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집을 짓는 건축사가 아닌
기본에 충실한 집을 짓는 건축사!

요즘 같이 산과 들이 붉게 물들어 있을 때는 어김없는 행사처럼 아내와 함께 나들이에 나선다. 시골길을 지나다가 멋진 전원주택을 보고 아내가 늘 하는 말 “여보, 나도 저런 집을 지어줘. 나중에 나이 먹어서는 저런 집에서 살고 싶어”라고 말하지만 나의 대답은 늘 “저런 집보다 아파트가 편해”라고 대답한다. 그러면 또다시 아내는 “당신 건축사 맞아? 진정한 건축사라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저런 멋진 집을 지어 주고 싶지 않을까?”라고 나에게 물음표를 던진다. ‘진정한 건축사?’ 난 어떤 건축사였던가? 다시 나에게 물음표를 던진다. 대학 건축공학과를 선택할 때 난 멋진 집을 짓고 싶은 열정이 컸던 청년이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건물을 짓고 싶었다. 그 때 그 마음은 그저 꿈이었을까?
대학을 졸업하고 건축사사무소에 취직해 밤낮으로 일하며 내가 설계한 한채의 건물이 올라가고, 현실속의 건축이란 것을 알아가면서 보람과 시련 그리고 열정들이 그동안 스치며 교차해 지나갔다. 그리고 건축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이제야 나의 꿈을 이루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임을 깨닫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무실을 개소하고 새로운 기회를 찾고자 끊임없이 변화하던 나에게 주어진 첫 일거리에 감사했고 최선을 다해 디자인 하였다. 내가 아는 모든 지식들을 총 동원해서 건물이 완성되어지고, 건축주가 디자인에 감사하다는 말을 나에게 전할 때 느꼈던 그 기쁨은 지금도 나의 뇌리를 자극한다. 가끔은 건축주와 부딪치며 풀려지지 않는 실타래처럼 일이 꼬이고 내가 하는 일에 회의와 권태를 느낄 때, 청년시절 내가 꿈꾸었던 건축사, 첫 일감을 받고 감사해 하며 임했던 열정을 떠올리며 그때로 나의 심장을 두드린다.
아내가 나에게 가끔 하는 말이 있다. 먹는 음식은 잘못 먹으면 하루 배 아프고 고생하면 낫지만 집을 잘못 지으면 사람 평생이 잘못될 수 있으니 사명감을 갖고 일을 하라고.
그래서 다짐한다. 사람의 삶을 담고 평생을 함께 할 그런 집을 짓는 건축사로서의 길을 가겠노라고. 화려한 집을 짓는 건축사가 아닌 기본에 충실한 집을 짓는 건축사! 내가 꿈꾸는 진정한 건축사의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