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조용을 다한다
기웃거리던 햇볕이 방 한쪽을 백색으로
오려낼 때
길게 누워 다음 생애에 발끝을 댄다
고무줄만 밟아도 죽었다고 했던 어린 날
처럼
나는 나대로
극락조는 극락조대로
먼지는 먼지대로 조용을 조용히 다한다
김소연 시집『수학자의 아침』중에서. <문학과 지성사> 2013 ― 텍토닉은 근대적인 기술개념이 건축에 적용되면서 등장했다. 19세기 건축사들에게 가장 절박한 문제로 대두된 산업혁명 이후 새롭게 대두된 재료와 기술은 단순한 기술상의 문제가 아니고, 건축의 미적·문화적·존재론적 정체성을 새롭게 정의하 는 것이었다. 이 복잡한 문제를 언어는 너무도 간단하게 해결한다. 목적어와 부사를 일치시켜 낯선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무엇)을 (무엇)히/하게’로 괄호 안의 것을 일치시키는 것이다. “조용을 조용히” 하면서 그것 이외의 것을 배제한다.
함성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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