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돼 갑니까?”

3년여 전 (주)A&T를 시작하고부터 자주 듣는 인사말 중 하나이다. 일부의 건축계 인사는 “건축사들의 동업이? 가능할까?” “글쎄?”하면서 하고자 하는 의욕에 격려보다는 부정적 표현을 먼저 던진다. 심지어 “2년을 가는가 보자” 하며 거북한 말도 숨기지 않았다.

건축사들은 자존심과 아집이 세며 비협조적이고 배타적 태생이란다. 개개인은 훌륭하고 일당백의 기세도 있으나, 공동생활에서는 “아니올시다”라는 것이다. 자만의 프레임 속에서 목청 돋우는 우물 안의 개구리란다. 그 개구리들이 뭉쳤다.

건축설계, 감리라는 기본적인 업무만으로는 한계에 도달한지 오래다. 이제 업역의 확대재생산만이 살길이다, 라는 명제를 안고, 관심 있는 건축사들이 뜻을 모은 것이다. 주위의 시선을 개의치 않고, 연령, 작품성향, 가치판단 등을 배려하여 출범한 것이 주식회사 A&T인 것이다. 건축사 19명이 평면적 공간에 동아리를 트니, 그 자체가 주목거리가 되었다.

IMF 이후 건축사계는 운영의 난맥상을 맞이하고 이 난제의 해결책을 강구하는 수단으로 구상되는 시기와 맞물리고, 건축사계의 위상과 자존을 위하여 연구 검토가 필요한 시기에 출범하고 보니, 여기저기서 운영방법을 자문 듣고자 면담요청이 잦았다. 아직 1년도 되지 않는데, 운영의 노하우가 있겠냐고 정중히 사절하였지만, 전국각지에서 방문, 현지설명 등을 요구하여 홍보담당건축사는 정말로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이제 3년여도 지나고 보니 약간의 노하우도 생겨, 느낀 경험을 공유할 여유도 생겼다.

사실 소속건축사들은 각자 개인사무소체제로 운영을 하다가, 공동체로서의 운영에 접하다보니, 초기에는 공동생활의 프로그램에 익숙하지 못하여 시행착오도 많았다.

“나”라는 개인보다는 “우리”라는 공동인식을 요구하는 공동운영의 고민이 전 구성원에게 전달되는데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서로의 이해를 돕기 위한 방법으로 1박2일의 수련회를 통한 각종강의와, 등산,족구 등을 통한 단합과 화합의 술잔을 나누며 갖은 열정적인 토론과 담론은 계속 중이다.

각자의 기득권을 정리하고, 새 출발한 우리에게는, 여기에서의 좌절은 완전히 건축사계를 떠난다는 배수진을 치고, 공동체의 진로를 논하였다. 출범 때부터 시작한 세미나는 우리의 메인이벤트가 되었고, 회사의 신뢰성에 큰 도움이 되었다.

각종현상공모에의 응모 등은 입상여부를 떠나서 우리자신을 돌아보는 계기와 건축사로서 본연에 대한 성찰의 기회도 되었다. 이제 우리는 점차 업무수주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3년여, 왜 우린들 우여곡절이 없겠는가?

개성이 강하고, 배타적인 제각각의 건축사들의 모임인데, 기득권과 노하우의 공유, 업역의 개척, 공동체 속에서 한발양보, 겸양의 미덕을 갖자고, 공동의 선을 위하여 힘썼다. 말이 쉬워 공동의 선을 위한다지만 정착되기에는 뼈저린 노력과 희생이 필요했다. 그렇게 노력하였지만 불행하게 몇 명의 회원과는 석별의 맛도 보았고, 가슴 아픈 구조조정으로 임직원 간에 눈시울도 붉혔다. 이사회에서는 목청도 돋우고, 얼굴도 붉혔으나, 마치고 나서는 한잔 술로 서로를 위하는 정겨운 그림도 건축사였기에 가능하였다. 선후배를 알고, 동료의식과 공동목표가 있었기에 굴러가는 것이다.

건축이 하고 싶은 새로운 식구가 영입되어 현재17명으로 삶을 개척 중이다. 짧지만 지나고 보니 건축사사무소의 운영과 건축사의 존재에 대하여 이제 조금은 해석할 수가 있을 것 같다. 전국에 많은 건축사들이 있지만ㄴ 건축사답게 건축하는 건축사는 얼마나 되는가?

건축의 불황으로 덤핑수주가 다반사고 협회의 홈피에는 저가수주의 대책을 강구하고, 긍지와 위상을 논하지만 항상 그대로이다. 그 정답을 알고 있으면서 실천을 못하는 우리의 현실이 아닌가? 건축사의 위상과 자긍심은 우리가 지켜야하는 우리의 약속이다.

출범 3년여, “잘 돼가요?”하면 “네”라고 힘찬 대답은 못 할지라도 결코 3년은 헛되지 않았고, 부끄럽지 않게 명함을 내 놀 수 있는 자존심이 있음을 밝혀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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