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국토교통부는 건축심의의 문제점을 개선하기위해 마련한 지자체 ‘건축위원회 심의기준’을 고시, 시행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2014년 9월에 건축심의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각 시·도에 시달했지만, 가이드라인 자체가 의무규정이 아니고 권고사항에 그쳐 효력을 발생시키기 어려웠다. 이에 건축위원회 심의기준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지자체가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법정기준화한 것으로 2014년 11월에 건축법시행령을 개정하고 2015년 6월에 법정 건축위원회 심의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이 같은 조치는 지자체 건축심의의 간소화, 투명화, 객관화를 통하여 건축행정의 신뢰 제고를 목적으로 한 것이다. 건축법령 및 관계법령상의 기준보다 과도한 기준을 건축심의에서 요구할 수 없도록 하였고, 건축심의기준에 명시된 대상만 건축심의 할 수 있도록 하여 임의로 건축심의를 요구하는 일도 방지하였다. 심의결과의 분류는 원안의결, 조건부의결, 재검토의결, 부결 등 4가지로 강제 한정하고 재심의 의결은 법령 위반이나 설계오류 등이 명백한 경우로 한정하였으며 평균 15개 이상의 심의제출도서를 6개(건축계획서, 배치도, 평면도, 입면도, 단면도, 조경계획도 등)로 대폭 줄였다. 건축 관련 민원인들의 대대적 환영을 받은 국토교통부의 이러한 조치는 지난 8월 공고된 '서울특별시 건축위원회 운영기준'에 의해 여지없이 어그러졌다. 임의규제 해소를 위한 정부의 의지와는 전혀 다르다. 역주행 수준이다.
심의 외에 '자문'을 포함한 것은 명시된 건축심의 대상을 임의로 확대한 조치고 심의 결과를 원안의결, 조건부의결, 재심의결, 부결(반려), 보완의결, 보류의결, 조건부(보고)의결 등 7가지 유형으로 분류한 것은 국토교통부 고시에 어긋난다. 설비, 전기, 구조 및 방재도면 등의 과도한 제출서류는 국토교통부가 한정한 6개 도서에서 한참 벗어날 뿐만 아니라 건축계획심의의 취지와도 어긋난다. 자치구 중 중구는 2층 이하 또는 연면적 1,000㎡미만 건축물의 건축과 대수선까지 건축위원회 심의(자문)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건축허가는 기속행위지만 심의는 재량행위다. 건축행위에 있어 심의는 허가권자의 권한을 확대하는 조치다. 권한의 확장에는 책임이 수반되어야 균형을 맞출 수 있다. 공공의 책임에 대한 언급은 전무하고 민간시장에 공공의 권한만 확대한 서울시의 이번 고시는 책임행정이 절실한 시점에 시민의 눈에는 또 다른 갑질로 보일 수밖에 없다. 스스로 시정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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