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을미년이 저물고 있다. 건축계에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던 한 해다.
우선 국내 유일의 건축사 법정단체인 대한건축사협회가 창립 50주년을 맞이했고 이에 발맞춰 전 회원의 모바일, 인터넷 직접 투표로 진행된 회장 선거에 80.44%의 높은 참여율을 기록하며 직선제 회장시대로 출범했다. 2017년 UIA 서울 세계건축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조직위원회의 창립총회를 갖고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으며 (사)한국건축정책학회에서는 단독주택, 다가구주택, 다세대주택 및 2,000제곱미터 이하의 제1,2종 근린생활시설을 대상으로 한 '건축설계비 산정가이드'를 발간, 전국의 건축사들에게 배포했다. 법제도와 관련되어서는 지난 해 건축물 관련 사건, 사고가 다수 발생한 여파로 안전과 관련된 내용의 강화가 많은 부분에서 이루어졌다. 준다중이용건축물의 신설과 더불어 상주 감리 대상 건축물이 확대되었고 소규모건축물과 분양건축물에 대한 허가권자의 감리 지정과 관련된 법안과 공공디자인의 진흥에 관한 법률은 국회계류 중이다. 건축계 내의 다양한 의견이 개진될 수 있는 여러 법안들의 처리과정에서 가장 우려되는 모습은 행동하는 어른의 부재다. 건축 3단체의 수장들은 각자 나름대로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외의 어른들의 행동은 보이지 않는다. 뒤에서 말로만 훈수 두지 말고 진정 옳은 일이라면 앞에 나서서 행동으로 보이는 것이 어른의 일이다. 페이스북 등 SNS 뒤에 숨어 '좋아요' 클릭이나 한 줄, 길어야 몇 줄 되지 않는 응원한다는 댓글을 다는 것만으로는 어른의 역할에 못 미친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나서야 할 때는 나서줘야 한다. 남들이 듣기 싫어하는 소리, 남에게 아쉬운 소리하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의 대표를 비롯한 어른들이 이 역할을 해야 한다. 각자 자신의 위치를 냉철하게 파악, 스스로의 역할을 인지하고 싫든 좋든 해야 한다. 그래야 조직과 조직원이 산다. 건축계도 하나의 조직으로 볼 수 있다. 건축사를 비롯한 건축인들이 살기 위해서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역량이 되는 어른들이 발 벗고 나서줘야 한다. 행하지 않으면 스스로 어른임을 포기하는 것이다.
'자장격지(自將擊之)'라는 옛 말이 있다. '장수가 스스로 군사를 이끌고 나아가 싸운다'는 말로 어떤 일에 남을 시키지 않고 손수 한다는 뜻이다. 병신년 새해에는 건축계가 모래알 조직으로 기억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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