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망한 미 언론계의 전설 월터 크롱카이트가 1968년 월남전을 돌아보고 ‘미 국민은 지도층의 근거 없는 낙관적 전망에 속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승리가 아니라 협상이다.’라고 말 했을 때, TV를 보던 존슨대통령이 ‘이제 모든 것은 끝났다’고 탄식하고 재선을 포기한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민주국가에서 언론은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에 이어 제4부라 불린다. 워터게이트 사건이 아니더라도 공명정대하고 정의를 추구하는 언론은 사회의 공기(公器)이며 소금이다.
언론의 꽃은 기자이다. 왕이나 대통령 같은 절대 권력과 싸울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이기에 무관의 제왕이라 일컫기도 한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편파 왜곡이 판 치고 있으며, 앵커들은 국회의원이 되기 위한 가장 빠른 길로 통하는 등 썩은 냄새가 나기도하지만 그래도 언론은 이 사회의 목탁임에 틀림없다.
기자 중에도 목숨을 걸어야하는 분야가 종군기자인데 미국은 한국전에서만 17명의 기자가 죽었다. 영국수상을 지낸 윈스턴 처칠과 ‘무기여 잘 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쓴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종군기자출신이다.
2주전 본지 건축사기자 연수회가 있었는바, 75세가 최고령이었다. 공자는 논어 위정편에서 40이면 불혹(不惑)이요 50이면 지천명(知天命), 60이면 이순(耳順)이고 70이면 종심(從心)이라 하였다. 40까지를 주관적 개인적 인격의 완성기로 보고 50부터는 객관적 보편적인 도를 향해가는 나이라 본 것이다. 공자는 나이 일흔에 마음이 하자는 대로 하여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七十而從心所欲不有矩)고 하여, 유교가 추구하는 성인지도(聖人之道)의 궁극을 70세에 들어서야 깨달았다고 술회한다.
75세 기자는 이종협 건축사이다. 그는 종심(從心)에 들어선 해 ‘건축공사감리실무’란 책을 출간하였고 근년에도 ‘건축사업무의 정형화 방안,’ ‘미국건설 및 건축물의 검사관제도,’ ‘건축법 문제점 어떻게 할 것인가’ 등 많은 글을 발표해 왔다.
외국의 스포츠기자들은 70세가 흔하고, 인터넷을 통한 1인 방송국과 나 홀로 전자신문시대를 맞아, 실버뉴스나 지방신문을 보면 80세 넘은 시민기자들도 있지만, 전문지의 최고령은 아마도 이종협 기자가 아닐까 한다. 그가 희수(喜壽), 미수(米壽)가 될 때까지 종심(從心)의 경지에서 쓴 멋진 기사로 독자의 박수 속에 살기를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