신고 때 건축주가 내민 철거감리 선임계에 도장을 찍어야만 했다. 구청에서 철거신고 승인을 해주기위해서는 철거감리 선임계가 필요한데, 착공 때 제출해도 되니 감리자로부터 철거감리 선임계를 받아오란 말을 들어서다. 계약에 없는 과외업무니 건축주에게 대가지급을 요구했지만, 어차피 착공 때 철거하고 공사시작하는 건데 공사감리하면서 같이 좀 해달라는 요구를 거절할 순 없었다.

 

서울특별시 일부 구청이 철거신고시 철거감리자 지정을 허가조건으로 요구하면서 감리자가 계약에도 없는 철거감리를 대가없이 과외업무로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구청은 허가를 내줄 조건으로 착공신고 후 철거신고를 해야한다고 안내한다. 이 과정에서 철거 신고시 감리자를 지정하고 해체공사 계획서에 대한 감리자 검토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착공 시 철거신고를 동시에 하게 함으로써 건축주 및 사업시행자와 이미 계약을 마친 감리자가 사실상 철거감리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철거감리에 대한 부담이 감리자인 건축사에게 떠밀기식 강요로 부당하게 전가되고, 구청은 국민안전 차원에서 시행한다지만 법적인 뒷받침 없이 시행돼 혼란의 불씨가 될 여지가 크다. 법에 의거한 통일된 규정 없이 지자체별로 철거감리제가 따로 놀고 있는 실정. ‘철거감리제’ 운영을 위한 건축법 개정이 국회에서 하루라도 빨리 통과돼야 하는 이유다.

◆ 마포구 ‘안전지킴이’로 철거감리자 지정, 영등포 ‘연면적 500㎡ 이상 건축물 철거시 감리지정 제도화’ 시행

마포구는 2015년 4월 1일부터 ‘건축물철거공사장 안전지킴이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신축을 위한 철거인 경우는 철거신고시 감리자 지정이 의무화돼 있다. 해체공사 계획서에 대한 감리자 검토확인서도 제출해야 한다.
또 지하2층 이하, 지상3층 이상 또는 연면적 500㎡ 이상 일정규모 이상의 단순철거의 경우는 철거신고전 ‘안전지킴이’를 지정해야 한다. 여기서 안전지킴이란 건축법 제2조와 제25조의 공사감리자로서 건축사, 건설기술관리법에 의한 감리전문회사·종합감리전문회사를 일컫는다.

영등포에서는 2014년 11월부터 연면적 500㎡ 이상 건축물 철거시 감리지정 제도화를 시행중이다. 철거공사장 안전관리 강화차원에서 일정 규모 이상 건축물 철거시 감리자 지정을 제도화하고 기존 철거계획서의 수록내용인 비산먼지, 소음방지 시설설치계획, 건축물 철거계획, 폐기물 적치 및 반출계획에 더해 안전교육 시기, 교육일지 배치 등도 추가 작성하게 했다.
이러한 건축물 철거·해체시 철거감리자 지정 제도는 건축물 철거 중 발생하는 소음, 비산먼지 등 철거공사로 인한 민원을 최소화하는 데 목적을 둔다. 또 체계적인 철거공사가 진행되도록 해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실제 2012년 1월 10일 강남구 역삼동에서는 기존건축물 철거공사 과정 중 붕괴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29t급 굴삭기로 지상 7층 상부에서 옥탑, 지붕, 7층 해체 작업을 하던 중 6층 바닥이 철거잔재물의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붕괴됐다. 이 과정에서 현장 자재운반 근로자 2명이 매몰돼 1명이 부상하고 1명이 사망했다.
국토부는 이런 철거공사 과정에서 빈발하고 있는 붕괴사고를 계기로 2012년 5층이상 건축물과 책임감리 대상인 건축물에 대하여 사전에 ‘철거계획서’를 수립하도록 의무화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건축법에는 건축물의 철거·멸실 신고만 규정하고, 건설기술관리법에는 10층 이상 건축물 해체공사시 안전관리계획서를 제출토록 규정하고 있으나 시공자와 감리자의 감독이 소홀하여 하도급자의 무리한 철거작업이 진행되는 등 관리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서울시도 2014년 철거공사장 안전관리 개선대책에 따른 철거신고시 해체공사계획서 작성요령, 해체공사 안전관리요령을 서울시 각 구청에 통보한 바 있다.

◆ 국민안전 차원 일부 지자체 법에 앞서 시행중, 법 통과로 혼란 불씨 꺼줘야

문제는 이러한 마포구청과 영등포구청에서 시행중인 철거신고시 철거감리자를 지정하는 것이 법적 뒷받침 없이 임의로 운영되는 제도라는 점이다. 현행 건축법에는 건축물 철거공사 안전성 확보를 위한 규제로 건축물 철거멸실 신고 외에는 정해진 절차가 없다. 때문에 철거공사가 적절하게 이루어지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 점에 대해 건축사업계는 현행법상 건축물 철거공사 감리제도가 도입돼 전면 시행되도록 입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 한 건축사는 “철거감리 제도가 마포구, 영등포구처럼 법적 뒷받침 없이 임의로 시행되고 있어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며 “법에 근거하지 않는 제도를 구청에서 시행하는 것도 문제지만, 철거공사시 발생되는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철거공사 감리자를 도입하는 방안이 현재로선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건축사도 “건축물을 철거하는 경우 별도 감리관련 규정이 없어 건축물철거공사 과정에서 붕괴사고가 빈발하는 등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전했다.
덧붙여 “감리제도 도입에 따른 비용부담이 다소 따르겠지만, 건축물 철거를 적법하게 그리고 안전하게 처리하는 데에 꼭 필요한 제도라 생각한다”며 “모든 건축물에 대해 철거공사시 철거공사 감리자를 의무화할 경우 사고발생 가능성이 낮은 건축물까지 감리를 하게 되면 국민 부담이 크기 때문에 대상은 일정규모 이상으로 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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