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공청회, 체계적 정합성 없는 입법추진

수정안 ‘건축’ 제외됐지만, 환경·공간과 오버랩

◆ 관계 부처 반발 거세
공공디자인의 문화적 공공성과 심미성 향상에 필요한 사항을 정해 국가 및 지역 이미지 개선, 국민의 문화향유권 증대에 기여할 목적으로 올해 6월 국회 이종훈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공디자인문화 진흥법안 제정이 기존법률과 충돌, 중복돼 이중규제 법률안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공공디자인문화를 진흥하기 위한 법적근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지만, 디자인업계의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떠밀려 졸속으로 법이 만들어지다 보니, 법률이 체계적 정합성 없이 입법 추진돼 규정이 중복된 경우가 많다는 비판이다.
법안은 11월 24일 국회 제9차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상정돼 공청회마저 생략해 검증과정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 토론을 통한 의견수렴 절차 없는 입법진행으로 법에 허점이 있고, 타당성이 부족한 가운데 일방적으로 법안을 통과시키려한다는 지적이다. 관계부처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타 법률과 중복될 우려로 신중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이종훈 의원실 원안에 대한 법안수정안 ‘공공디자인의 진흥에 관한 법률(안)’이 제출된 상태다.
수정안도 공공디자인 용어정의에 ‘건축법 제2조에 따른 건축물’은 제외돼 있지만, 그럼에도 환경·공간과 오버랩돼 재고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건축사협회 관계자는 “공공디자인에서 정의하는 시설물, 용품, 시각이미지 등은 도시적 차원에서 경관과 전부 관련된다”며 “디자인쪽과 관련된 법에 공공과 관련된 내용들을 분산배치하면 되지, 따로 정리할 법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법안이 추구하는 가치, 이미 타법률에서 규정

영향미치는 관계법령 통폐합 추세와도 역행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공공디자인의 진흥에 관한 법률안에서 정의되고 있는 ‘공공디자인’ 범위 중 ‘공적공간’에 대한 개념이다. 이미 공공디자인이 추구하는 가치는 ‘건축기본법·건축법·건축사법·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경관법·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 등에서 모두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공공디자인이라는 영역을 새로이 정의하면서까지 입법을 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다.
또 산업디자인진흥법 상 ‘공공디자인’의 범위가 산업디자인의 정의에 모두 포함되어 특별히 차별화되는 점이 없다는 점도 법안제정에 대한 반대의견으로 나오고 있다.
대한건축사협회도 공공디자인 정의가 기존 법령과 상충되고 구성요소의 상호연관성으로 구분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건축사업계 한 건축사는 “「경관법」의 경관, 「건축기본법」의 공간환경·공공공간 등은 공적공간과 상충되고, 「건축법」에 따른 건축물·「시설물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시설물·「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의 기반시설 및 공공시설 등은 공공디자인 정의의 시설물과 상충된다”며 “건축물, 시설물, 공공시설 등은 경관 및 공간환경의 일부이자 상호 밀접하게 연관되어있어 이 중 일부만을 정의하여 별도의 법으로 관리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건축은 건축물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도시계획, 공간환경 그리고 이에 부속되는 모든 시설 및 시설물과 연관된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중복된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공공디자인문화 진흥 종합계획과 지역공공디자인진흥계획수립 규정은 기존 법률의 건축정책기본계획 수립·경관정책
기본계획 수립·건축자산진흥 기본계획 수립·건축서비스산업 진흥 기본계획 수립규정과 중복된다. 공공디자인사업을 위한 추진협의체 설치규정은 기존 법률의 경관사업추진협의체 설치·건축자산 진흥구역 협의체 설치규정 등과 중복된다. 전문인력 양성과 우수공공디자인 선정규정 및 전문수행기관·전담기관 규정도 기존 법률과 중복되는 건 마찬가지다.

건축사협회 관계자는 “법안에 따라 중복된 내용이 많고 소관부처가 다를 경우 부처간 협력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며 “통상 영향을 미치는 관련 법령들을 묶어 통폐합하는 게 정상인데 공공디자인문화진흥법은 이를 역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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